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 서울체고·29명 창원공고 출신…‘명문고 파워’

입력 2016-06-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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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진-이현구(오른쪽).

스타선수들 활약, 후배들에 동기부여
서울체고 졸업생 정종진 “자부심 커”


경륜 관계자들은 “경륜 선수가 되는 게 어렵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선수가 중, 고등학교 때 사이클을 시작해서 경륜 선수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기 때문이다.

특히 특선급 선수로 자리 잡는다는 건 사법고시 합격보다 더 드문 확률이다. 해마다 20명 내외의 경륜훈련원 선수가 배출되지만 이 가운데 기록 테스트 미달과 졸업 후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한 하위권 5% 선수들은 짐을 싸야 한다. 아쉽지만 현실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는 벨로드롬에서 뛰는 선수들의 집단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 29개 팀선수들의 출신 고교를 조사했다. 선수 개인의 영향력을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출신 고교별 영향력을 엿볼 수 있었다. 전통의 경륜 명문고들이 앞자리를 차지했다.

서울체고가 33명의 선수를 배출해 1위였다. 김영섭, 양희천, 이욱동, 신은섭, 정종진, 정대창, 정정교(이상 특선급) 등이 소속 팀의 주축 선수로 뛰고 있다. 2위 창원기공은 29명의 졸업생이 있다. 최용진, 차봉수, 김종력, 이현구, 홍현기, 강진남, 김주동, 이승철, 윤민우, 주석진, 성낙송(이상 특선급) 등이 대표적인 선수다. 부산체고는 28명으로 조성래, 최해용, 배민구, 박성호, 천호성(이상 특선급) 등이 모교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27명의 경북체고는 최고참 원종배(51세, 선발급)가 앞서고 박일호, 김원진(이상 특선급)이 뒤를 따른다.

이밖에 23명의 의정부공고는 김주상, 김동관, 박성현, 윤현준(이상 특선급)이, 22명의 가평종고는 공민우, 김근영, 박대한, 유태복, 김용해(이상 특선급)이 경기 북부지역의 명맥을 잇는다. 미원고, 전라고, 동대전고, 광주정보(실업)고, 인천체고, 부천고, 양양고, 김해건고, 합덕(농)고 등도 각각 20명에서 10명까지 졸업생을 배출했다.

서울체고를 졸업한 슈퍼특선 정종진은 “1년에 한 두 차례 모임을 통해 사이클 명문고 출신으로서의 자부심을 확인한다.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 선배들이 있었기에 후배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체고와 창원기공은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고 있다. 지속적인 지원으로 좋은 선수가 몰리고, 이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져 다시 좋은 후배 선수들이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결과다.

창원기공 출신으로 2014 그랑프리 챔피언이자 현재 슈퍼특선인 이현구는 “창원기공 출신으로서 기쁘고 자랑스럽다. 많은 선배님들이 발판을 잘 만들어주신 덕분이다. 앞으로 더 좋은 후배들이 나와 경륜에서 멋진 활약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문 경륜 선수의 좋은 활약은 이처럼 후배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경륜전문가는 “현재 전국 남자 고교 사이클팀은 36개로 200명의 선수가 활동한다. 경륜선수의 출신고교는 30개 내외다. 어렵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도 있고, 모교 사이클팀이 해체된 경우도 있다. 고교 사이클팀은 재학생과 학부모, 동문인 경륜선수들에게 큰 자부심을 심어준다. 몇몇 경륜선수들의 지속적인 지원과 발전이 고교는 물론, 경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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