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워킹애프터유&아자젤, 한·일 女(여)樂(락)커의 만남

입력 2016-05-09 0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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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젤(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미야비·쿠야·마요·유리

4월 22일~24일, 재미있는 공연이 성사됐다.

한국 밴드 워킹애프터유(Walking After U 보컬-해인, 베이스-민영, 드럼-아현, 건반-써니)와 일본 밴드 아자젤(Azazel 보컬-미야비, 베이스-유리, 드럼-마요, 기타-쿠야)의 합동투어인 ‘어스 메이츠(Earth Mates)’는 먼저 두 밴드 모두 걸밴드라는 점, 또 서울에서만 진행한 것이 아니라 광주와 부산 등 지방에서도 공연을 펼쳐졌다는 점에서 흥미를 모았다.

독특한 공연 콘셉트 때문에 뭔가 거창한 배경이나 이유가 있을까도 생각했지만 투어의 계기는 간단했다.

워킹애프터유의 아현은 “우리가 일본이나 중국, 대만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때 친해진 현지 밴드들이 한국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아자젤과 투어를 하게 됐다. 공연이 계속 진행되면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하려고 한다”라고 공연을 진행한 배경을 밝혔다.

또 아자젤의 마요 역시 “2년 전에 도쿄에서 걸즈밴드 라이브 이벤트가 있었는데 거기서 (워킹애프터유를) 처음 만났다. 전부 귀엽고 재밌는데다가 라이브가 어마어마해서 정말 친해졌다. 나중에 꼭 한국에서 같이 공연을 해보고 싶었다”라고 순수한 열정과 친분관계에 의해 성사된 공연임을 밝혔다.

계기가 아무리 순수하고 좋은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필자가 공연에 대해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었다.

아자젤의 공연 모습


냉정하게 평가해 아자젤은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밴드이고, 워킹애프터유 역시 해외 위주로 활동을 펼쳐온 데다가, 국내 가요계에서 걸밴드가 큰 인기를 끈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아현은 “사실 (일본의) 인디밴드들이 공연을 오긴 하는데 홍보가 크게 되는 게 아니다 보니까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라고 흥행적인 면에서는 성공하기 힘든 구조임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는 (이런 공연들이)좀 더 발전해서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이나 일본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지만, 우리는 ‘우리가 꼭 해야겠다’는 고집이 아니라 그냥 ‘지금 해야 한다’는 기분이다”라고 2차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써니도 “우리가 더 성공하면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자젤 역시 이차적인 내용보다 음악 활동의 즐거움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밴드였다. 국내에서의 첫 공연임에도 이들은 연신 왁자지껄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공연 전 부담감을 묻자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는 우리대로의 라이브를 하려고 한다”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화려한 비주얼과 거친 펑크(Punk) 사운드를 들려주는 아자젤이지만, 인터뷰에서의 첫인상은 한국에 관광을 온 10대 소녀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신 활기차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례로 일본에 돌아가기 전에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을 때 미야비는 “떡볶이를 꼭 먹고 싶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무대 위와 무대 아래가 잘 매치가 되지 않는 아자젤의 이런 모습은 이들이 밴드를 하는 이유를 듣자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마요는 “내 개인적으으로는 ‘재미있어서’ 하고 있다. 그만둘 수가 없다. 마치 친구들과 전력으로 노는 느낌이다”라고 밴드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쿠야도 “즐거운 것도 있고, (밴드를 할 때)나의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즉 스스로의 즐거움과 재미가 밴드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인 셈이다.

그렇다고 아자젤은 즐거움과 재미를 - 어찌 보면 대중음악의 기본 가치인 - 자신들만 만끽하려고 밴드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자젤의 공연 모습


밴드를 통해 느끼는 즐거움을 관객들에게도 전달하기 위해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라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미야비는 “라이브 퍼포먼스는 가능한 강하게 하려 한다. 우리는 라이브를 하면서 관객들과 점점 즐겁게 어울리는 식이다”라고 말했고, 마요는 “이번 공연이 해외에서 하는 첫 라이브 무대인데, 앞으로도 한국에 자주 오고 싶다. 그리고 관객들을 얼마나 즐겁게 할 수 있을까가 이번 목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유리 역시 “전부 다 뒤섞여 놀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워킹애프터유 역시 마찬가지의 가치관을 드러냈다. 아현은 “사실 우리도 밴드를 하고 있는데, 신이 작아서 (성공하기 힘들다)그런 거는 좀 웃긴 거 같다. 운이 안 따라줘서 안타까울 수는 있지만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고 즐기는 게 최고인 거 같다”라고 말했다.

물론 아무리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한다고 해도 생계가 보장되지 않으면 밴드 활동 그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이는 그저 이상적인 이야기라고 치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또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는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를 반박하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워킹애프터유와 아자젤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이런 가치관과 철학을 바꿀 생각은 없어보였다.

미야비와 쿠야는 일본의 걸밴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돌에 가까운 밴드는 가끔 있지만, 순수하게 밴드로서 최정상에 오른 걸밴드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메이저 시장에서는 팝적인 음악 먹힌다. 하드한 느낌은 언더그라운드 쪽이다”라고 말하면서도 굳이 펑크 장르의 음악을 하는 이유를 묻자 “취향이다. 그냥 좋아한다”라고 간단하게 정리했다.

또 워킹애프터유 역시 “나중에 일본에서도 (아자젤과) 투어를 같이 하려고 한다”며 “또 아직 계획중이긴 하지만 올해 말쯤에 영국이나 미국에서 투어를 해보려고 한다”라고 자신들의 행보를 멈추지 않고 오히려 영역을 넓혀 갈 것을 밝혔다.

게다가 워킹애프터유의 계획을 들은 아자젤의 마요는 “우리도 하고 싶다. 같이 해서 가면 그것도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영미 투어에도 워킹애프터유와 함께할 의사를 드러내 향후 성사여부를 기대케 하기도 했다.

더불어 마요는 “앞으로 (한국에)또 올 거니까, 우리 노래도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CD는 구매하기 힘드니 유튜브 등을 보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음에는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고, 미야비도 “(다음에 왔을 때는)우리 곡을 다 외웠으면 좋겠다”라고 한국에서도 다 같이 즐거울 수 있는 공연을 할 수 있는 날을 기약했다.

워킹애프터유와 아자젤, 사진|워킹애프터유 페이스북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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