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파타야 기적’ 일군 임종헌 감독, 中 리지앙서 새 도전

입력 2017-01-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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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앙 임종헌 감독. 사진제공|울산 현대

2부리그 첫 승격 리지앙서 3년간 지휘봉
1차 목표 잔류…한국선수 2명 영입 계획

“또 한 번의 감동과 기적을 일구고 싶다!”

중국프로축구 갑(甲·2부)리그 리지앙 자원하오 지휘봉을 잡은 한국인 사령탑 임종헌(51) 감독의 야심 찬 포부다. 리지앙은 8일 임 감독의 선임을 공식화했다. 첫 접촉 이후 2개월여 만에 이뤄진 발표였다. 계약기간은 3년. 지난 시즌 리지앙은 을(乙·3부)리그 우승으로 2012년 창단 이후 처음 갑리그로 승격됐다. 임 감독의 합류로 중국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사령탑은 모두 6명으로 늘어났다. 갑리그에는 홍명보(48) 항저우 그린타운 감독도 있다.

중국 윈난성 해발 2400m 고지대에 자리 잡은 리지앙은 오래된 도시다.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리지앙의 고대마을은 유네스코가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을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투자도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지난해의 성과는 기적에 가까웠다.

리지앙은 적지 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안주하지 않았다. 새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 변화를 택했다. 전혀 새로운 형태로, 사실상의 재창단이 이뤄졌다. 기업구단의 틀에서 벗어나 중국형 시민구단으로 탈바꿈했다. 큰 폭의 물갈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이 과정에서 새 사령탑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후보군 물색 단계에서부터 한국 지도자가 대상이었다. 아마추어는 물론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검증된’ 임 감독이 리지앙 수뇌부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다만 변수가 있었다. 시민구단으로 변하는 절차를 밟느라 선임이 계속 미뤄졌다. 꽤 오래 전부터 리지앙과 접촉한 임 감독이 최종적으로 ‘합의하자’는 연락을 받은 것도 지난 5일에서였다. 급히 중국으로 떠나 계약서에 사인한 임 감독은 9일부터 곧장 선수단을 이끌게 됐다. “(협상)과정은 길었지만 결정과 타결은 속전속결이었다.”

리지앙이 높이 평가한 부분은 임 감독의 태국 시절 경력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이룬 아주 소중한 기억이다. 2015년 4월 임 감독은 태국프로축구 디비전1(2부) 파타야 유나이티드로 향했다. 세계적 휴양도시의 대표 클럽임에도 환경과 인프라, 처우는 최악이었다. 임금체불도 다반사였다. 선수들의 행동과 의식도 ‘프로’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너무 우울하고 외로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8개월 후 기적이 연출됐다. 파타야는 정규리그 2위로 프리미어리그(1부) 승격에 성공했다. 임 감독의 해법은 ‘초심’과 ‘기본’이었다. 철저한 눈높이 훈련과 따뜻한 한 끼 식사, 진심 어린 스킨십으로 선수들을 춤추게 했다. ‘2015년 태국 올해의 감독상’도 그의 몫이었다. 더 이상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를 기대할 수 없던 그는 파타야를 떠나 1년의 야인생활을 보냈어도 업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리지앙은 이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임 감독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물론 파타야와 리지앙은 다르다. 리지앙은 쾌적하고 번듯한 클럽하우스를 갖췄고, 선수단 전력도 아주 떨어지지는 않는다. 당장 슈퍼리그(1부) 승격까지는 어렵더라도, 이런저런 그라운드 외적 변수만 없다면 충분히 경쟁해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당연히 1차 목표는 잔류다. 올해 내성을 키운 뒤 착실히 힘을 키우고 내실을 다지면 내년, 내후년에는 최고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본다.”

리지앙은 2명의 한국선수를 데려가려고 한다. 전부 즉시전력감이다. 지난 시즌 직후 슈퍼리그 옌볜 푸더의 하태균(30) 영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국축구에 대해 관심이 크고, 배움에 적극적이다. 설연휴 직후 동계전지훈련도 한국에서 한다.

“불가능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파타야에서 깼다. 갑리그 도전부터 슈퍼리그 잔류까지 지난 2년간 박태하(49) 감독의 옌볜이 보여준 감동의 드라마를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


● 임종헌 감독


▲생년월일=1966년 3월 8일

▲출신교=부평동중∼부평고∼고려대

▲프로선수 경력=일화천마(1989∼1993년), 울산현대(1994∼1996년)

▲지도자 경력=부평고 코치(1997∼1999 년), 고려대 코치(2000∼2001년), 울산현대 코치 (2004∼2008년·2013∼2014년), 파타야 유나이티드 감독(2015년), 리지앙 자원하오 감독(현재)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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