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끌려간 조선인 사기장…뒤바뀐 한·일 도자기 운명

입력 2016-07-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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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자기여행 (글·사진 조용준 ㅣ 도도)

‘규슈의 7대 조선가마’라는 부제를 달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자신의 미천한 출신을 감추고 다이묘들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차와 찻잔, 다도를 이용했다. 특히 고아하고 격조 높은 조선 찻사발을 몹시 갖고 싶어 했다고 한다. 임진왜란에 참여했던 다이묘들은 수많은 조선 사기장을 납치하고, 조선 도자기를 약탈해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의 도자기 예술을 크게 발달시키는 계기가 된다.

‘유럽 도자기 여행’ 3부작에 이은 ‘일본 도자기 여행’ 시리즈는 낯선 땅에서 더욱 절실하게 도자기를 빚었을 조선 사기장들이 일군 일본 최고의 가마와 그들의 후손이 이어가고 있는 조선 도자기의 전통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다룬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규슈 지방에서 이름난 조선 가마의 과거와 현재를 담고 있다. 규슈 지방의 조선 가마는 번주에게 바칠 헌상용품을 주로 제작하면서 기품과 특색이 있는 고급 도자기를 생산하는 가마로 전문화 되었다. 단정하고 기품이 넘치는 형상과 절묘한 유약이 조화를 이루는 다카토리야키, 도자기 표면에 유약이 자연스레 흐르는 듯한 아가노야키, 정교한 양각과 투각 기법으로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주는 미카와치야키 등은 지금까지도 일본 최고 수준의 가마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 사기장들의 삶과 그들이 만든 도자기를 조명하고, 우리 도자기와 일본 도자기의 뒤바뀐 위상에는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는지를 되짚어 보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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