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베이비, 페이지 이어 ‘백희’…KBS 영리한 단막 활용법

입력 2016-04-26 1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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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터너(위)·베이비시터 / 사진제공=KBS 

KBS가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후속으로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를 편성했다. '백희가 돌아왔다'는 조용한 섬 섬월도에서 과거의 스칼렛 오하라 양백희가 신분 세탁 후 18년 만에 돌아온 이야기다. '각시탈' '상어' '조선총잡이' 차영훈 감독이 제작하며 현재 배우 캐스팅을 진행 중이다.

KBS는 올해 단막극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베이비시터’와 ‘페이지터너’를 각각 4부작, 3부작 편성하며 한 회로 끝나는 기존 단막극 형식에 변화를 줬고 ‘페이지 터너’를 통해선 크로스미디어를 시도했다. ‘백희가 돌아왔다’의 경우 '동네변호사 조들호' 후속 작 '뷰티풀 마인드'의 캐스팅 작업 지연으로 긴급 편성된 것이지만 시청자에게 다양한 장르의 연작을 선보인다는 면에서 의미있다.

KBS 단막극 드라마스폐셜은 SBS와 MBC 드라마 감독들도 응원하는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성과를 내야하는 방송 산업으로서의 KBS는 수익성이 낮은 단막극의 존폐를 논해왔다. 그럼에도 KBS 단막극이 몇 번의 폐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신인 감독, 작가, 배우를 발견하는 무대이자 다양한 장르를 실험할 수 있는 장(場)으로써의 단막극이 지닌 뚜렷한 가치 덕분이다.

2016년 KBS가 선택한 첫 번째 단막극 실험대상은 4부작 ‘베이비시터’였다. ‘베이비시터’는 행복한 가정의 일상을 파고든 수상한 23살 베이비시터로 인해 겪게 되는 세 남녀의 복잡 미묘한 심리변화를 그려낸 미스터리 멜로물이다. KBS는 주중 밤 10시대에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에 방점을 둔 드라마 ‘베이비시터’를 편성했다. 특히 작품은 인물 관계 때문에 불륜 드라마로 오해받았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수작임에 틀림없다. ‘적도의남자’를 통해 감각적이고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였던 김용수 감독은 규격화된 TV 영상문법의 틀을 깨는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영상미와 정교한 음악 배치로 눈과 귀를 신선하게 만들었다. 음악은 각 포인트마다 가야금과 현악, 피아노 등 다양한 느낌의 음악으로 쫀득한 감정선을 절묘하게 살려냈다. 짧고 굵게 구성되는 단막극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시도다.

KBS의 단막극 실험은 미디어의 영역을 넘어섰다. 청춘 3부작 드라마 '페이지터너'는 KBS와 푹(pooq)이 함께한 크로스미디어 전략과 관련돼 있다. KBS 측은 "시청자들의 방송 시청행태 변화에 발맞추며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더 많은 시청자들이 즐길 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과 향후 콘텐츠 제작, 유통, 소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에서는 법과 언론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로맨스와 적절히 조화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보장받은 박혜련 작가를 비롯해 ‘페이지 터너’로 정식 데뷔하는 이재훈 감독, 김소현·지수·신재하·예지원·오광록 등 청춘 배우와 베테랑 연기자의 조합도 작품에 힘을 싣는다.

배경수 총괄프로듀서는 “KBS는 단막극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앞으로도 8부작 등 다양한 형식의 연작을 선보일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말한 바 있다. ‘베이비시터’ ‘페이지터너’에 이어 ‘백희가 돌아왔다’까지 KBS의 흥미로운 단막극 실험을 지켜볼만하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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