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인터뷰’ 김수용, 다중이 연기의 끝판왕

입력 2016-11-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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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캐릭터 분석에 능한 배우 김수용이 뮤지컬 인터뷰에서 다중인격자 싱클레어를 맡아 황홀할 정도로 멋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다중인격 싱클레어 역 1인 다역 반전 연기 압권
대본에 없는 부분까지 분석…역시 캐릭터 장인

꽤나 연극적인 뮤지컬, 인터뷰.

올해 초에 ‘조용히’ 초연무대를 올릴 때만 해도 큰 관심이 없었다. 제목부터 딱히 끌리지 않았다. 인터뷰는 기자들에게 밥을 먹는 행위나 그게 그거다. 나 하기도 바쁘고 번잡스런 인터뷰를 굳이 남이 하는 것까지 찾아가 봐야하나 싶었다.

물론 농담이다.

뮤지컬 인터뷰는 ‘조용히’ 시작했지만 이후의 행보는 결코 조용하지도, 더디지도 않았다. 작은 무대용 작품임에도 힘이 셌다. 올해 상반기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첫 막을 올렸는데, “괜찮다”는 입소문이 빨리 났다. 이건명, 김수용, 조상웅, 문진아 등 소극장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배우들의 출연도 눈길을 끌었다.

인터뷰는 처음부터 해외진출을 노린 작품이 아닌가 싶다. 지난 9월에 일본 도쿄에서 공연했는데 반응이 좋았는지 내년 1월에 또 한다는 소식이다. 2월에는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로 나간다.

뮤지컬 인터뷰는 베스트셀러 추리소설인 ‘인형의 죽음’을 쓴 유진 킴이라는 작가와 작가 지망생 싱클레어간의 인터뷰를 다룬다. 보조작가를 구하는 유진 킴을 위해 출판사에서 보낸 싱클레어가 면접(인터뷰)을 보려고 유진 킴의 집필실 현관 벨을 누르면서 극이 시작된다.

까칠한 작가와 순둥이 작가 지망생의 취업면접 인터뷰가 조금은 지루하게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극은 순식간에 반전을 일으키며 가속페달을 밟는다. 10년 전 벌어졌던 ‘오필리어 살인사건’이 소환되면서 싱클레어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 ‘캐릭터 분석가’ 김수용의 진가가 드러난 무대

초연에 이어 재연무대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김수용은 싱클레어를 맡았다. 싱클레어이자 맷이며, 지미다. 심지어 이름이 없는 인물(노네임)이기도 하다. 김수용이 맡은 싱클레어는 흔히 다중인격으로 불리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지닌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장애는 한 사람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인격상태가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성장시기에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에서 발견되기 쉽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싱클레어라는 인물의 연기가 만만치 않겠다는 상상이 갈 것이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부터 입만 열었다 하면 욕지거리를 해대는 거칠고 무식한 남자, 싱클레어 속의 모든 인격체들을 냉철한 눈으로 감시하며 판단하고 지휘하는 이름없는 인물까지 김수용은 그야말로 ‘바쁘다 바빠’ 연기를 펼쳐 보인다.

때로는 웃음이 나고 때로는 소름이 돋는다. 인물 간의 대비가 극적이다. 콘트라스트가 강렬한 보도용 흑백사진을 보는 것 같다.

김수용은 원래 캐릭터 분석에 강한 배우 중 한 명이다. 배우들마다 캐릭터를 분석하는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다. 김수용은 이미지 분석을 좋아한다. 스포츠 선수들의 이미지 트레이닝과 비슷하다. 캐릭터를 머릿속에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끈기있게 조각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대본에 없는 부분까지 포함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화장실에서 어떤 자세로 볼 일을 볼 것인가까지 고민하는 식이다.

그런 김수용도 이번엔 꽤 고전하지 않았을까. 캐릭터 하나 만드는 것도 집요하게 파고들어 답이 나와야 만족하는 사람인데 이번엔 1인 다역이다. 그것도 닮은 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금성인과 지구인만큼이나 다른 인물들이다.

‘캐릭터 분석가’ 김수용이 빚은 다중이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이 드는 작품이다. 27일까지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그나저나 마지막 장면이 참 근사하다. 이렇게 마무리할 아이디어를 어디서 어떻게 얻었을까.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추정화의 솜씨다.

생활경제부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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