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신라 ‘IT융합’…신세계 ‘3500억’ 승부수

입력 2016-12-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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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참여하는 HDC신라의 후보지 아이파크 타워(위쪽)와 신세계디에프의 반포 센트럴 시티. HDC신라와 신세계는 각각 ‘30년 지속 가능한 면세점’과 ‘관광의 마인드마크’를 표방하며 자신감 넘친 행보로 면세점 사업권 확보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17일 서울 면세점 사업자 발표 앞두고 ‘빅5’ 막바지 총력전

현대백화점,럭셔리면세점 구상
절실한 롯데·SK ‘신중한 행보’
불투명한 정책·시장 상황 변수

‘총성 없는 전쟁’, ‘혈투’, ‘올인(All-in) 게임’.

하도 자주 사용해 식상한 표현이지만 또 쓸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번에는‘시계 제로’라는 상황의 특수성까지 더해졌다. 그만큼 더 치열해졌다.

관세청은 서울, 부산, 강원지역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17일 오후 7시에 발표한다. 심사가 연기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정부는 일단 일정강행을 택했다. 관심이 쏠린 서울의 대기업 사업권은 세 장. ‘D-5’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기업들은 막바지 준비를 숨 가쁘게 진행하고 있다.

자신감 넘친 HDC신라와 신세계, 그리고 현대백화점

서울에 두 번째 시내면세점을 확보하려는 HDC신라과 신세계는 무척 공격적이다. 지난 해 7월과 연말 심사에서 서울 사업권을 따낸 이후 자신감이 부쩍 붙었다.

HDC신라면세점은 강남 삼성동의 아이파크 타워를 2호점 후보지로 내세웠다. 도전의 출사표는‘관광산업의 미래 세대를 위한 밀레니엄 면세점’.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를 바탕으로 20∼30년 후도 지속가능한 면세산업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아이파크 타워 6층까지 1만3000m²의 규모인 2호점은 삼성전자의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IT융합 체험형 면세점’을 표방하고 있다.

반포 센트럴시티를 후보지로 삼은 신세계는 3500억원의 투자플랜을 공개했다. 센트럴시티를 중심으로 서초·강남 일대를 관광객이 많이 찾는 ‘문화·예술·관광의 허브’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지리적인 랜드마크를 넘어 관광객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마인드마크’가 되겠다는 각오다. 신세계는 면세점 오픈 이후 향후 5년간 7조5000억원의 관광진흥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면세사업 ‘재수생’인 현대백화점도 이번이 사업권을 확보할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유통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삼성동 무역센터점 3개 층을 리모델링, 1만4006m² 규모의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신중하지만 절실한 롯데와 SK

절실함은 누구보다 강하다. 그런데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기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면세점업계 1위 롯데는 최근 2년간 사업역량과는 무관한 각종 악재로 고전을 했다. 지난해에는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지금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로비와 뇌물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조사,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발을 뺄 수도 없다. 만약 월드타워점 면세점이 심사에서 탈락할 경우 그룹 핵심과제인 롯데호텔 상장에서 주식평가 손해가 수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는 경영능력(300점), 재무건전성(300점), 관리역량(250점) 등 심사배점이 높은 주요 평가에서 객관적인 지수는 높다. 오랫동안 면세점 사업을 하면서 축적한 노하우와 인프라, 국내외 네트워크가 탁월하다. 그러나 알토란같은 사업권을 내놓았던 지난해의 아픔을 이번에 반복하지 않는다고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지난 해 11월 심사에서 탈락, 워커힐점을 문 닫았던 SK는 이번에 사업권을 회복하지 못하면 사실상 면세점사업에서 철수해야 할 처지다. 그래서 SK네트웍스 최신원 회장이 심사대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SK는 앞으로 5년간 6000억원을 투자해 면세점을 중심으로 스파, 숙박, 카지노를 결합해 복합리조트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 불확실성의 시대…정책도 시장전망도 시계 제로

저마다 적극 또는 신중 행보로 심사를 대비하고 있지만, 진짜 큰 문제는 과연 예정대로 심사가 진행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통령 탄핵안에 SK와 롯데그룹의 면세점 관련 의혹이 거론됐고, 박영수 특검팀 역시 면세점 의혹을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시내면세점 심사의 연기 또는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곧 전체회의를 소집키로 결정했다. 야권은 관세청의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고,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에 관련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설상가상으로 시장상황도 호의적이지 않다. 이번에 허가하는 3개점을 포함하면 서울 시내면세점이 13개가 되는데, 주력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은 7월 91만여 명을 정점으로 매월 감소세다.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 고객의 비중은 무려 80%. 지난해 말부터 개장한 신규 면세점 가운데 영업이익이 흑자인 곳이 아직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가 계속된다면 큰 타격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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