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희망의 아이콘’…굿바이~박세리

입력 2016-10-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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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5년 골프인생 마무리한 공식 은퇴경기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인사하며 눈물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희망의 아이콘으로 때로는 골프여왕으로. 25년 동안 골프채 하나로 감동과 환희, 꿈과 희망을 선물해준 박세리(39·하나금융·사진)가 팬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13일 오후 4시10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1라운드가 열린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파72)의 18번홀. 박세리가 그린으로 올라오자 기다리고 있던 팬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박세리는 이날 25년 골프인생을 마감하는 공식 은퇴 경기를 치렀다. ‘골프여왕’ 박세리는 이제 역사가 됐다.

떠나는 골프여왕은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18번홀에서 티샷을 하기 전, 박세리의 눈에선 이미 눈물이 흘러내렸다. 페어웨이를 걸으며, 그린으로 올라설 때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박세리는 한국여자골프를 이끌어온 개척자이자 역사다. 그는 ‘희망의 아이콘’이었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기적으로 이룬 우승은 IMF 금융위기에 시름하던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줬다. 그날의 잊지 못할 감동은 18년이 흐른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대전이 고향인 박세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골프선수의 길을 걸었고, 아마추어 시절부터 재능을 보이며 국내 1인자가 됐다. 1996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가 됐다. 스무 살도 되지 않았던 박세리는 이내 국내무대를 평정했고, 1998년 미 LPGA 투어로 진출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갔다.

LPGA 진출 이후엔 한걸음씩 역사를 쌓아갔다. 1998년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을 신고한 뒤 2010년 벨마이크로 챔피언십까지 19년 동안 통산 25승(메이저대회 5승)을 거뒀다.

박세리는 골프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놨다. 고급스포츠로 여겨졌던 골프가 대중스포츠로 자리 잡아가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줬고, 국내에 골프붐을 일으키며 세리키즈를 탄생시켰다.

2007년에는 한국을 넘어 세계 여자골프에도 이정표를 남겼다. 한국인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LPGA 역사상 24번째였고,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였다.

지난 8월에는 골프인생의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박인비, 김세영, 전인지, 양희영을 이끌고 116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무대에 섰다. 박인비의 금메달까지 더해지며 또 한번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1999년 US여자오픈 우승 당시 박세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화려했던 골프인생만큼 그의 퇴장은 아름다웠다. 19년 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가장 먼저 아버지 박준철씨를 안고 기쁨을 나눈 것처럼 이날도 ‘영원한 스승’ 아버지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공식 은퇴식이 시작되자 18번홀 그린에는 25년 골프인생을 담은 영상과 노래 ‘상록수’가 흘러나왔다. 마지막 인사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골프여왕을 위한 선물이었다.

박세리는 더욱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흐르는 눈물을 닦고 또 닦았지만 마르지 않았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다. 너무너무 행복했고, 축복을 받으며 떠날 수 있어 행복하다.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지금의 박세리가 있었다. 나를 보고 골프를 시작한 선수들을 ‘세리키즈’라고 부르지만, 앞으로 또 다른 키즈가 나와 대한민국의 골프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면서 “이젠 나는 골프선수 박세리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마지막 인사와 새로운 다짐을 전했다.

골프여왕 박세리는 떠났다. 그러나 한국여자골프를 세계 최강으로 이끈 그녀의 업적과 공로는 골프팬들의 가슴속에서 ‘가장 위대한 골퍼’로 남아 있다.


박세리

▲1977년 9월28일생(만 39세)
▲1996년 프로전향 (LPGA 진출 1998년)
▲국내 14승(아마추어 6승 포함)
▲해외 25승(메이저대회 5승 포함)
▲LPGA 신인상(1998년) 미국골프기자협회 올해의 선수(1998년) 베어트로피(2003년) 헤더파어워드(2006년)
▲체육훈장 맹호장(1998년) 청룡장(2010년)
▲한국인 최초 명예의 전당 입회(2007년·30세1개월15일)
▲통산상금 1258만3713달러


● 박세리 우승 일지 (통산 25승)

▲1998년(4승)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첫 우승) US여자오픈 제이미파클래식 자이언트이글클래식.
▲1999년(4승) 숍라이트클래식 제이미파클래식 삼성월드챔피언십 페이지넷챔피언십.
▲2001년(5승) 유어라이프클래식 롱스드럭스챌린지 제이미파클래식 브리티시여자오픈 AFLAC챔피언십.
▲2002년(5승) 오피스데포챔피언십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베시킹클래식 모빌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CJ나인브릿지클래식.
▲2003년(3승) 세이프웨이핑 칙필A채리티 제이미파클래식.
▲2004년(1승) 미켈롭울트라오픈.
▲2006년(1승)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2007년(1승)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
▲2010년(1승) 벨마이크로클래식

인천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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