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올랜도 총기난사 둘러싼 클린턴-트럼프 간 공방 가열

입력 2016-06-14 1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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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올랜도 총기난사 둘러싼 클린턴-트럼프 간 공방 가열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발생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격 테러로 미국 정치계가 더 분열되는 모양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함께 대선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올랜도 게이클럽 테러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의 이민정책 실패를 규탄하면서 미국 내 무슬림 감시 및 불법이민자 차단을 촉구하고 나선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은 총기 규제 강화를 역설했다.

트럼프는 이날 뉴햄프셔에서 열린 국가안보 연설에서 “내가 당선되면 미국, 유럽 또는 우리 동맹국에 대해 테러를 벌였다는 입증된 역사가 있는 지역으로부터의 미국 이주를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랜도 총격테러범인 오마르 마틴에 빗대 “이런 잔인한 살인자와 똑같은 사고력을 지닌 수천명, 수만명의 사람들이 계속 우리 나라에 들어오게 놔둘 수는 없다”며 시리아 난민 수용 중단을 촉구했다.

대표적인 총기소유 옹호론자인 트럼프는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그 총기난사 용의자는 총기면허를 소지하고 있었고 오바마 대통령이 규제를 강화했더라도 신원조회를 통과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무슬림 커뮤니티는 자신들 내부의 문제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우리는 모스크를 강경한 태도로 감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기 소유 자체의 문제보다는 용의자의 급진 이슬람 성향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게 트럼프의 지적이다.

이날 트럼프는 경쟁자 클린턴에 대해선 “급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우리나라로 쏟아져들어오게 놔둘 것”이라며 “클린턴은 급진 이슬람주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어 “클린턴은 왜 효과적인 이민 체계가 갖춰지지도 않았는데 이런 위험한 국가 주민들의 이주가 늘어야 한다고 믿는지 설명하라”며 “클린턴은 미국민들의 총은 빼앗으려하면서 우리를 학살하려는 바로 그 사람들을 받아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근거 없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트럼프는 “이 나라는 단호하지도 똑똑하지 않은 사람(오바마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행동 방식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이라는 용어조차 사용하지 않는데 뭔가가 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할 수도 있을 텐데 아무튼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이든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날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유세에 나선 클린턴은 트럼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클린턴은 “올랜도 테러범은 죽었을지 모르지만 그의 머릿속을 더럽힌 바이러스는 살아있다”며 “우린 맑은 눈과 확고한 손, 흔들리지 않는 의지로 (바이러스를) 공격하고 우리 나라, 우리 가치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이어 “선동적인 반무슬림적 발언이나 무슬림 미국인, 무슬림 기업가와 관광객 또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위협하는건 자유를 사랑하고 테러를 증오하는 대다수 무슬림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클린턴은 이슬람 종교 전체를 싸잡아 극단적이라고 부르는 것에 거부감을 표하며 “한 종교를 악마화하거나 선동하지도, 전쟁을 선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쿠웨이트 정부에 대해 “극단주의 조직에 재정을 지원하는 국민들을 막는 것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클린턴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총기난사 용의자 오마르 마틴이 AR-15 계열 자동소총을 사용한 점을 거론, “그는 전쟁용 무기를 사용한 것”이라며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클린턴은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법률도 지켜야 하고, 총기로부터 사람들을 안전하기 보호하기 위한 상식적인 조치도 취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이 최상의 방법인지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닷컴 양주연 인턴기자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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