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완등 맹태섭-이현희 부부 “다음은 백두산”

입력 2016-05-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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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계곡 중 하나인 지리산 칠선계곡에서 포즈를 취한 맹태섭 원장(오른쪽)과 이현희씨. 혼자서도 힘든 전국 100대 명산 완등을 부부가 함께 10년에 걸쳐 해낸 열혈 등산부부이다. 사진제공|맹태섭

■ ‘이색 동호인’의 세상


등산 10년만에 전국 명산 160개 정복
“똑같은 산을 올라도 갈 때마다 달라
최고의 산? 설악산·사량도 지리망산”

지난 4월 13일. 울릉도 성인봉 정상에 오른 부부의 얼굴은 감격과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상기된 아내 이현희(50)씨의 얼굴을 바라보던 남편 맹태섭(52) 원장(인천 소재 플러스치과)이 말했다. “축하해”.

부부가 함께 산에 오른 지 10년. 이날 성인봉 정상에 오름으로써 이들 부부는 산림청이 선정한 전국 100대 명산 완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의 산하’ 인기 100대 명산을 포함하면 총 160여 개의 산을 올랐다. 100대 명산을 오른 등반가는 많지만 부부가 함께 완등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색 등산부부로 알려진 맹태섭 원장과 아내 이현희씨가 등산에 입문한 것은 2006년 5월 5일. 당시 중학생과 초등학생이던 두 딸을 데리고 북한산 백운대에 올랐다. 동네 마트에서 한 켤레씩 사 신은 등산화가 이날 등반을 위한 장비의 전부였다. 심지어 물도 가져가지 않았다. 맹 원장은 “한 마디로 무모한 입문이었다”라며 웃었다.

딸들은 이후 등산이라면 진저리를 쳤지만 부부는 등산의 재미에 제대로 꽂혔다. 일단 인근의 산부터 살살 가보기로 했다. 도봉산, 관악산, 수락산, 청계산. 서울에 있는 산을 모두 올랐다.

그러다 우연히 등산로에서 산악회 안내지를 보게 됐다. 태백산 눈꽃산행에 같이 갈 사람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부부의 눈이 반짝였다.

“태백산 정상에서 설경을 봤는데 정말 끝내줬다. 엄청난 행복감을 맛봤다.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이후 부부는 안내 산악회를 따라 전국의 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맹 원장은 “봄이면 진달래·철쭉, 여름은 계곡, 가을은 단풍, 겨울은 눈꽃 … ”을 노래처럼 읊었다. 산을 모르던 시절에는 그 산이 그 산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똑같은 산을 올라도 갈 때마다 다른 게 산이다. 계절별로 다르고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다르다. 입구에 따라 다르고 출구에 따라서도 다르다.”

맹 원장은 “100대 명산 등반은 작정하고 하면 2년이면 끝난다”라고 했다. 그저 산이 좋아 다니다 보니 10년이나 걸렸다는 얘기. 마음에 드는 산은 여러 번 오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한달에 한 두 번 가다 어느 순간부터는 거의 매주 산을 찾게 됐다.

우리나라 전국의 명산을 모두 누빈 이들 부부는 어떤 산을 최고로 꼽고 있을까. 맹 원장은 “뭐라 해도 대한민국 최고의 산은 설악산”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2009년 무렵 단풍이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무박종주를 한 적이 있다. 옆에 있던 아내 이씨는 “그 이후로는 어떤 산을 가 봐도 그때의 단풍만한 곳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부부가 꼽은 또 하나의 산은 통영 사량도의 지리망산. ‘사량도의 지리산’으로 불리는 명산이다. 맹 원장은 “산을 가다 보면 결국 섬에 있는 산을 사랑하게 된다”며 “지리망산을 내려와 해녀들이 직접 잡은 전복, 돌멍게를 먹고나서 껍질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 맛은 정말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전국의 명산이란 명산은 모두 오른 이들 부부의 남은 목표는 어떤 것일까. 첫째는 민족의 영산이자 백두대간의 시발점인 백두산 등정, 두 번째는 알프스의 몽블랑을 일주하는 것이다. 맹 원장은 “기회가 되면 우리 부부의 등산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 내보고 싶다”며 아내 이씨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하듯 또 다시 눈을 반짝였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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