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옥바라지골목’ 강제철거에 뿔났다 “손배소 당하는 한 있어도 중단시킬 것”

입력 2016-05-17 18: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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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옥바라지골목’ 강제철거에 뿔났다 “손배소 당하는 한 있어도 중단시킬 것”

박원순 서울시장이 ‘옥바라지 골목’의 구본장 여관이 강제철거되자 이 지역에서 진행되는 뉴타운 재개발의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 옥바라지 골목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오후 5시께 박원순 시장과 만나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재개발사업조합 측 용업업체 직원 40여명은 이날 오전 6시 40분경 크레인 등을 동원해 강제 철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50여명과 1시간40분가량 대치하며 마찰을 빚었다.

박 시장은 같은날 정오께 철거현장을 방문,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 공사를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내가 손해배상소송을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시장인 내가 (옥바라지 골목 비대위를) 오후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걸 알면서도 철거를 진행한 것 아닌가”라며 “이런 것은 예의도 아니다”라고 담당 공무원을 질타했다.

박 시장은 또 “지난번에도 한 번 철거를 시도하기에 함께 고민하고 다른 길이 없는지 찾아보자고 설득했었다“며 “내가 오늘 (비대위를) 만나는 것을 알면서 이러지 않았느냐”며 분노했다.

박 시장은 이어 옥바라지 골목 비대위와 이날 강제 철거된 옥바라지 골목 내 구본장 여관 주인 이길자씨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시는 용산사태와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강제 철거에 앞서 협의체를 구성해 5차례의 대화를 갖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강제 철거 없는 재개발’ 원칙을 제정했다.

그러나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 공사를 추진하는 무악2구역 재개발사업조합은 사전 협의를 3차례 밖에 갖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 철거에 돌입했고, 박 시장은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

박 시장이 재개발 사업이 이미 상당 수준 진행된 시점에서 공사 전면 중단을 선언해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편 종로구 무악동 46번지 일대 옥바라지 여관 골목은 길 건너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던 일제강점기 애국지사와 군부독재정권 시기 민주화인사의 가족들이 머물며 옥바라지를 한 곳이다.

옥바라지 골목은 소설가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배경이 되었으며, 판자촌 재개발 철거 문제를 다룬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속 행복동의 모티브가 된 지역이다.

동아닷컴 양주연 인턴기자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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