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에 속았다 “…유사수신 범죄 64% 껑충

입력 2016-08-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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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금융사기 현황

가상화폐 등 새 금융기법으로 접근
협동·영농조합 가장한 사기도 판쳐
대포통장 사기는 20대 男 가장 많아


살기가 빡빡해지면 늘어나는 것은 사기다. 갈수록 금융관련 범죄가 지능화되고 규모도 커진다. 저금리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돈을 노린 사기가 많아졌다. 여기에 취업을 못하고 학자금 대출로 절박감에 몰린 청년들이 대포통장을 매개로 수렁에 빠지고 있다.


● 상반기 유사수신 범죄 집중 분석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1332)에 접수된 유사수신 건수는 총 298건. 지난해 같은 기간(211건)과 비교해 3.5배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가운데 구체적인 혐의가 있는 69건을 수사의뢰했다. 지난해는 25건이었다. 64.1%나 범죄가 늘어났다.

저금리·고령화·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미래가 불안한 사람들에게 유사수신의 달콤한 말은 매력적인 미끼다. 최근에는 잘 모르는 새 금융기법의 용어를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한다. P2P금융, 크라우드펀딩, 가상화폐(코인) 등이 사기의 소재로 등장했다. 비상장주식 등 증권투자, 의료기기나 완구 등의 제조·판매를 가장한 유사수신은 40%로 단골메뉴였다. 골드바 유통, 납골당 분양, 보석광산 개발, 수목장, 쇼핑몰 등을 이용한 형태도 많았다.

해외 불법다단계 업체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면서 투자를 유인하고 이종통화간 환율변동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내는 FX마진거래, 선물옵션 등 어려운 금융기법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고 속였다. 협동조합, 영농조합 등을 가장해 농작물 재배를 통한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투자를 유도했다.

인터넷에 크우드펀딩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25만원을 기부하고 2명의 기부자를 추천해 7단계까지 진행하면 2개월 만에 최대 35억원까지 기부할 수 있고 수십억 원의 돈을 벌 수 있다면서 자금을 모은 사례도 있다. 가상화폐 코인에 120만원을 투자하면 1000코인을 지급하고 향후 1코인 가격이 140만원까지 상승해서 투자금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다며 현혹한 사례도 있다.

상식선에서 판단해보면 문제점이 드러나지만 당한 사람은 많다. 시중금리를 생각했을 때 터무니없는 높은 이자를 제시하는 곳은 대부분 사기다.


● 대포통장은 젊은이를 노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5∼8월 등록된 대포통장 명의인 가운데 남성 65.6%(8476명), 여성 34.3%(4437명) 비율이었다. 이 가운데 20대 26.9%(3471명), 40대 23.1%(2982명), 30대 22.9%(2963명), 50대 17.2%(2218명) 순이었다. 20∼50대의 성인남성이 전체 대포통장 명의인의 58.6%(7569명)였다. 여성보다는 남성, 연령별로는 20대가 다른 계층에 비해 대포통장에 취약한 것은 최근 취업준비생을 범행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의 남성 가장이 고의적으로 통장을 양도하고자 하는 유인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이 대포통장에 이름을 빌려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출에 필요하다는 말에 속아 통장을 넘겨준 경우가 36.4%였다. ‘급전대출 알선’이라는 전단지에 결코 눈을 돌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간단 업무, 고수익 알바라는 유혹도 조심해야 한다. 그런 일을 지하철이나 길에 붙여 사람을 모집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좋은 일이라면 가족 친척에게 준다. 결코 모르는 사람에게 주지 않는다.

절박하지만 그래서 상식선에서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전자금융거래법은 대포통장 명의인에게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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