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한화, 전력분석코치의 실체

입력 2016-04-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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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는 프로야구에서 보기 드문 ‘전력분석코치’가 있다. 코치들이 나눠 맡고 있는 모든 파트에 개입할 수 있는 특수성 탓에 ‘월권행위’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화 김정준 전력분석코치(오른쪽)가 19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선수들과 캐치볼을 하고 있다. 사직|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코치 되어야 덕아웃 들어갈수 있지만
미국·일본 어디에도 없는 ‘종합 코치’
타부문 코치들 볼땐 분명한 영역 침범

한화에는 프로야구에서 보기 드문 ‘전력분석코치’라는 명함을 가진 주인공이 있다. 바로 한화 김성근 감독의 아들인 김정준(46) 전력분석코치다. 그런데 최근 김 코치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과연 전력분석코치는 무엇이며, 그 경계와 역할은 무엇일까.


● 전력분석코치의 실체

전력분석코치는 말 그대로 전력분석을 하면서 코치 역할도 함께 하도록 새롭게 창조해낸 것이다. 그런데 역할의 경계가 없다. 투수·타격·배터리·수비 코치의 영역까지 모두 개입한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종합코치’다. 한마디로 ‘각종문제전문가’이자 ‘만물박사’다.

전력분석코치는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엔 없다.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를 취재한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미국에서도 전력분석을 중요시하지만, 전력분석코치라는 보직은 없다. 코디네이터라고 있지만 다른 개념이다. 우리로 치면 순회코치인데, 명망 있는 원로들이 메이저리그부터 산하의 마이너리그 팀들을 돌아다니면서 어드바이스(조언)를 하는 역할이다. 미국에서 ‘종합코치’라는 개념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프로야구(요미우리, 오릭스, 소프트뱅크)에서 오랫동안 이승엽과 이대호의 통역과 전력분석을 맡았던 정창용 센트럴퍼시픽에이전시 대표 역시 “일본에도 전력분석코치를 두고 있는 팀은 없다”면서 “일본은 ‘스코어러’라고 부르는 전력분석요원들이 있는데, 전력분석팀장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매일 감독에게 보고를 하고, 코칭스태프 회의에도 참석한다. 그러나 전력분석요원과 코치의 역할분담은 확실하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절대 침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전력분석코치의 순기능과 역기능

한화는 왜 전력분석코치 자리를 만들었을까. 표면적인 가장 큰 이유는 규정상 코치가 돼야 덕아웃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덕아웃에서 경기상황에 따라 수비시프트를 지시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전력분석요원에게 이례적으로 코치 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물론 김성근 감독이 결정한 일이다. 여기에 코치라는 직함은 권위도 부여한다.

그러나 ‘월권행위’라는 부작용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타자·투수·포수·야수 모든 분야를 건드리다보니 해당 분야 코치들의 영역을 침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야구계에서는 김 코치를 두고 ‘한화 부감독’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A구단의 모 코치는 “아버지가 감독인 전력분석코치가 월권행위를 해도 누가 반발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코치 위의 또 다른 코치, ‘옥상옥’이라는 뜻이다.


● 전력분석요원은 조력자에 머물러야

전력분석요원을 거친 B구단의 모 코치는 “전력분석요원은 그림자 역할을 하는 조력자에 머물러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열심히 하는데 오해를 한다고 억울해할지 모르지만, 코치들은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는 전문가들이다. 전력분석코치가 선수를 지도하게 되면 해당 코치는 허수아비가 된다. 선수들도 누구의 말을 들어야할지 몰라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 해설위원은 “한화가 전력분석코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장점이 되고 단점도 될 수 있다”고 전제를 하면서도 “최근 야구는 분업화되고 있다. 코치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현역 시절 천재타자여도 팀에서 맡고 있는 보직이 주루코치면 타격코치의 영역은 침범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더군다나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직접 투수, 타자 다 지도를 하고 있지 않느냐. 아들까지 모든 분야를 다 건드리고 다니면 그 팀 코치와 선수들은 어떻게 되겠나.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고바야시 투수코치도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사실상 없다보니 일본으로 돌아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직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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