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K리그 제이미 바디’를 꿈꾸는 전남 조석재

입력 2016-02-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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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2년차, 2번째 임대 시즌을 앞둔 전남 조석재는 ‘K리그의 제이미 바디’를 꿈꾸고 있다. 광양의 클럽하우스에서 엄지를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는 조석재의 표정이 밝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전북서 충주 임대 설움 딛고 19골·5도움
올해 전남으로 다시 임대…1부 데뷔 앞둬
볼 소유·체력 보강 숙제…임대 신화 꿈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남 드래곤즈는 새 시즌 ‘조용한 돌풍’을 꿈꾼다. 전남 노상래 감독은 “동계훈련을 알차게 소화했다. 나름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한다. 전남의 경쟁력 중 하나로 스트라이커 조석재(23)가 손꼽힌다. 180cm의 키에 건장한 체격을 지닌 그는 ▲공간침투 ▲수비경합 ▲골 결정력 등의 장점을 갖췄다. “조직적인 팀플레이는 좀더 시간이 필요한데, 기대하는 바가 많다”는 것이 노 감독의 설명이다. 조석재는 무명의 설움을 딛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새로운 영웅으로 등장한 레스터시티 공격수 제이미 바디(29)를 롤 모델로 삼아 가슴 벅찬 클래식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 최선의 선택이 만든 기적

조석재는 올해로 프로 2년차다. 그러나 아직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K리그의 대표 ‘미생’이다. 중학교 2학년에야 축구화를 신었지만, 아마추어 시절 연령별 대표팀에 뽑히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15시즌 챔피언 전북현대에 입단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차가운 현실이었다. 전북에서 ‘전력외’로 구분됐다. “이러다 정말 한 경기도 못 뛸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초조함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초 겨울이적시장 마지막 날, 전북 최강희 감독을 보좌하는 박충균 코치가 조석재를 조용히 불렀다. “임대선수로 뛸 생각이 있느냐?” 생각할 시간도,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대답은 ‘예스(Yes)’였다. 그렇게 부랴부랴 짐을 꾸려 챌린지(2부리그) 충주 험멜로 향했다. 클래식 최강팀에서 챌린지 하위팀으로의 임대이적. 서운함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배려해준 팀이 고마웠다. “뛰고 싶었다. 그대로 묻히고 싶지 않았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처지가 아니었다. 임대팀이 어디인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을 버리고, 과거를 잊은 보상은 컸다. 많은 비가 쏟아지던 지난해 4월 19일 FC안양과의 홈경기. 왼쪽 측면에서 날아든 평범한 크로스를 상대 골키퍼가 낙하지점을 놓쳤고, 그 발 앞에 공이 툭 떨어졌다. 프로 1호 골. “대단하지도, 멋있지도 않은 득점 장면인데 지금 생각해도 소름끼친다.”

4경기 만에 맛본 마수걸이 골을 계기로 조석재의 이후 행보는 탄탄대로였다. 36경기에서 19골·5도움을 몰아쳤다. “기적이었다. 먼 훗날,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 언제냐고 누군가가 물으면 ‘충주에서의 2015년’이라고 주저 없이 대답할 것 같다.”


신분은 중요치 않아! 오늘만 있을 뿐!

전북 복귀를 앞두고 다시 고민에 휩싸였다. 설렘보다는 걱정이 많았다. “(이)재성이 형처럼 전북에서 생존해보자”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답답했다. 동료들이 훈련할 때, 홀로 개인운동을 하는 설움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지난해 말 이종호(24)의 전북행과 맞물려 전남과 조용한 교감이 이뤄졌다. 다시 임대. “전남에 합류했을 때의 인상이 너무 좋았다. 선배들의 살가운 인사, 덩치 큰 외국인(스테보)의 반가운 손짓. 이렇게 내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진짜 도전을 앞두고 조석재는 이미지 트레이닝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 상대 수비진을 흔들고 벗겨내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또 연구한다. 특히 조석재가 즐겨 보는 영상은 바디의 경기 하이라이트다. 7년 전까지 8부리그를 전전했고, 의료용 부목 공장 근로자로 일하며 주급 5만원을 받던 바디는 이제 월 평균 4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자가 됐다. 상대 수비의 배후를 파고들고, 적절한 슛 포인트를 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조석재의 플레이는 바디의 재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임대가 계속 반복된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 충주에서 공격 포인트 10개를 목표했는데, 금세 채웠다. 올해도 1차 목표는 똑같다. 수비를 등진 상태에서 볼을 소유하는 능력과 체력이 부족한데, 계속 보완하고 있다. 나도 할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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