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신혜인 커플의 ‘나의 사랑 나의 배구’

입력 2016-12-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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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오래 살면 그렇듯, 삼성화재 박철우(왼쪽), 신혜인 커플은 웃는 모습이 닮아가고 있다. 서로를 구박하는 것 같지만 그 바닥에 자리한 진심은 굳건한 믿음이다. 용인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박철우(31·삼성화재)-신혜인(31) 커플은 2006년 처음 서로의 존재를 알았다. 5년 후인 2011년 결혼에 골인했다. 그리고 다시 5년이 흘러, 2016년 박철우는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배구 코트로 컴백했다. 그 사이 두 딸의 아빠가 돼 있었다. 어느새 연인이자 부부, 그리고 삶의 동반자로서 서로를 받아들이는 커플을 13일 경기도 용인 STC(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났다. 커플은 대중의 관심에서 잊혀진 2년의 시간을 ‘공백’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삼성화재 배구단의 영광이 담긴 훈련장에서 박철우(왼쪽)가 농구선수 출신 와이프 신혜인과 다정함을 연출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시간, 둘의 애정전선은 이상 없다. 용인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2년간의 ‘소풍’, 이제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


-복귀 후 풀세트 경기만 2번 했네요. 안 힘듭니까?


박철우(이하 박) : 복귀전(12월2일 대한항공전)에서 4세트 때, 운동한 이후 처음으로 종아리에 쥐가 났어요. 아직도 알이 배겨있네요. 체력훈련은 다해요.


-선수들은 ‘경기체력’이라는 것이 있다던데요?

박 : 복귀해서 체성분 테스트를 해봤는데 2년 전보다 더 좋게 나왔어요. 경기체력이 돌아오지 않아 아직 세트마다 기복이 있는데 해가면서 적응되겠죠.

-신치용 단장께 들었는데 혜인 씨가 남편의 복귀 앞두고 백합죽을 끓여줬다던데요.


신혜인(이하 신) : 꼭 복귀를 앞둬서 그런 건 아니고…(웃음) 조개탕 같은 시원한 거 좋아해서…. 아기 낳기 전에는 많이 신경 써줬는데, 요즘에는 아기들한테 관심이 분산 되니까….

박 : 공익근무 전에는 원래 나한테 잘해주는 줄 알았죠. 그런데 2년을 노니까 원래가 아니었구나. 이게 현실이구나.(웃음)

신 : 먹는 거 해주려면 재료값이 많이 들잖아요. 보통사람들은 그렇게 못 먹는데. 선수할 때는 집에 주말에 1번 오니까 잘 차려줬는데 공익은 매일 6시 퇴근이라 그렇게 안했는데 마음에 상처가 됐을 줄은….(웃음)

박 : 음식이 문제가 아니야.(웃음)


-프로선수에게 2년 공백기는 사적으로는 각별한 시간일 것 같은데요?

박 : 대한민국 남자라면 공백기는 있는 것이죠. 2년 동안 아이들하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첫딸 소율이와 친해지며 정도 생기고. 전에는 저한테 오면 울었는데…. 그 기간 둘째딸(시하)도 얻었고. 인생을 돌아보면 ‘이 시간만큼 좋은 시간이 또 있을까’ 싶네요. 또 와이프와의 2년은 ‘현실’을 느낀 시간이었어요. 은퇴 후 생활을 미리 경험했죠.(웃음) 내가 안일하게 생각한 것도 있었고요. 공익근무 첫 1년간은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서로 10년을 만났는데 같이 붙어있었던 그 1년간, 서로 다른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서로를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 깊숙한 것까지 많이 맞춰졌어요. 와이프가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복귀하니까 이제 제자리에 돌아온 느낌’이라고.


-혜인 씨에게 지난 10년은 박철우가 연인에서 애 아빠가 되는 과정이겠네요.

신 : 운동선수들은 개인시간이 굉장히 제한적이죠. 특히 삼성화재는. 애가 생기기 전까진 연애 때처럼 지냈는데 바뀌더라고요. 올해 복귀 전 가을에 큰딸 유치원 체육대회도 왔고. 남편 스스로 뿌듯해 하더라고요. 그 시간, 마음이 편해지니까 애들한테 잘했어요. 덕분에 엄마가 편했죠.(웃음)

박 : 그 나이, 그 시기밖에 볼 수 없는 아이의 행동을 계속 지켜볼 수 있었네요. 둘째 시하가 일어서는 것까지 볼 수 있었죠.


-소율이가 ‘돈 많이 벌어오라’고 했다면서요?(웃음)

신 : 이제 집에 자주 못 오니까 미안했는지 ‘아빠가 배구를 잘해야 장난감, 맛있는 것도 사줄 수 있다’고 말해요. 외출 나오면 사달라는 것 다 사줘요. 군것질도 집에서 안 먹이는 것도 먹이고. 그러니까 ‘아빠가 이기고 오면 나랑 놀 수 있어’, 아이가 이런 마음이 있나 봐요.

박철우-신혜인 부부. 용인|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목표? 삼성화재가 어떤 팀인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뿐


-이제 다시 승부의 세계로 들어왔습니다. 다시 예민해질 시간인가요?

신 : 나이를 먹고 좀 무던해진 것 같아요. 예민해져도 티 안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박 : 무던하다기보다 빨리 다음을 준비하려고 하죠. 여파가 다음 경기로 이어지면 안 되니까. 혼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봐요. ‘졌을 때 이렇게 안 해야지.’


-복귀전에서 2세트 먼저 따고, 3세트를 내줘 역전패를 당했죠.

박 : 복귀전이니까 이기고 싶었죠. 지니까 스트레스 받았는데 선배가 이러고 있으면 후배들도 눈치 볼 테고…. 다음날 소리 지르고 훈련에 집중하니까 싹 다 씻어졌어요.


-그 다음 우리카드전(6일)은 완승이었죠.

박 : 그냥 좋았어요. ‘이겼을 때 기분이 이거였지.’ 오랜만에 느끼니까 좋더라고요.


-삼성화재에서는 돌아온 박철우를 두고 ‘리더의 느낌이 난다’고 말합니다. 세터 유광우(31)와 함께 팀을 이끌어야 될 위치가 됐네요.

박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죠. 이제 당연히 고참의 역할 맡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2년간 복무하며 돌아가면 ‘팀에 이렇게 해야지, 바뀐 선수들도 많은데 삼성화재가 이런 팀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야지, 솔선수범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삼성화재가 예전의 위용을 잃어가고 있다는 바깥의 지적도 있네요.

박 : ‘삼성화재 배구는 팀워크, 에너지, 투지로 유명했는데, 아쉽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선수들한테 ‘이렇게 하자’보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아니면 얘기해라. 옳다고 생각하면 따라와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신치용 단장님, 선배님들한테 배운 가치를 계속 얘기하려고 해요.


-코트에서의 박철우와 가정에서의 박철우는 많이 다릅니까?

박 : 많이 다른 거 같아요. 팀에서는 강하게 하려고 하고. 가정에서는 와이프, 애들한테 져주려 합니다. (신혜인이 웃자) 실소를? 그럼 애들한테만.(웃음)


-연애 때부터 일관되게 ‘박철우가 착하다’고 했는데 지금도 유효합니까?

신 : 네.(웃음) 예전엔 팀에서 위, 아래를 융화시키는 역할 정도만 했는데 2년 공백기에 본인이 생각한 것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한테 그 2년이 소중했던 게 애들 보는 게 얼마나 힘든지 본인이 느꼈어요. 저한테 되게 미안해하는 거예요. 집에 들어오면 애들과 놀아주려 하고, 집안일 도와주려고 하고.


-잠잘 때 예민한 편이라면서요?

박 : 못 먹었을 때보다 못 잘 때 스트레스 받아요. 생각이 많은 편이라.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잘 잘까 해서 잠 잘 오는 향을 사달라고 했어요.


-와이프가 운동선수 출신이면 좋습니까, 안 좋습니까?

박 : 반반인데요.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얘기해주고요. 곁에 있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끝없이 얘기하는 것은 좋은데. 한편으로는 너무 잘 아니까 내 의견을 곧이곧대로 안 받아줄 때도 있어요.

박철우-신혜인 부부. 용인|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우리 집 권력서열 1위는 소율이”


-세간의 소문에 따르면, 박철우는 신 단장에게 꼼짝 못하고. 신 단장은 딸 신혜인에게 꼼짝을 못하고. 신혜인은 남편 박철우한테 꼼짝 못한다고 하던데, 맞습니까?(웃음)

신 : 추세가 변했어요.(웃음) 일단 신치용 단장님은 (외손녀) 박소율한테 꼼짝도 못해요. 결혼 전에는 제가 막내딸이라 웬만하면 다 허락하고 지원해주셨는데 지금은 안중에도 없어요.(웃음) 1번이 박소율, 2번이 박철우, 3번이 저에요.

박 : 아니야. 자기는 순위에 없어.(웃음) 1번이 박소율, 2번이 박시하, 3번이 저.

신 : 저는 거의 존재감 제로에요. 완전 무수리에요.(웃음) 결혼 직후부터 아빠가 ‘무조건 철우 신경 쓰이지 않게 하라’고 하세요. 철우와 식사할 땐, ‘집안일은 신경 끄고 운동만 전념하라’고 하세요. 아빠가 겉에서 보이는 것이, 강하게 하시니까 주변에서 ‘박철우는 집에 가면 한마디도 못할 거야’라고 하는데 집에 가면 상황이 돌변해요.(웃음)

박 : 감독님으로 만났을 때, 숨도 못 쉬겠더라고요. 공사구분이 너무 확실하세요. 단장님 되신 뒤에도 어쩌다 엘리베이터 같이 타면 아우라가 있어서 그냥 굳게 돼요. 그런데 집에 가면 그 기운이 없어지면서 되게 편안해지세요. 복장도 편하시고. 상상할 수 없게 편해지시니까 저도 편해지죠. 처가댁 가면 저는 안마의자에 앉아있고 단장님은 설거지하세요.(웃음) 처음엔 저도 도와드리려고 몇 번 했는데 처갓집에서 제가 밥 얻어먹고 설거지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웃음)

신 : 저희 아빠는 설거지를 세상에서 제일 잘 한다고 생각하시니까.(웃음) 집과 바깥이 완전히 달라요. 특히 같이 술 한 잔 할 때 남편이 취기가 올라오면 아빠께 직언도 드리죠. “그때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박 : 그러면 옆에서 장모님이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힘 넣어 주시고.(웃음)

신 : 저와 엄마, 언니까지 모두 남편 편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심하게 혼내시느냐”고 역성드니까. 아빠가 “여자들은 다 박철우 편”이라고 해요.(웃음)


-결혼 당시 신 단장이 ‘운동선수가 번 돈은 한 푼도 아껴 쓰라’는 충고를 했다던데요.

신 : 어렸을 때부터 듣던 말이에요. 아빠도 같은 환경에 사셨으니까…. 삼성에서 우승을 많이 하셨지만 정말 너무 잘 풀린 케이스겠죠. 감독이라는 직업은 성적이 안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무의식중에 그런 마음을 가지셨던 거 같아요. 저도 운동을 생각보다 빨리 그만둔 것처럼 사람 몸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대비는 늘 해야겠죠.


-그래선지 결혼조건이 교사 자격증이었다면서요?

신 : ‘철우랑 결혼하고 싶으면 공부를 더 해라. 교육대학원 교사자격증 준비 해놓으라’고 하셔서. 소율이 낳고 졸업은 했어요. 학생들 가르친다는 게 과정은 거쳤어도 시간이 필요하겠죠. 일단 우리 아이들부터 키워야겠죠.


-철우 선수가 현역을 오래 하는 것이 정답이겠네요.

박 : 예전 같으면 은퇴 직전 나이죠. 그러나 지금은 나이든 선수들이 더 잘해요, 체계적 관리로 선수 기대수명이 늘어났어요.

박철우-신혜인 부부. 용인|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FA? 그런 거 생각하는 순간, 팀이 깨져”


-시즌 후 박철우 선수를 비롯해 FA로 풀리는 삼성화재 선수가 많습니다.

박 : FA 중요하죠. 그런데 그걸 염두에 두는 순간, 플레이가 개인적으로 흘러가면 팀이 깨집니다. 팀이 잘 돼야 선수 가치도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신 단장과 ‘특수관계’여서 FA 협상에서 목소리 낼 수 있겠습니까?(웃음)

신 : 제가 얘기했어요. 우리가 삼성에 있을 거라는 생각 하지 말라고.(좌중 웃음)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다고.(웃음)

박 : 내 에이전트에요.(웃음)

신 : (협상 테이블에서) 가족 같은 건 없어.(웃음)


-올 시즌 늦게 들어와 기록경쟁이 불리할 텐데요. 목표는 뭡니까?

박 : 기록은 예전부터 신경 안 썼어요. 기록 신경 쓰면 세터를 쪼아야겠죠. 그 순간 팀 깨집니다. 개인적 생각은 어려운 볼 처리해주자. 그리고 오로지 우승밖에 없어요. 삼성화재가 2년간 우승 못했고…. 행동 하나하나에 팀 우승, 팀워크 그 생각만 합니다.


-이제 다시 5년이 흘러 2021년, 어떤 미래를 그립니까?

박 : 일단 목표는 그 때도 운동하고 있는 것. 어떤 포지션일지 모르겠는데 팀에 보탬이 되는. 그리고 소율이, 시하가 8살, 6살이 될 텐데 참 편하겠구나.(웃음) 애들하고 은퇴하면 셋이서 미국 자동차 여행을 가고 싶어요. 와이프는 고생했으니까 자유 주고.

신 : 일단은 선수생활하는 동안 아프지 않았으면…. 그리고 아빠 빈자리 느끼지 못하게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어요.


-지금도 남편 경기 보면 떨리세요?

신 : 이길까 질까보다, 다칠까봐. 떨리는 것도 있고, 아빠가 감독일 때 지는 게 너무 속상했어요. 그런데 한집에 둘이 들어가 있으니까 더 심했던 거 같아요. 처음 남편이 삼성화재 왔을 때 초반 꼴찌까지 했던 시간이 예방접종이 됐네요. 이젠 어지간하면 ‘그때보다는 낫지’라고 생각해요. 올 시즌은 완전 박빙이라서, 복귀하자마자 계속 뛸 줄 몰랐어요. 남편이 첫 경기부터 잘하니 팬들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가족이니까 걱정스럽죠. 못할 때도 있을 테고, 나이도 있고, 떨어질 때도 올 텐데. 쉬어가는 경기가 없어서….


-초연해지기 쉽지 않나 봅니다.

신 : 저희 엄마 정도는 되어야 되나 봐요. 한 30년은 봐야겠죠.(웃음)


● 삼성화재 박철우


▲생년월일=1985년 7월 25일

▲출신교=본리초~경북사대부중~경북사대부고~명지대

▲키·몸무게=199㎝·91㎏(라이트)

▲프로 입단=2004년 현대캐피탈 입단

▲프로 경력(남자배구)=현대캐피탈(2004~2010)~삼성화재(2011~)


● 신혜인


▲생년월일=1985년 6월 24일

▲출신교=대도초~숙명여중~숙명여고~서울여대

▲프로 경력(여자농구)=신세계(2003~2005)

용인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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