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영국 재즈보컬 캐롤 키드의 방한

입력 2016-03-0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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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3월 7일

흔히 ‘주제가’ 혹은 ‘배경음악’으로 혼용되기도 하는 영화와 드라마의 음악은 ‘OST’(Original Soundtrack)로 묶여 대중의 귀를 간질인다. 일반적인 음악 앨범 속 다양한 구성을 갖춘 OST의 원래 의미는 이젠 단일한 음악이나 노래의 대명사가 됐다. 음악이 영화와 드라마를 대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사는 물론 그 음악을 담당하는 주체들의 중요한 수입원이 되기도 한다.

1999년 오늘, 영국 재즈 보컬리스트 캐롤 키드(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캐롤 키드는 영화 ‘쉬리’의 주제가 ‘When I dream’을 부른 주인공이다.

‘쉬리’는 남북 화해무드를 깨뜨리려는 북한 테러리스트들과 이에 맞선 남한 첩보요원들의 이야기. 한국영화의 흐름을 바꿔놓은 영화는 분단의 비극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첩보요원(한석규)이 그 회한을 삼키는 장면에 흐른 이 노래로도 관객의 감성을 자극했다.

노래는 영화 개봉(1999년 2월13일) 이전인 1998년 12월 말 캐롤 키드가 내놓은 앨범 ‘Sweetest Love Songs’의 수록곡이었다. 캐롤 키드의 따스한 감성이 한껏 묻어난다.

캐롤 키드는 1960년대 초부터 활동하다 1990년 런던 퀸엘리자베스홀에서 펼쳐진 프랭크 시내트라의 콘서트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며 주목 받았다. 당시 프랭크 시내트라는 “영국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찬사를 보냈다. 1990년 최고 재즈가수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1998년 영국왕립회원이 되기도 했다. ‘When I dream’의 흥행으로 이듬해 첫 내한한 이후 5월에 다시 한국을 찾아 콘서트를 펼쳤다.

그만큼 ‘When I dream’의 인기가 높아서 그해 8월 KBS 2FM ‘김광한의 추억의 골든팝스’가 5000여 청취자에게 ‘20세기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을 물은 설문조사에서 한국영화 음악으로는 최고인 12위에 올랐다.

이에 앞서 한국영화는 1997년 가을 개봉한 영화 ‘접속’의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로부터 영화음악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노래를 담은 OST 앨범이 무려 60만장 이상 팔려나가면서였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 등도 히트시킨 영화는 정식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음악을 사용한 첫 한국영화이기도 하다.

이후 ‘약속’은 제시카의 ‘Goodbye’,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은 클리프 리처드의 ‘Early in the Morning’ 등으로도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으면서 한국영화는 본격적인 OST의 시대를 열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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