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니맨’ 최익성, 국내최초 프로출신 야구 멘탈 트레이너 변신

입력 2016-03-14 0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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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형님 저 올해 잘리면 어떡합니까?”

“그게 두려워? 넌 아직 어려. 올해밖에 기회가 없는 게 아냐. 잘리면 다른 팀에 가면 되고, 올해 못하면 내년에 잘하면 돼. 팀에서 잘린다고 네 인생이 끝나? 걱정할 시간에 네 가치를 더 키워라!”

후배는 선배의 말에 큰 자극을 받아 자신의 무기를 갈고 닦았다. 빠른 발과 주루센스, 다양한 내야포지션을 소화하는 능력도 길렀다. 1년 뒤 프로데뷔전을 마치고, 이후 9년 동안 프로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삼성의 대표 ‘전문대주자’ 강명구. 강명구의 흔들리는 멘탈을 바로 잡아준 선배는 ‘저니맨’ 최익성이었다.

최익성은 이름보다 저니맨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남들보다 늦은 중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그는 1군 데뷔와 동시에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주변 상황으로 인해 프로생활 동안 13년 동안 7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매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주전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저니맨’은 야구 멘탈 트레이너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저니맨 시절의 경험을 살려 후배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 ‘저니맨 야구 육성 사관학교’를 운영하며 야구 멘탈 트레이너로의 경험치를 쌓고, 멘탈 트레이닝에 대한 시스템도 정립했다. 그 결과 프로출신 선수 4명을 재입단 시키고, 학생야구선수 20명을 배출해냈다.

특히 최우석(한화) 사례는 프로야구 현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스위치피처’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최우석은 높은 장래성에도 불구하고 야구외적인 문제와 프로적응 실패로 인해 2012년 임의탈퇴 됐었다. 최우석은 최익성을 만나 8개월 동안 멘탈 트레이닝을 받았고, 결국 18개월 만에 한화에 복귀했다. 복귀 이후 야구를 대하는 태도와 정신자세에 대해서도 한화 관계자들이 만족감을 표했다.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힘이자 선수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것’ 최익성이 말하는 멘탈의 정의다. 최익성은 멘탈을 복합적인 과정의 결과로 봤다. “멘탈은 결코 단시간에 완성시킬 수 없다. 체력부터 시작해 기술력과 팀플레이 및 상황파악 능력까지 갖췄을 때 나오는 것이다. 각 단계를 준비할 때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상황을 잘 이해하고 극복할 때마다 점차 멘탈이 생긴다. 선수의 완성은 멘탈이다.”

최익성표 멘탈 트레이닝은 장기밀착형이다. 선수와 최대한 같은 조건에서 지내며 선수가 놓인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이해한다. 문제의 뿌리를 파악하고 체력-기술력-팀플레이-상황파악능력을 하나씩 다시 쌓아올린다. 이때 꾸준한 대화와 스킨십을 나누며, 선수 스스로가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모든 과정에 최소 1~2달이 소요된다.

‘야구 멘탈 트레이너’ 최익성의 강점은 ‘경험’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최익성만큼 생존과 적응에 대해 경험해본 사람은 없다. 20-20 기록을 통해 전성기도 맞이해봤고, 방출의 설움도 겪어봤다. 그 누구보다 다양한 입장에 서봤기에 여러 각도에서 현상을 바라볼 수 있다. 저니맨야구육성사관학교에서 얻은 노하우가 있고, 피상담자와 똑같은 프로출신 선수이기에 신뢰도도 높다.

현재 KBO리그엔 야구 멘탈 트레이너가 없다. 대부분의 팀들은 심리상담사를 고용해 선수들의 상담역을 맡기고 있다. 2012년 한화가 최초로 선수단과 상주하는 경기력 향상 코치를 뒀지만, 2014시즌을 끝으로 공석이 됐다. 이건영 전 경기력 향상 코치도 고등학교시절까지 야구를 했지만 프로문턱은 넘지 못했다. 프로출신 야구 멘탈 트레이너는 최익성이 최초다.

‘동지이자 인생친구’ 최익성이 꿈꾸는 야구멘탈 트레이너의 이상향이다. “멘탈 트레이너는 선수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주는 존재다. 선수가 스스로 다음 단계로 나가고 멘탈을 잡을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고민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현재 소수의 KBO리그 구단들이 ‘야구멘탈 트레이너’ 최익성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여 년 전 후배들의 ‘사부’이자 ‘멘토’였던 최익성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날이 머지않은 듯 하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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