[베이징 여행 ①]THE NEWEST BEIJING 제국의 재발견

입력 2016-02-12 12: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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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THE NEWEST BEIJING 제국의 재발견
북경을 수차례 여행했지만 눈이 오는 거리를 걷는 것은 처음이었다. 유난히 황색과 붉은 색을 좋아하는 이 도시는 예상치 못한 함박눈 덕분에 모처럼 흰색으로 갈아입었다. 세계의 중심으로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수도이지만 새해를 앞둔 모습은 여느 도시와 같이 조금은 들떠 있었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 했던가. 인류 3대 문명 중에서 한 번도 중단되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중국의 생명력은 이제 도심을 가득 채운 북경의 젊은이들이 자연스레 넘겨받은 듯 보였다. 중화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계획적으로 세워진 이 도시는 여행지로 끊임없이 재발견되는 매력적인 곳임에 분명해 보였다. 여전히 천안문 광장 앞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여행자들이 모여 있었고, 자금성 주변을 거미줄과 같이 복잡하게 에워싸고 있는 골목길 사이사이로 인력거가 분주히 페달을 밟으며 오갔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은 왕의 땅이 아닌 게 없다’는 한 문장이 그렇게 북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원나라 이후 오늘날까지 중국의 수도로 불리는 이곳이야말로 절대 권력을 가진 천자天子의 땅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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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역사의 현장, 천안문 광장부터 구궁까지 여전히 중국을 대표하는 천안문 광장은 추위도 잊은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천안문 앞을 가로지르는 창안제를 사이에 두고 카메라 셔터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들에게도 천안문 광장에서의 기념사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은 워낙 방대한 크기의 대륙이기에 같은 중국에 살면서도 북경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에게 북경을 여행했다는 것은 곧 천안문 광장에서 찍은 사진 한 장과도 같다고 했다. 완벽한 원형구조로 설계된 북경의 도시망은 자금성을 중심에 두고 커다란 원을 그리며 고리형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이런 도시망을 동서로 관통하는 도로가 있는데 그 길이 바로 천안문 앞을 지나는 창안제이다. 베이징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이 도로는 수도의 심장인 자금성을 지켜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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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봐 온 현장, 천안문 광장에서 자금성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할 만큼 가깝다. 천안문 광장에서 지하도로를 따라 길을 건너면 자금성으로 알려져 있는 구궁에 이른다. 중국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완성도가 높은 궁전인 구궁은 남북의 길이가 961m. 수치만으로도 압도적인 크기다. 금수교와 삼대전, 건청궁, 곤녕궁 등을 지나 황가의 화원인 어화원까지. 황제의 것이었던 구궁은 이제 중국을 대변하는 거대한 유적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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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공존, 전문대가와 왕부정
옛 거리를 재현해 놓은 전문대가와 중국의 명동이라 불리는 왕부정은 구궁 관광과 뗄 수 없는 볼거리이다. 하늘은 진눈깨비를 뿌리고 있었지만 전문대가를 걷지 않을 수 없었다. 황궁을 마주하고 시원하게 뻗어있는 이 거대한 도로는 예나 지금이나 갖가지 물건과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서울이 그러하듯 이곳도 궁을 지척에 두고 황실 물건을 납품하는 상점들과 공방들이 들어서며 엄청난 번화가로 성장했다. 그러다 서양 세력의 영향을 받아 고풍스러운 근대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서양식 가스등이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즈음 대륙에 아편의 유혹도 몰아쳐 왔을 것이다. 우산을 들고 전문대가 골목들을 기웃거리다가 언젠가 책에서 보았던 흑백사진 한 장을 떠올렸다. 프레임 가득 뿌옇게 피어오른 연기 사이로 아편에 중독된 많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중국대륙을 큰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던 아편이 전쟁으로 이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진통이 있었을지 가늠이 되는 사진이었다. 그 수많은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곳은 2008년 다시 새로운 과거로 돌아갔다. 2007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감행했고 반세기 전 전문대가의 풍경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수백 년째 문을 열고 있는 가게들과 거리를 가로지르는 전차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

또한 왕부에서 사용하던 우물이 있던 길이라는 뜻의 왕부정은 초대형 국영 백화점이 들어서며 명성을 떨치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북경 쇼핑의 최대 번화가로 알려져 있다. 물론 명품 쇼핑도 좋지만 희귀한 먹거리의 천국이라 불리는 왕부정 먹자골목을 방문하는 즐거움을 놓칠 순 없다. 골목에 들어서자 재료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 화려한 먹거리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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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수많은 이들이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매미유충, 해마, 전갈, 거미, 불가사리 튀김까지 각양각색의 꼬치를 들고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 맛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이 거리의 생기가 좋다. 여행이 더욱 즐거워지는 시간이다.

정리=동아닷컴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취재협조·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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