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 양두봉 대표이사 “얼어도 점화되는 버너, 콜맨 115년의 힘”

입력 2016-10-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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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년 전통을 자랑하는 글로벌 캠핑 브랜드 콜맨 한국지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양두봉 대표. ‘전통의 힘은 품질에서 나온다’는 양 대표는 “우보산행의 자세로 천천히, 그러나 멀리 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콜맨코리아

■ 콜맨코리아 양 두 봉 대표이사

10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브랜드의 수장을 맡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아니, 그보다 한 브랜드가 100년 동안 한결같이 고객의 사랑과 신뢰를 쌓아올 수 있었던 근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양두봉(49) 대표는 지난해부터 115년 전통의 글로벌 캠핑 브랜드 콜맨 한국지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아웃도어에서 밥 좀 먹었다는 사람치고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양 대표는 아웃도어 분야에서만 20년 넘게 일한 아웃도어 전문가이다. 1993년 나이키코리아에 입사해 10년간 신발사업부를 책임졌고 고어코리아, 푸마코리아 등 글로벌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영업 총괄 이사직을 역임했다.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에서 만난 양 대표는 “나이키 때는 길 가는 사람들 신발만 보이더니 요즘은 텐트, 테이블, 의자만 눈에 들어온다”며 웃었다.


변치않는 품질 하나로 전통 지켜내
아웃도어 시장 위축? 욕구는 여전
캠핑 문화 하나씩 선도해 나갈 것



- 캠핑의 계절 가을이 왔다.

“신제품은 4월에 가장 많이 나온다. 캠핑 매출은 4∼8월이 피크다. 사실 가을은 조금 내려가는 시기인데 올해는 추석 끝나고 특이하게 매출이 많이 올라갔다. 가을은 가을만의 정취가 있지 않나. 캠핑, 가야 한다.”


- 캠핑장에 가 보면 콜맨 텐트제품이 제법 눈에 띈다. 콜맨의 고향인 미국에 다녀온 사람들은 “캠핑용품 파는 곳 가면 콜맨밖에 안 보인다”라는 얘기를 하곤 하는데.

“미국인에게 콜맨은 생활용품처럼 친근한 브랜드이다. 그것도 100년이 넘도록. 미국에서는 캠핑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그냥 ‘아웃도어’라고 한다. 야외활동이 다 아웃도어다. 예를 들어 주택에 주로 살고, 녹지가 많다보니 바비큐를 많이 하게 되는데 바비큐장비, 테이블, 의자는 기본이다. 미국인들에게 콜맨은 생활용품이자 가구 개념인 것이다. 영화에서도 많이 나오지만 집집마다 현관에 랜턴도 필수적으로 갖춰놓고 있다.”


- 콜맨의 역사가 무려 115년이다. 말이 115년이지 특정 브랜드가 이 만한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콜맨이 100년이 넘는 전통과 역사를 쌓을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을까.

“품질이다. 불탄 차에서 나온 아이스박스가 멀쩡하고, 해저에서 발견된 랜턴의 불이 켜졌다. 강추위 속에서 캠핑을 하는데 다 얼어붙고 콜맨제품만 작동했다는 경험담을 갖고 있는 동계캠퍼들도 많다.”

얼어붙은 상태에서도 점화되는 콜맨 투버너. 사진제공|콜맨코리아



- 글로벌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를 두루 거치셨다. 글로벌 브랜드를 한국에서 전개하면서 느낀 한국시장만의 특징이 있다면.

“한국의 유통시장과 소비자는 다르다는 점을 해외 본사를 상대로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은 대리점 시스템이 있다. 본사에서는 이걸 이해하지 못한다. 직영점 외의 대리점 시스템은 우리시장만의 독특한 구조다. 또 한국소비자들은 눈높이가 높다. 매장환경이 깨끗하고 세련되어 있어야 구매로 이어진다. 아무리 글로벌 브랜드라고 해도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사업을 접고 철수한 곳이 많다. 한국은 굉장히 어려운 시장이다.”


- 아웃도어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하는데.

“위축된 것은 맞지만 실은 ‘옷 시장’이 위축된 거다. 2005년만 해도 아웃도어 브랜드가 몇 개 없었다. 돈이 된다고 하니까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아웃도어 시장이 피크를 찍고 다운되고 있는 것은 맞다. 정리 수순이라고 본다.”


- 캠핑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일본을 보면 90년대 중반에 버블경제가 훅 꺼졌다가 2002년경 최하위를 찍고 다시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우리도 다시 올라가지 않을까. 아무리 위축이 되어도 사람들의 욕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국민소득이 3만불이 넘어가면 아웃도어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좀 빨리 왔다가 정리되는 것이라 본다.”


- 콜맨코리아의 올해와 내년 목표는 어떤 것인가.

“콜맨의 기업 분위기는 원래부터 매출을 확 올려보자는 식이 아니다. 천천히, 하나씩 다지면서 캠핑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우보산행(牛步山行)이랄까. 빨리 가기보다 천천히 함께 호흡을 맞춰서 멀리 가기를 희망한다.”


● 양두봉 대표이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콜맨코리아 대표이사꺠(2015∼) ▲푸마코리아꺠(2012∼2013)꺠▲고어코리아(2005∼2012)꺠▲나이키코리아꺠(1993∼2005)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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