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이닝 최다패’ 양현종에게 무슨 일이?

입력 2016-06-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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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최다 87.1이닝 투구에도 최다패(7패) 불명예
고작 1승… 승리에 대한 조급함과 실점에 쫓겨

KIA 에이스 양현종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최다이닝’에 빛나는 투수가 ‘최다패’ 불명예 기록까지 안고 있다. 승리에 대한 갈증이 오히려 그를 옭아맸다.

양현종은 11일 광주 삼성전에서 9이닝 5실점하며 완투패했다. 시즌 2번째 완투패이자 9이닝 완투패는 처음이었다. 완투 2회가 모두 패배로 이어질 정도로 불운하다. 올 시즌 성적은 1승 7패 방어율 3.92. 팀 동료 지크 스프루일, SK 김광현(이상 5승7패)과 함께 최다패다.

그러나 양현종은 선발투수의 최고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이닝이터’ 면모를 보이고 있다. 87.1이닝으로 최다이닝 투구 1위다. 완투패 2번에서 나타나듯, 실점은 해도 끝까지 에이스 역할에 충실했다.

양현종은 지난해 방어율 2.44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투수라면 가장 욕심내는 타이틀을 가져갔다. 그러나 올해는 3.92로 방어율이 치솟았다. 피안타율도 지난해 0.232에서 0.261로 올랐고, WHIP(이닝당출루허용) 역시 1.24에서 1.32로 상승했다. 세부 지표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다소 기복이 있다. 11일 경기가 많은 점을 시사했다. 양현종은 2회부터 5회까지 매이닝 점수를 내줬다. 수비가 도와주지 못한 작은 부분들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소극적인 피칭이었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5회까지 피칭과 6∼9회 피칭은 전혀 달랐다. 5회까지는 맞지 않으려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그러면 볼이 많아지고 투구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양현종 정도의 구위라면 직접 맞붙어도 되는 상황이지만, 실점이 계속되면서 점점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공이 많아졌다. 조 수석코치는 “사실 누구와 붙어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공이다. 6회 이후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아무래도 현종이 스스로 조급함이 있는 것 같다. 자꾸 승리를 올리지 못하고, 실점은 나오면서 쫓기는 듯하다”라고 진단했다.

KIA 코칭스태프는 양현종이 6회 이후 보여준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 또한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1승에 그친 숫자 탓에 스스로 무너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양현종은 시즌 전 “좌완 최초로 3년 연속 15승을 이뤄보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4년 16승, 지난해 15승을 올렸다. 3년 연속 15승은 KBO리그 사상 5명만이 달성했는데 모두 우완투수였다. 신인 때부터 한국야구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었던 꿈을 이룰 기회였다.

올 시즌을 마치면 양현종은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다. 3년 연속 15승은 힘들 수 있지만 ‘FA 대박’을 위해선 조급함 없이 본래 모습을 찾아야 한다.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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