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황현탁 원장 “도박은 정신을 황폐화 시키는 질병…사회의 관심 필요”

입력 2016-09-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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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취임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황현탁 원장은 “도박은 개인이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스스로 치료할 수도 있지만, 국가가, 사회가 관심을 갖고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도박문제관리센터 황현탁 원장

11곳 센터에 81명 상담사·40개 병원과 협약
도박중독 유병률 5%이상…위험군 207만명
예방도 중요하지만 질병이라는 인식이 먼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함께 7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 3층 페럼홀에서 ‘제8회 도박중독 추방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매년 9월 17일이 도박중독 추방의 날이지만, 올해는 추석연휴와 겹친 까닭에 앞당겨 기념식을 치렀다. 도박문제관리센터는 도박 폐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증진과 도박중독 예방·치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9월 한 달간 다양한 캠페인도 진행한다. 도박중독 추방의 날을 맞아 도박문제관리센터 황현탁(63) 원장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행정고시를 거쳐 장기간 공직에 몸담았던 황 원장은 각국의 도박산업 현황과 도박 심리 등 이론에 해박한 ‘도박 전문가’로, 올 6월 취임했다.


-먼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설명해달라.

“2013년 8월 28일 설립돼 이제 3년 정도 됐다. 그동안 불모지에서 도박 예방과 치유활동을 위해 나름대로 기반을 잡으려고 애 썼지만, 아직 수요에 비해 미진한 점이 많다. 도박을 가볍게 오락으로 즐길 수 있어야 우리가 기능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데, 갈 길이 멀다. 센터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라 사행사업자가 내는 중독예방치유부담금(사행산업자의 전년도 순매출액×0.35)을 재원으로 운영된다. 본부를 비롯해 총 11곳의 센터가 있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1336 상담전화’를 통해 도박문제에 대한 정보제공부터 상담, 치유 등을 진행한다. 총 81명의 상담사가 있다. 40개 병원과 협약을 맺어 의료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도박중독자에게는 연간 80만원 한도 내에서 치료비도 지원한다. 도박문제는 치유보다 예방이 상당히 중요한데, 대중매체를 통한 홍보활동뿐만 아니라 직접 대상자들을 찾아가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연극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예방활동도 펼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황현탁 원장.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관리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거나 치유재활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어느 정도의 상태에서 문을 두드리는지 궁금하다.

“본인이 직접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와 주변인 등 가족이 하는 경우로 나뉜다. 본인이 직접 하는 경우,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경우가 많다. 가족 등 지인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주변 사람이 이미 눈치 챌 정도이니 심한 도박중독에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20세 성인 이상 약 3800만명 중 도박중독 유병률은 약 5.4%에 이른다. 207만명 정도가 도박중독 위험군에 속한다. 우리 센터를 찾는 사람은 연간 1만9000여명 정도다. 이 중 84%가 불법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고, 나머지 16%가 카지노 등 합법 사행산업 이용자들이다.”


-우리나라 사행산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이 중 불법 도박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합법 사행산업시장이 약 20조원, 불법 사행산업이 약 84조원, 총 104조원 정도로 본다. 복권, 스포츠토토,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소싸움 등 7개 합법 사행산업시장이 약 20조원인데, 매출총량제 시행 등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장외발매소 같은 것도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신설이 쉽지 않다. 반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불법 도박, 특히 불법 스포츠도박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스포츠동아는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함께 불법 스포츠도박 추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야기한대로 불법 스포츠도박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프로 각 종목은 승부조작 등으로 몸살을 앓는 등 폐해가 크다.

“남자들은 스스로를 스포츠 전문가로 인식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몇몇 프로선수들이 불법 스포츠도박에 연루돼 영구제명도 된 사례가 있었다. 연봉을 꽤 많이 받는 선수들이 불법에 연루되는 것을 보면, 불법 스포츠도박사업자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물불 안 가리고 선수들에게 접근하는지 알 수 있다. 엄중한 처벌과 함께 철저한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


-청소년들이 도박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작년에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270만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도박중독 유병률이 5.1%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 14만명이 인터넷게임과 스마트폰 등으로 인한 도박으로 위험한 상태다. 성인 유병률 5.4%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다. 더 심각한 것은 도박문제를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차원에서, 교육청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도박문제는 치유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어렸을 때부터 도박은 질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명절에 고스톱을 치는 모습은 결국 도박을 용인하는 풍토를 만들 수 있다. 사행사업장에 가면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이 따로 마련돼 있지만, 실제 어른들이 베팅하는 곳과 격리된 것은 아니다. 베팅 장소에는 엄격히 청소년 출입을 제한하는 등 관련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황현탁 원장.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도박중동 추방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도박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부지원센터에서 18일 프로축구단 FC서울과 연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갖는 등 전국 각 센터에서 도박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여러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센터만의 노력으로 도박중독의 예방이나 치유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합법 사행산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는 도박중독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하고, 사행업체들은 허가받아 영업을 하더라도 도를 넘어선 중독자에 대해선 자발적으로 계도활동을 벌여야 한다. 특히 도박문제는 합법 사행산업보다는 불법 스포츠도박 등 불법 사행산업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불법 도박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도저히 도박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불법 도박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뿐만 아니라 불법 도박을 하는 사람도 처벌하는 등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다. 우리 센터가 홍보를 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언론이 좀더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환기시켜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스포츠동아에서 연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으로서 재임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도박은 증상이 외부로 나타나지 않는 질병이다.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꼭 치료를 해야 하는 질병이다. 개인이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스스로 치료할 수도 있지만, 국가가, 사회가 관심을 갖고 치유해야 한다. 도박은 명의도용이나 횡령 등은 물론 절도, 상해, 살인 등 제2의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더 위험하다. 도박으로 인한 문제는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센터를 찾는 한 해 1만9000명 중에서 치유된 사람은 작년 기준으로 2700∼2800명 정도다. 전체 207만 중독자 중에서 0.5%밖에 안 된다. 외국의 경우 이 비율이 3% 정도까지 된다. 0.5%를 적어도 1% 정도로까지 올리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황현탁 원장


▲생년월일=1953년 7월 15일(경북 안동 출생)

▲출신교=안동고∼영남대 법학과∼영국 레스터대학원 매스컴학 수료

▲주요 경력=제15회 행정고시 합격(1974년), 전 외교부 주영한국대사관공보관, 전 국정홍보처 홍보기획국장, 전 외교부 주일한국대사관 홍보공사, 전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부회장, 전 사단법인 문공회 상임이사,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원장

▲주요 저서=도박과 사회(2010년), 사행산업론(2012년·이상 도서출판 나남), 그대가 모르는 도박이야기(2014년·깊은샘) 등 다수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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