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무한상사’, 쓸데없이 고퀄리티였던 팬 서비스

입력 2016-09-12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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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이 ‘무한상사’ 드라마화까지 성공시키며 차례차례 자신들이 내뱉은 말들을 실현 중이다.

‘무한도전’은 지난 3일과 10일 약 2주간에 걸쳐 김은희 극본, 장항준 연출의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편을 선보였다. 크게 스릴러의 구조를 차용한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무한상사’와는 전혀 다른 색깔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이었을까. 이번 ‘무한상사’는 ‘시그널’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의 작품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극히 무난한 전개를 택했고 ‘무한도전’ 멤버들의 어색한 연기가 몰입을 방해하곤 했다. 그야말로 ‘무도’의 오랜 시청자로서의 애정으로 봐야 했던 작품이었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이번 ‘무한상사’ 편을 그들이 10년이 넘은 세월 동안 꾸준히 해온 도전의 맥락에서 이해하면 이런 허술함을 눈감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이번 도전은 진정으로 순수한 ‘도전’이었을까.


이번 ‘무한상사’ 편에 특별 출연한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쿠니무라 준, 김환희 (곡성), 김혜수. 이제훈, 김원해 (시그널), 손종호, 김희원, 전석호 (미생)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더해 권 전무 역으로 빅뱅 지드래곤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이 라인업을 보고도 ‘무한도전’ 멤버들이 ‘전문 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연기를 펼쳐준 것만으로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특별 출연 라인업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다. ‘무한도전’이 영화, 드라마 등을 통틀어 올해 가장 화제가 됐던 캐릭터와 유행어들을 이번 ‘무한상사’ 에피소드에 억지로 녹여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곡성’에 출연한 쿠니무라 준 (마키상)의 집 앞에서 ‘곡성’에서 효진 역을 맡은 김환희가 하하와 정준하 앞에 나타나 “뭣이 중헌디”를 외치고 지드래곤이 박명수와 광희 앞에서 영화 ‘베테랑’ 속 유아인의 대사인 “어이가 없네”를 완벽하게 흉내 낸 것을 보라. 재주는 곰이 부리고 결실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꼴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프로그램이 지난 10년 동안 쌓아올린 업적과 작은 콩트에서 시작된 콘텐츠를 이만큼 확장시킨 것에 대해 평가절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이번 도전은 분명 아쉽다.

도대체 언제부터 ‘무한도전’이 온갖 인맥을 동원해 그럴듯해 보이는 결과물만 내놓는 프로그램이 되었나. 지금까지 시청자들이 사랑해 온 ‘무한도전’은 다소 부족한 결과를 내놓더라도 진심을 다한 도전 과정으로 언제나 감동을 안겨준 프로그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무한상사’ 편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어느새 국민 예능이 되어버린 ‘무한도전’의 안일함이 만들어 낸 쓸데없이 고퀄리티였던 팬 서비스에 불과하다.

사진제공 | MBC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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