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인간관계 잃고 가정 파탄까지…일상이 송두리째 마비

입력 2016-06-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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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지능3계 2팀 박준 반장(가운데)과 팀원들이 불법스포츠도박 근절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포즈를 취했다. 스포츠동아DB

■ 경찰이 말하는 불법스포츠도박의 폐해

경제 범죄·이혼·아동학대 등으로 번져
중학생들 용돈 1만원씩 모아 베팅하기도
“갈수록 지능화…끝까지 범죄자 소탕할 것”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지능3계 2팀 박준(42) 반장은 불법 스포츠도박을 단속해온 베테랑 형사다. 지난해 8월 쇼핑몰 사이트로 위장한 1300억원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와 이를 운영한 한·중 연계조직을 적발하기도 했다. 박 반장은 “불법 스포츠도박은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하는 범죄다”면서 “한 번 빠져들면 일상의 모든 것이 마비될 만큼 그 폐해가 크다”고 말했다.


-불법 스포츠도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용자들이 범죄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참여한 일부 사람들은 ‘내 돈으로 내가 한 건데, 뭐가 문제냐’고 말하기까지 한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를 제외하고는 모든 스포츠도박은 불법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용자는 5년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고, 사이트 운영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단속현장에서 느낀 심각성은 어떤 수준인가.

“불법 스포츠도박을 하는 사람은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못한다. 도박을 하기 위한 돈이 필요해 거짓말을 해서 돈을 빌리고, 갚을 능력이 없어 인간관계를 유지하기도 어렵게 된다. 직업까지 잃기 쉽다. 심지어 제3의 금융기관에 의존하기도 한다. 경제적으로 몰락할 수 있고, 이 때문에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결혼한 경우 부부갈등은 물론 별거와 이혼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아동학대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리적으로도 자제력을 상실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멀어져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들의 상황도 심각하다는데.

“제 딸이 중학생인데, 일부 아이들이 불법 스포츠도박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 가슴이 미어졌다. 학생들이 같은 반 아이들에게 1만원씩 달라고 한 다음에 배팅을 한다더라. 그로 인해 얻은 돈을 1만3000원씩 나눠준다면서 20∼30만원을 번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어른들도 자제력이 없는데 청소년들은 오죽하겠나.”


-유명 연예인들이나 스포츠 선수들도 쉽게 유혹에 빠진다.

“베팅으로 돈을 조금 벌었다며 쉽게 단념하지 못한다. 처음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끼’에 불과하다. 불법 스포츠도박은 참여자가 절대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다. 처음부터 관심도 갖지 말고, 아예 손을 대지 않아야 한다. 돈을 잃는다 해도 절대 미련을 두어서는 안 된다.”


-불법 스포츠도박 단속의 어려움은 무엇일까.

“인터넷 사이트 주소나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 번호 등만 가지고 단속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운영자를 특정하기까지 2∼3개월이나 걸린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개설자들은 여러 개의 ‘대포계좌’를 사용한다. 이를 모두 파악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 큰 문제는 도박에 빠져 있거나 빠졌던 이들이 결코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련 범죄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지능화하고 교묘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안타깝다. 그래도 경찰은 끝까지 추적해 범죄자를 단속해갈 것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경후 기자 thisc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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