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광장·스타③]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다시 만난 세계’로

입력 2016-12-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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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전인권. 동아닷컴DB

■ 광장에서 불린 노래들, 그 변천사

엄혹했던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를 외치는 곳에선 비장한 노래가 불렸다. ‘독재 타도’를 외치던 1970년대는 찬송가나 민요 등을 개사한 ‘우리 승리하리라’나 가곡 ‘선구자’ 등이 불렸다. 김민기가 쓰고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도 대표적이다.

민주화운동의 열기가 뜨거웠던 1980년대에는 비장한 느낌의 단조 행진곡이 주를 이뤘다. 1982년 나온 ‘임을 위한 행진곡’은 여전히 민주화의 상징곡이 되고 있다. ‘농민가’ ‘단결투쟁가’ 등에도 치열한 투쟁의 비장함이 스몄다. 1987년 6월 항쟁 전후 ‘광야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이 서정적으로 흐르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중반을 지나며 운동세력의 기반이 약화하면서 잊혀져 갔다.

2008년 광우병 사태는 대중가요를 불러들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조문을 노랫말 삼은 ‘헌법 제1조’가 등장해 회자되며 인순이의 ‘거위의 꿈’이 울려 퍼졌고, 양희은은 ‘상록수’를 부르기도 했다.

최근 촛불집회에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 아이돌 노래에서부터 십센치 ‘아메리카노’, 전인권 ‘걱정 말아요 그대’ 등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승환·전인권·이효리가 부른 ‘길가에 버려지다’라는 ‘국민위로곡’이 탄생됐고, 산이와 DJ DOC는 각각 ‘나쁜 X’, ‘수취인 분명’으로 시국에 일갈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노랫말의 세월호 추모곡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19일 150만명의 시민이 오후 8시 일제히 1분 동안 촛불을 끄며 저항을 표하는 순간 광화문광장에 울려 퍼지며 감동을 자아냈다.

이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출발한다. 광장의 요구를 공감의 축제 분위기로 이끌며 대중에게 친근한 노래를 부르게 했다. 가사를 바꿔 노래하고 디지털 음원을 통해 그 음원이 확산되는 것도 새로운 양상이다.

강태규 대중음악 평론가는 “많은 시민이 현재 사태를 상식의 논리로 바라보며 평화적 저항의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서 대중가요가 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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