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불법 도박시장 규모 100조…패러다임의 전환 절실하다

입력 2016-05-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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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스포츠 도박 추방을 위한 연중 캠페인-SAC!(Stop & Clean)’을 펼치는 스포츠동아가 문화체육관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한국프로스포츠협회·스포츠토토와 손잡고 불법 스포츠 도박 추방을 위한 사인회를 지난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개최했다. 사인회에 참석한 두산 허경민, 정수빈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600조원대 아시아 도박시장의 맹주 홍콩
사행산업 양성화로 스포츠·게임산업 활성
독점·총량제·환급률 등 정책개선도 필요
‘범죄수익환수제 활용’ 제재 실효성 높여야


2006년 바다이야기 사건이 발생한 뒤로 10년이 흘렀다. 그간 우리나라의 불법 도박시장은 연간 101조∼160조원 규모로 추산될 정도로 비대화됐고, 이 중 상당수가 불법 스포츠도박에 집중되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 운영자의 한낱 하수인이 수익금을 간수할 곳이 없어 마늘밭에 은닉한 돈이 70억원에 이를 정도이고, 불법 도박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헛발질해 승부를 조작하는’ 한심한 운동선수들도 생겨날 정도인데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합법 사행산업의 총량만을 규제하는 10년 전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이 비대화된 계기는 매우 간단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 발매는 총량규제의 제약에 묶여 고작 몇 분 만에 마감됐다. 월드컵 베팅을 향한 국민적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합법 스포츠토토는 스스로 불법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기 홍콩은 합법 사행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600조원에 이르는 아시아 도박시장의 맹주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는 불법 스포츠도박과 외국의 대형 베팅업체에 밀려 합법 사행산업까지도 사장될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반면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얻은 천문학적 수입은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고스란히 범죄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고, 상당수는 국외로 빼돌려져 자금세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한 스포츠 베팅은 ‘도박’ 또는 ‘중독’이라는 관점으로만 접근해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다. 최근 급성장한 스포츠도박의 저변에는 스포츠산업, 게임산업, 엔터테인먼트산업, 통신산업, 전자금융업, 전자상거래 등이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선 경제와 고용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신(新)산업일 수 있고, IT 강국인 우리 기술을 활용해 세계 도박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불법 도박 자체에 대해선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그 콘텐츠인 스포츠베팅산업에 대해선 다음과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강석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첫째, 종래 합법 시장에만 천착되었던 총량관에서 탈피해 불법 시장까지 아우를 수 있는 합·불법 통합 매출 총량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불법 도박에 대한 정례적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불법 시장을 합법 시장으로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현실적 정책 개발도 필요하다.

둘째, 불법 시장과 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도록 합법 사행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불법 시장 및 해외 시장과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세제, 환급률이나 베팅 방식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도 있다.

셋째, 모바일 시장 등 변화된 시장 환경을 반영한 대응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법정 제한요건을 충족하는 일부 온라인 불법 도박을 양성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불법 도박을 전담하는 범정부적 단속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불법 도박에 대해선 징역이나 벌금과 같은 전통적 형벌 외에도 범죄수익환수제도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제재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불법 도박시장의 규모가 100조원대를 넘어섰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도박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젊은이, 일확천금 외에는 희망이 사라진 장기취업준비생과 실직·퇴직자, 경기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재력가, 안전한 비대면 범죄대상을 찾는 범죄자들에게 불법 도박보다 나은 놀거리, 일자리, 투자처를 찾아주지 못한다면 어떤 형사정책적 대응방안을 마련하더라도 이들을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가능하다. 그러나 불을 잘못 다루면 화재라는 재난을 초래하지만 제대로 활용하면 인류문명이 진보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도박도 이를 잘못 다루면 패가망신과 망국을 초래할 수 있지만, 넘치는 도박 수요를 그 저변에 깔린 스포츠와 게임,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유도해낼 수 있다면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관련 산업을 부흥시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강석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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