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청소년기 일탈…우리의 민낯을 보다

입력 2016-08-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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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왼쪽·성두섭 분)과 피터(손승원 분)가 손을 잡고 ‘유 앤 아이(You & I)’ 넘버를 부르고 있다. 두 사람만의 비밀스러운 연애를 표현한 장면이다. 사진제공|쇼플레이

■ 베어 더 뮤지컬

“한국에서 먹힐까” 의구심 날린 작품성
출연배우 완벽한 하모니…재관람 행렬

누가 뮤지컬 아니랄까봐 제목에 아예 ‘뮤지컬’임을 새겨 넣었다. ‘베어 더 뮤지컬(Bare the musical)’.

보는 이에 따라서는 상당히 불편한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 동성애, 마약과 같은 소재들이 비중 있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파격 대우를 받는 소재들이다. 여기에 외로움, 공허함, 질투, 사랑이 버무려진다.

제목의 ‘베어(Bare)’는 영어로 ‘벌거벗은’이란 뜻이다. ‘민낯’, ‘생얼’을 영어로 하면 ‘베어 페이스(bare face)’쯤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술자리에서도 쉽게 꺼내기 힘든 소재와 이야기들을 ‘까놓고’ 수면 위로 밀어 올린다. 헝겊 한 조각 걸치지 않은 날 것이다. 그것도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예상했겠지만 우리나라 작품은 아니다. 2000년 미국 LA에서 첫 무대를 올린 이후 영국, 필리핀, 호주, 벨기에, 캐나다, 페루에서 공연됐다. 지난해 한국에서 초연되며 총 8개국에서 막을 올린 작품이다. RTCC어워즈, LA위클리어워즈, 오베이션어워즈 등에서 수상해 흥행성 못지않게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지난해 초연 때 대파란을 일으켰다. “이런 소재가 한국에서 먹힐까”라는 일부 의구심의 눈길이 무색할 정도였다. 눈소문, 입소문을 타더니 마니아 관객들의 재관람 행렬이 이어졌다.


● 스프링어웨이크닝을 떠올리게 하는 위험한 사랑이야기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가 베어 더 뮤지컬의 무대. 주인공은 피터와 제이슨이라는 두 명의 남학생이다. 제이슨은 이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가는 속칭 ‘킹카’다. 모든 여학생들이 제이슨과의 데이트를 꿈꾼다. 키 크고 잘 생겼으며 운동을 잘 한다. 심지어 공부도 전교 1등이다.

제이슨과 피터는 동성의 연인이다. 두 사람은 선생님과 친구들의 눈을 피해 교제를 이어간다. 룸메이트인 이들이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은 이층침대가 있는 답답한 기숙사 방이다.

커밍아웃을 하자는 피터의 끊임없는 요청을 제이슨이 거부하면서 이야기가 급격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청소년들의 사랑이라고 어른들의 것과 다를 리 없다. 전교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 아이비는 제이슨에게 구애하고, 전교 2등 맷은 아이비에 빠져 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제이슨의 쌍둥이 여동생은 맷을 바라본다. 이 얽히고설킨 사랑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 있는 제이슨이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피터다.

베어 더 뮤지컬을 보면서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떠올린 사람들도 틀림없이 있을 것 같다. 비슷한 소재, 비슷한 배경, 청소년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역시 대단한 돌풍을 일으켰다. 조정석, 김무열, 강하늘, 육현욱, 오소연 등이 출연한 2009년 공연은 지금까지 전설로 회자될 정도다.

출연배우들의 기량이 전원 출중하다. 배역의 위치도 주연과 조연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다. 대놓고 하는 얘기는 대놓고 들어줘야 한다. 마음을 풀어헤쳐놓고 객석에 앉아 있다 보면 어느 틈에 청소년 시절의 우리들과 마주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보잘 것 없지만, 당시에는 우주와도 바꿀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랑을 했던 시절. 9월4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생활경제부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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