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톡 진단&전망](3)SK-‘뻥야구’와 레임덕의 2016년

입력 2016-12-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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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런 2위인데 타점·득점 9위?
- 켈리만 야구한 SK, 용병농사 망했네
- 타 팀 감독 사전접촉설, 레임덕 불가피
- 김광현 잔류, 4년 최소 85억원 계약
- 힐만 감독은 무슨 야구를 할까?


스포츠동아는 KBO리그 10개 구단의 2016시즌을 되돌아보고, 2017년과 그 이후를 전망하는 시리즈 ‘LIVE톡 진단&전망’을 연재한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기사형식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구성으로 야구담당 기자들이 인터넷 채팅을 통한 자유로운 발언으로 토해낸 내용을 편집 없이 날 것 그대로 담았다. 3회는 SK 담당 이명노 기자가 이재국(차장), 김영준·이경호·홍재현·강산·고봉준 기자를 대화창에 초청했다.


●홈런의 팀 SK는 왜 실패했나?

이명노(이하 노)=SK는 올해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 왕조의 모습은 더 이상 없네요. 다소 늦었지만 세대교체도 진행 중입니다. 시즌 종료 후엔 김용희 감독 대신 외국인감독 트레이 힐만을 영입했고요. FA(프리에이전트) 김광현은 잔류시켰습니다. 올해 결산부터 해보죠. 세부지표에 비하면, 6위라는 성적은 다소 이해가 안 가는 성적이죠?

이경호(이하 호)=SK는 팀 홈런 182개로 1위 두산(183개)에 비해 딱 1개 부족했어요. 굉장한 파괴력을 가진 타선인데…. 득점을 보면 753점으로 두산의 935점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큽니다. 경제적인 공격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데이터로 확 보여집니다.

홍재현(이하 홍)=홈런이 182개인데 타점이 kt(639점)에 이어 가장 적은 715타점이더라고요.

호=홈런타자가 많은 타선인데 희생번트도 굉장히 많았네요. 71개로 삼성, 한화에 이어 리그 3위에요. 이렇게 번트도 많이 댔는데 득점을 못했어요.

강산(이하 산)=득점권 타율이 리그 꼴찌(0.276)였어요.

노=상당히 기형적인 지표입니다. 응집력이 부족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김영준(이하 준)=안에서도 설명을 못하는 것 같아.

호=시즌 중반 다른 팀 코치랑 이야기를 나눴는데 잠실에서도 문학 스윙을 한다는 지적을 하더군요.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 스윙을 잠실에서도 한다.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분석이에요.

고봉준(이하 봉)=대포는 많았는데 점수를 못 뽑았다는 점은 테이블세터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보입니다.

홍=재미있는 건 지난해부터 김용희 감독은 기동력의 중요성을 피력했다는 거죠. 그런데 막상 팀 구성은 거포로만 이뤄졌어요.

노=그건 김용희 감독이랑 구단의 생각이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구단은 문학을 홈으로 쓰니 홈런 팀으로 변모해야 한다. 김 감독은 결국 꼬리를 내리고 “선수단이 이런데 어쩔 수 있나”라고 했죠.

산=도루도 8위(89개)였어요. 도루성공률이 60%가 안 되는 팀은 SK가 유일했네요. 득점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시스템 야구를 천명했는데 결과는 ‘뻥야구’였죠.

노=라인업에 뛸 타자가 없었어요. 무엇이 이상적인 타선인가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네요.
이재국(이하 국)=문학이 타자친화적이고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라 방향을 그쪽으로 잡은 건 맞다고 보지만, 모든 선수가 홈런타자이고 4번타자 스타일의 팀은 1점차 승부에서 또 어려움을 겪게 되지. 스트라이커만 10명 갖다놓는다고 축구에서 이기는 게 아니듯이.

노=메시 10명으로 뛴 건가요? ㅎㅎ 아무튼 모든 선수가 홈런타자이고 4번타자다, 반성할 대목이네요 SK가.

홍=부상 선수가 나왔을 때 이를 대체할 백업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결국 잘 치는 정의윤에게만 매달리는 상황이었잖아요.

국=경험 많은 선수가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김강민과 박정권이 부상과 부진을 오래 겪은 것도 올해의 악재였죠.

준=이래서 벤치의 매니지먼트가 중요한 듯. 승부처를 집어주는 건 데이터 밖의 영역이거든.


●선발진 붕괴, 왜 라라를 데려왔을까?

노=타격 얘기는 이쯤 할게요. 투수력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팀 방어율 3위(4.87). 선발과 불펜 각각으로 보면 4위로 선전했어요.

국=세든이 생각만큼 못해준 게 컸죠. 김광현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규정이닝 채운 선수가 켈리 하나였으니까 마운드가 불안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었죠.

산=외국인 선발 하나가 무너진 공백은 무시할 수 없어요.

노=올핸 진짜 켈리 혼자 야구했어요. 200이닝 던지고 9승밖에 못했지만(김광현이 11승이나 하는 사이에). 선발진 무너진 건 세든이 나가고, 김광현이 부상으로 빠지고…. 갑자기 연쇄적으로 무너졌어요. 그리고 웬 연습생 같은 투수 라라가 왔죠. 라라 영입은 어떻게 보세요? 전 그냥 거기서 시즌 버렸다고 봤는데.

산=좌완 파이어볼러 외에 매력이 전혀 없었어요.

호=이 부분은 김용희 감독 영역 밖인데요. SK야말로 프런트 야구를 추구하는 팀이잖아요. 그 타이밍에 온 투수가 라라…. 그래서 말이 많았죠.

노=전력 관련해서 불펜은 선전했죠? 다들 윤길현·정우람 공백 걱정했는데요. 채병용이 FA 계약 후 분전한 게 큰 것 같아요.

홍=채병용이 이래저래 고생 많이 했죠.

국=먹성이 남다른 채병용이 이닝을 많이 먹어주면서 그나마 SK 마운드가 버텼죠. 밥값 많이 나가도 효자 FA!!

스포츠동아DB



●타 구단 사전접촉설, 김용희 레임덕 자초

노=SK는 세부 지표만 보면 전혀 6등할 팀이 아닌 것 같은데요. 앞서 말씀드렸듯 사실상 올해 프런트 의중대로 흘러간 부분이 많습니다. 프런트 마음대로 야구하고 6등, 감독은 아웃.

호=굉장히 전문적이라고 자부하고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는데, 글쎄요.

홍=시즌 중반부터 감독 관련해서 소문이 많았잖아요. ㅋㅋㅋ

준=SK는 현장과 프런트 소통하는 시스템이 미약했어. 대놓고 프런트 야구 하든지 눈치는 은근 많이 봐요.ㅎ

호=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 후보가 팀 내부에 있고, 외부에서 누구랑 접촉한다 소문 다 나고. 김용희 감독이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 와중에 라라가 오고, 리더십이 완전히 흔들리는 상황에서 연패 들어갔죠.

홍=그런 상황에서 감독이나 선수들이나 야구에만 집중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호=외부에서는 이런 말도 있었죠. 김용희 감독이랑 함께 더 가기 싫은 티가 너무 난다. 그때 이미 외부에서 타 팀 감독과 접촉한다는 소문이 돌았죠.

노=시즌 중에 타 팀 감독과 접촉한다… 상식적은 일은 아닌데 어떻게 보셨어요?

호=일단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은 염경엽 감독이 시즌 중 팀 코치에게 시즌 후 옮기자고 한 것은 여러 가지 정황상 드러난 팩트. 그러나 SK가 염 감독에게 제안했다는 것은 모두 부인하고 있는 부분이죠. 확인된 팩트도 없고.

노=결과적으로 SK는 모든 연결고리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있어요. 넥센이 잡은 증거는 감독 개인의 문제였으니까요.

산=넥센은 분위기 완전히 망가졌죠.

노=넥센뿐만 아니라 SK도 영향이 컸어요. 레임덕을 자초한 꼴이었죠.

호=아쉬운 부분은 시계를 1년 전으로 되돌리면 SK는 2년 계약 해놓고 딱 한 시즌 마친 감독의 재신임을 보도자료로 발표했어요. 이미 1년 전에 레임덕 시작이었죠.

국=김용희 감독은 시즌 말미에 자신이 나갈 것으로 짐작하고 다른 팀 감독한테 힘없는 목소리로 시즌 끝나고 골프나 치자고 체념하고….

호=그리고 올 한해 내내. 내부 감독 후보 코치에 대한 여러 평가를 진행했죠. 외부에서도 알아봤죠.

홍=타 팀 감독들이 분노하더군요. 이유를 불문하고 구단이 선택한 감독한테 그렇게 행동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노=김용희 감독은 끝까지 신사로 남더군요.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긴 하지만…. 2년 내내 ‘착한 사람’으로 끝까지 남으신 듯. 결국 선수단 장악 등에서 아쉬운 부분이 컸죠.

스포츠동아DB



●힐만 감독은 무슨 야구를 할까?

노=물러나신 분은 이쯤 하고, 새로 온 분은 어떻게 보세요? 한국에선 무슨 야구를 할까요. 과정이야 어찌 됐든, 구단이 직접 찾아 계약한 첫 번째 외국인감독 케이스 아닌가요? 로이스터야 롯데 현 회장님 추천이 있었고.

호=일본에서 스몰볼로 변신해서 성공한 분이죠.

홍=일단 홈런에만 집중된 팀 컬러를 바꾸지 않을까 싶네요.

국=일본에서 의외로 스몰볼로 니혼햄을 정상으로 올리기도 했지만, 그게 다르빗슈의 힘이었는지 힐만 감독의 힘이었는지는 일본에서도 설왕설래. 그때 니혼햄 멤버가 워낙 좋았으니까.

노=선수단 구성이 이런데 어떻게 바꿀까 모르겠어요. 니혼햄 시절엔 초반엔 비리비리 하다가 다르빗슈 입단 후에 성적도 떴어요.

국=현재 팀 구성이 빅볼 선수 위주로 짜여져 있는데 스몰볼을 어떻게 가미해 나갈지도 관심.

호=선수 출신 통역이 필요해요. 두산 팬들의 금기어…. 송일수 감독도 사실 통역 문제가 컸어요. 통역 그 분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감독 통역은 선수 출신이 해야 해요. 그리고 제 생각에 힐만은 SK에서 스몰볼 안 할 것 같아요. 이 사람도 일본 처음 갔을 때 미국식대로 야구했어요.

노=ㅋㅋㅋ 감독 통역은 야구를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 SK가 새겨들어야겠네요.

국=롯데가 로이스터 감독 영입한 뒤 새로운 분위기 몰이로 팀에 에너지가 생겼듯이 일단은 두고 봐야죠.

호=왜 힐만인가를 봐야하는데. 예전 로이스터 시절 롯데 단장이던 이상구 단장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한국 감독은 외국인 선수 교체를 원하면 신호를 보낸다, 로이스터는 그런 신호가 없다. 선수는 단장이 구해오고 쓰라고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미국식이다.

노=미국식이라…, 그런데서 프런트와 궁합은 잘 맞는 것 같아요. SK가 하고 싶은 게 메이저리그식 단장야구라.

호=SK가 스스로 그렇게 자부심 느끼는 시스템 야구를 구현하려고 데려 왔는데. 근데 사실 SK 프런트도 외국인 감독이랑 안 해봤어요. 비즈니스로 영역 구분을 확실히 할 텐데. 잘 생각할 부분이 많아요.

홍=내년 시즌은 프런트 야구를 선택한 팀들의 행보가 궁금해지네요.

국=참모들이 잘 해야 하는데 SK에서 코치들이 줄줄이 다 빠져나간 것도 문제 아닌가요? 물론 어느 팀이나 코칭스태프 물갈이는 있지만 특히나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마당에 SK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코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는 건 좀….

호=박진만 김원형 둘은 특히. 김용희 사단도 아니고, SK에서 상징성이 있는 존재들인데.

국=SK에 그런 분위기 쇄신이 필요해서 코치들을 많이 내보낸 것인지, 아니면 코치들이 자발적으로 줄줄이 떠난 것인지…. 이게 미묘한 차이가 있잖아요.

노=감독 선임이 늦어지면서 코치들이 애매해진 타이밍이 있었던 것 같아요. 도대체 감독은 어떻게 되나, 내 자리는 괜찮나.

홍=코치들 입장에서는 어떤 감독이 올지 모르니까 움직일 수밖에 없었겠죠.

국=감독도 감독이지만 SK는 어쨌든 코칭스태프가 선수단 중심을 잘 잡아주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성패의 관건이 아닌가 싶네요.


●김광현 잔류, 4년 최소 85억원의 이상한 계약

노=김광현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호=일본에서 힐만에게 다르빗슈가 있었지만, SK에선 김광현이 있나요? 이번 FA계약에서 진짜 중요한건. SK가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큰 해악질을 했어요. 지금까지 모든 FA계약은 총액을 기준으로 발표했어요. 최고 몇 억, 그런데 이건 최소 85억이에요.

노=옵션 빼고 보장액만 발표. 최종적으로 수술이 결정되면 내년 1년을 쉬는 거고, 3년 85억이 되는 셈입니다. ㅎ

호=아예 대놓고 축소 발표를 하는데. 최대 금액에 마이너스 옵션을 발표해야 맞죠.

국=기자들도 팬들도 모두 최소 100억을 기준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100억이 아니라서 더 놀라운….

호=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가장 순수해야 할 스포츠가 이러니. 어린이에게 꼼수와 편법을, 뭐 이런 건가요.

홍=구단들이 겉으로는 FA 몸값 때문에 앓는 소리하면서 뒤에서는 꼼수 부리고 있는 상황이니.

노=작년에 박석민은 양반이었네요, 4년 최대 96억원. 4년 최소 85억원 계약이 나왔으니. 사실 내년 시즌에 못 볼 확률이 높죠. 안 나와도 계약금과 4년 중 제일 적은 첫 해 연봉 9억원은 받습니다.

국=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FA 다년계약 허용, 외국인선수 몸값 제한 철폐를 하고 있는데 다시 각 구단마다 은폐 모드로 돌아가는 것 같네요.


●2017년 SK, 희망과 우려

노=마지막으로 2017년 SK는 어떻게 보세요?

국=그나저나 WBC, 가뜩이나 마운드가 약하다고 하는데 대표팀 마운드의 터줏대감이 빠지면…, 김인식 감독 잠이 안 오겠네요.

호=김광현 문제로 의문부호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전력이 괜찮은 팀이에요. 다만 로이스터는 롯데에서 극단적인 공격적인 야구로 팀 체질을 바꿨어요. 예전 무등구장 지역기자실에서 덕아웃에서 투수에게 “인사이드!”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했죠. 힐만은 SK에서 무엇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산=힐만 감독이 니혼햄 시절을 생각하면 절대 안돼요. 최정 정의윤 최승준을 대입해보면, 과연 스몰볼 및 팀 배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홍=외국인 선수들만 제대로 하면 전력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올해도 여러 가지 일이 많았는데 6위로 시즌을 마무리했으니까요. 그런데 힐만 감독이 어떤 야구를 할지 모르니까 결과는 예측불허네요.

호=역시 통역이 중요해요.

봉=다행히 켈리를 잡아서 한시름은 일단 덜은 듯합니다.

국=결국은 외국인 타자 대니 워스가 내야 전체의 그림을 잡아주는 게 핵심인 것 같아요.

노=마지막 한줄평 부탁드립니다.

봉=대박은 08 로이스터 돌풍, 쪽박은 14 일수강점기

노=워스는 고메즈가 될 것인가, 브리또가 될 것인가?

국=올해처럼 센터라인 수비부터 우왕좌왕하면 내년에도 혼돈의 반복이라.

호=꼼수는 이제 그만!

홍=SK, 꼼수로는 승리할 수 없는 게 야구다. 최소 85억… 자괴감이 듭니다.

국=힐만의 야구가 궁금하다! 인천야구에 새바람 몰고 올까, 바람과 함께 사라질까.

노=이상 대화를 종료합니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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