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수 신화’는 옛말? 몸집 줄이는 구단들

입력 2016-12-20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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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구단 몸집 줄이기의 신호탄일까. 한때 3군까지 운영하며 체격을 불렸던 구단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올겨울 하나같이 육성선수 영입을 대폭 축소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육성선수는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호명되지 않은 유망주들 가운데 추가모집을 통해 영입한 선수를 일컫는다. 한때 연습생 혹은 신고선수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지난해부터 공식명칭을 달리했다. KBO리그 35년 역사상 장종훈과 김현수, 서건창 등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이 같은 제도 속에 탄생했다.

육성선수 제도가 지금까지 이어져온 이유로는 2가지가 꼽힌다. 우선 입단계약금이 없다. 신인드래프트 지명선수들에겐 계약금을 안겨야하는 반면, 육성선수와는 따로 협상이 필요치 않다. 여기에 육성선수는 구단의 정식선수 명단(65명)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도 구단으로선 반가운 요소로 통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몇몇 팀들은 해당 제도를 편법으로 악용하기도 했다. 멀쩡한 정식선수를 육성선수로 전환하거나 유망주를 드래프트가 아닌 추가모집으로 영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 육성선수 영입 포기한 팀만 4개…그 이유는?

부작용 속에서도 육성선수 제도는 유망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유지돼왔다. 구단 간의 영입경쟁이 심해 ‘제2의 스카우트 전쟁’으로 불릴 때도 있었다. 그런데 올겨울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한때 5~6명의 ‘추가합격’ 활로를 열어놓았던 구단들이 정반대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육성선수 영입을 포기한 구단만 4팀에 이른다. 넥센과 한화, LG, SK가 빗장을 잠갔다. 다른 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는 단 1명으로 제한을 뒀고, 두산과 삼성, KIA, NC는 모두 3명 안팎으로 수를 줄였다. 새 피 수혈에 나선 막내 kt만 8명의 육성선수를 품었다. 해를 넘겨도 구단들의 영입폭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구단들이 이토록 육성선수 영입에 차가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은 선수단 규모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 될성부를 떡잎을 키워내기 위해 한때 3군까지 운영하며 선수단 몸집을 키웠지만, 이젠 여력이 없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A구단 스카우트는 “이미 여러 팀들의 선수단 숫자가 100명에 육박한다. 게다가 최근엔 3군 운영에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육성선수 영입폭을 이전처럼 유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최근 추세를 전했다. 운영방침의 변화도 눈에 띈다. B구단 육성팀 관계자는 “새로 선수를 더 뽑기보단 현재 남아있는 선수들을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면서 “어차피 마련할 공간도 없기 때문에 기존선수들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자는 취지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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