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설’ 난무한 선거…더 무거워진 ‘체육대통령’의 어깨

입력 2016-10-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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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장 이기흥.  송파|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치러진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그동안 치열한 선거운동을 펼친 5명 후보자와 지지자들은 일찌감치 올림픽홀 정문에 도열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선거인단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어깨띠와 연호는 없었지만, 올 3월 구 대한체육회와 구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이후 사실상 첫 통합 체육회 수장을 뽑은 이번 선거는 정당의 전당대회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과거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소수 대표자의 투표로 진행됐으나, 이번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인단이 참가했다. 2013년 2월 선거 때는 54명의 대의원 투표로 회장을 선출했지만, 이번에는 대한체육회 대의원 62명, 회원종목단체 710명, 시·도체육회 278명, 시·군·구체육회 355명 등 선거인단이 총 1405명에 이르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진행된 선거운동과 투·개표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후보자 5명의 열띤 경쟁만큼이나 이번 선거의 진행과정에선 각종 ‘설’이 난무했다. 후보 등록 이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았다. 선거운동 종반부에는 그 ‘특정 후보’가 A에서 B로 바뀌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이날 후보자들의 공식 소견 발표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됐다. 또 모 후보는 내년 대통령선거의 ‘잠룡’으로 꼽히는 유력 정치인의 사람이라는 내용까지 돌았다. ‘체육인들의 축제’가 되어야 할 ‘체육대통령’ 선거의 후유증이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근거다.

후보자 5명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듯 대한체육회는 자율·독립성 확보, 재정 확충,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 발전, 체육인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올 3월 양 단체의 물리적 통합 이후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화학적 통합도 마무리해야 한다. 강영중 전 대한체육회 공동회장은 “통합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맞는 말이다. 이번 제40대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출된 이기흥 신임 회장의 어깨는 유난히 더 무겁다.

1920년 7월 출범한 조선체육회를 모태로 하는 대한체육회는 올해로 창립 96주년을 맞았다. 이제 한국체육은 지나온 100년을 되돌아보며 다가올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 새로 당선된 이기흥 회장이 그동안 반목과 불신이 만연했던 대한체육회를 하나로 만들고, 우리나라가 스포츠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올림픽공원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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