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달빛궁궐’ 김현주 감독 “기쁨과 위안되는 작품 만들게요”

입력 2016-09-08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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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온 한국 만화는 다 봤어요. 특히 아기공룡 둘리를 가장 좋아했어요. 그걸 완전히 달달 외웠어요. 둘리가 하는 날이면 라디오 카세트로 녹음해서 계속 듣고 다녔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만화를 통해서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어린 시절 읽은 동화들이 성장해서 큰 위안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작품들을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스튜디오 홀호리’ 김현주 감독은 황무지 같은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달빛궁궐’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첫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 김현주 감독에게 이번 작품은 새로운 도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국내 관객과 만나는 긴장된 순간이기 때문이다.

‘달빛궁궐’은 낮에는 평화롭던 궁궐에서 어느 날 밤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신비로운 모험을 흥미롭게 담아낸 작품. 인간은 들어갈 수 없는 신들의 세계, 다양한 모습의 정령들, 시간을 움직이는 열쇠 등 지금껏 볼 수 없던 판타지 세계에서 펼쳐지는 13살 소녀의 모험이 주된 스토리다.

김현주 감독은 ‘달빛궁궐’ 기획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시나리오만 7번을 거쳐 작성하고, 각색 작가의 도움을 받아 10번이 넘는 수정과정을 거쳤다. 기본 스토리가 탄탄해야 그만큼의 결과물이 나온다는 엄격한 기준을 바탕으로 수많은 작업을 해냈다.

“2005년도에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창작 작가로 활동했어요. 당시 기획한 내용이 연작이 되면서 창덕궁에서 야생동물도 만나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했죠. 주변에 조언도 많이 구했어요. 중간에 스토리가 바뀌면 혼란스럽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야기가 고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스토리를 가다듬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수많은 수정을 거치면서 캐릭터 분량의 변화도 있었다. 극중 다람이는 주인공 현주리에게 도움을 주는 캐릭터로 극의 마스코트 같은 역할을 맡았다.

“다람이 분량이 굉장히 늘어났어요. 원래 주인공을 돕는 동물을 딱따구리와 쥐, 두 마리로 했었거든요. 자격루의 12지신에서 쥐 한 마리 때문에 소란이 일어난다는 콘셉트를 적용하면서 다람이의 분량이 늘게 됐죠. 단순히 분량만 늘어난 게 아니라 현주리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전달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죠.”


시사회 이후 ‘달빛궁궐’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꼽히는 장면은 바로 ‘규장각’ 모험 장면이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이 날아가는 장면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규장각 장면은 박물관에서 책걸이 그림을 보고 반해서 넣게 됐어요. 그림을 보면서 판타지한 시각적 경험을 녹여내면 어떨까 생각했죠. 보기에 화려한 만큼 작업하는데도 가장 애를 먹은 부분이었어요. 특히 그 장면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져요. 주인공 역시 변화를 겪으면서 더욱 씩씩해지는 변곡점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김현주 감독이 ‘달빛궁궐’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특성상 학생 관객층이 많지만 성인도 즐길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애니메이션이라 관객층이 부모님과 학생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주인공 현주리 같은 어린 학생들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면서 ‘내게 맞는 자리가 뭘까’라는 고민을 해소해주고 싶어요. 현주리와 다람이도 그런 고민을 하는 캐릭터거든요. 자신의 가치나 자존감을 크게 가져야 한다는 주제를 직접 느꼈으면 해요.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죠.”


‘달빛궁궐’은 대세 배우들의 합세로 작품의 보는 맛과 듣는 맛을 더했다. 김서영 전문성우를 바탕으로 배우 이하늬, 권율, 김슬기 등이 합류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서영 성우는 워낙 베테랑이라 배역을 완벽히 소화했어요. 배우 분들도 성우로 추천했어요. 배우들의 색깔이 더해졌을 때 작품의 색을 해치지 않고 활력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캐스팅할 때도 인지도보다는 배우 자체가 가진 색깔과 매력을 중시했어요. 결과적으로 이하늬, 김슬기, 권율 배우가 참여했죠. 이하늬 씨는 엔딩 크레딧 곡을 직접 가야금으로 연주해서 분위기를 더 살려줬어요. 다음에는 더욱 다양한 분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7일 개봉한 ‘달빛궁궐’은 추석 시즌을 앞두고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창덕궁, 낙선재 등 우리나라 전통 문화 유산과 리얼한 액션과 전통 한국 무용 등을 담았지만 개봉 전부터 때 아닌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비슷한 캐릭터와 배경으로 예고편 공개 때부터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창작자에게 표절이라는 지적은 굉장히 큰 공격이고 도전이거든요. 작품을 안 본 상황에서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지브리’ 같다는 의견은 상당히 당황스러웠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제 그림과 미야자키 하야오 그림이 확실히 다르거든요. 한편으로는 한국 애니 감독으로 책임감도 느껴요. 그만큼 요즘 관객들이 국내보다 일본 애니를 더 많이 본 세대니까요.”


김현주 감독은 지난 2005년 설립한 스튜디오 홀호리에서 꾸준히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사실 ‘달빛궁궐’의 주인공 ‘현주리’는 김현주 감독의 자전적 캐릭터이기도 하다. 앞서 출간된 동화책 ‘베개아기’와 ‘우산과 미꾸라미’ 등에서 현주리 캐릭터가 꾸준히 등장한다.

“사실 제가 단편 애니메이션 할 때부터 자전적 캐릭터로 삼았어요. ‘현주리’는 원래 집안 어른들이 절 부르던 이름이고요. (웃음) 굉장히 부끄럼을 많이 타면서도 엉뚱한 짓을 해서 사고 치던 제 경험으로 캐릭터를 구축했어요. 동화 속 내용도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죠. 다음 작품은 타임슬립을 주제로 한양도성 여행을 기획 중이에요. 앞으로도 현주리 캐릭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대중과 만나려 해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스튜디오 홀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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