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diary] ‘사랑’이란 테마로 재구성…인간을 닮은 ‘신들의 이야기’

입력 2016-04-29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그림으로 보는 신들의 사랑’ | 김원익 지음 | 메티스

신(神)은 완벽하다. 빈틈이 없다. 오차도 없다. 피도 눈물도 없다. 그래서 신은 위대하다. 구멍이 숭숭 뚫린 인간은 신 앞에서 주눅이 든다. 고개를 들 수조차 없다. 신에게는 ‘인간의 향기’가 없다. 냉혈한이다. 그러나 그리스 신들은 예외다. 인간을 빼닮았다. 인간처럼 사랑하고 질투하고 싸운다. 때로는 도둑질에 간통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친근하다. 인간의 냄새가 난다. 어쩌면 그리스 신들은 그들의 삶을 통해 인간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스 신화는 고대의 이야기지만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이야기와 상품, 프로그램 등이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신화의 울타리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는 ‘스토리텔링의 영원한 보물창고’다.

여기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가 있다. 또 하나의 ‘그리스 신화’가 아니라 그리스 신화를 해체해 ‘사랑’이란 테마로 다시 조립한 새로운 ‘신들의 이야기’다. 사랑은 난수표다. 인간을 닮은 그리스 신들은 그 ‘어려운’ 사랑을 어떻게 했을까.

이 책에선 그리스 신화의 12주신에 하데스와 헤스티아를 추가해 모두 14명의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를 ‘사랑’이란 틀 속에 넣어 새롭게 버무렸다. 질투의 화신인 헤라의 사랑부터 ‘얼음공주’ 아테나, ‘프로 사랑꾼’ 아프로디테 등 여신들의 사랑과 함께 ‘폭풍노도의 격정파 사랑꾼’ 포세이돈과 ‘냉철한 합리주의자’ 아폴론, ‘여성 같은 남자’ 디오니소스 등 남신들의 사랑을 함께 소개했다. 아울러 각각의 신이 대변하고 있는 인간의 유형을 분석했다.

신들의 사랑을 알면 인간의 사랑이 보인다. 내 사랑은 어떤 신을 닮았을까. ‘데자뷔 신’은 누굴까. 사랑을 주제로 한 400장의 ‘신들의 명화’가 함께 게재돼 눈이 행복하다. 이 책의 장점 중의 하나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