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김진규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무조건 승격 시켜야죠”

입력 2017-01-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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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에서 펄펄 날았던 김진규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승격을 노리는 대전 시티즌에 합류했다. 대전의 새로운 주장으로도 임명된 그는 새 시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통영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대전의 새 캡틴 김진규의 다짐

이영익 감독님 솔직함에 이끌려 대전행
서울 팬들에 죄송…새 도전 응원해주길
대전을 강하게 만든 선수로 기억되고파


“말년에 한 번 거쳐 간 선수라는 소리는 정말 싫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전 시티즌이 겨울이적시장에서 공들여 영입한 국가대표 출신 중앙수비수 김진규(32)의 다부진 한마디다. 각급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를 두루 거치며 2006독일월드컵 등 A매치 42경기(3골)에 출전한 그는 대전의 1차 동계전지훈련지인 경남 통영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FC서울에서만 8시즌을 보낸 베테랑이지만, 대전 이영익(52) 감독은 입단이 결정되자마자 주장 완장까지 맡겼다. 통영에서 만난 김진규는 “서울 팬들도 내 결정을 존중해주리라 믿는다. ‘영원한 서울맨’이라는 타이틀은 떼어냈어도 멀리서나마 친정팀을 응원하겠다. 대전과 나의 도전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 선택 그리고 도전

-대전으로 향한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았을 텐데.

“지난해 일본 J2리그 오카야마를 떠난 뒤 K리그 복귀 생각은 크지 않았다. 좀더 일본에서 배워보고 싶었다. 이 때 서울 시절부터 친분이 있던 (이영익) 감독님께서 연락해왔다. 단도직입적으로 ‘함께 하자’는 말씀을 하시더라. 솔직함에 이끌렸다. 물론 고민은 많았다. 서울 팬들에게 미안함도 컸고.”


-챌린지라서 선택이 더 어려웠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마음과 뜻이 맞는다면 무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자극이 필요했다. 창단 20주년의 대전과 함께 승격을 경험하는 것도 충분한 자극이자 도전이다. 이곳에서 헌신을 다할 생각이다. 은퇴를 앞두고 잠시 대전 유니폼을 입었던, 성의 없는 선수란 평가는 받고 싶지 않다. 대전을 ‘강하게 만든’, 또 ‘항상 사력을 다한’ 그런 선수로 각인될 것이다.”

2003년 전남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김진규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에서 활약했다. 남다른 투지와 투혼으로 서울에 수 차례 우승컵을 안겼고, K리그 통산 255경기에 출전해 17골·8도움을 올렸다.

FC서울 시절 김진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서울 그리고 대전

-‘서울 맨’ 타이틀을 떼어냈다.

“서울에서 200경기 이상을 뛴 6번째 선수다. 얻은 것도, 고마움도 많다. 그래서 국내에 더 오고 싶지 않았다. 서울을 버리기 싫어서. 지난해 새 팀을 찾을 때도 솔직히 잠시 은퇴를 생각했다. K리그의 몇몇 구단들이 손짓했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내 마음 속에 서울은 깊이 남아있다. 대전 이적절차를 마치고 메디컬 테스트를 받으러 갈 때만 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데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제 대전을 무조건 승격시키자고.”


-현재 대전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아무래도 챌린지는 선수변화의 폭이 크다. 더 끈끈하고 끈적여야 한다. 서로 불편함도 없어야 한다. 우리는 ‘가족’이다. 잘될 때는 이 느낌이 필요 없다. 가장 어렵고 힘들 때 ‘함께’란 의미가 커진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 모두가 각자를 의지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다행히 점차 자리 잡히고 있다.”

김진규는 서울 시절 분위기메이커였다. 이적선수나 신인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다가서며 빠른 적응을 도왔다.

주빌로 이와타 시절 김진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어제 그리고 내일

-과거와 지금의 김진규는 어떤 차이가 있나?


“거칠다. 파울도 많다. 다양하지 않나? 이미지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결혼도 하면서 많이 차분해졌다. 한때 ‘나는 나’라는 자존감이 강했다. 이제 아니다. 내가 빛날 필요가 없다. 주변이 빛나면 된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그림자 역할을 하려고 한다. 팀원 전체가 똑같은 생각과 목표로 달려야 한다.”

김진규는 해외 경험도 풍부하다. 2005년 J리그 주빌로 이와타, 2011년 중국 다롄에서 뛰었다. 지난해에는 무앙통 유나이티드∼파타야 유나이티드(이상 태국)∼오카야마를 거쳤다.


-꽤 다양한 경험을 했다.

“물론이다. 큰 경기를 많이 치러봤다. 나만의 느낌과 노하우가 있다. 올해 챌린지는 클래식(1부리그) 이상으로 경쟁이 심하다. 매 경기가 결승이다. 그 과정에서 나올 숱한 변수들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조언을 할 생각이다.”


-프로 데뷔 초의 목표를 어디까지 이뤘는지.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해봤다. 우승, 국가대표, 월드컵 등 힘들었지만 괜찮은 축구인생이었다. 이제 그 경험을 전하고 나눠줄 때가 왔다. 프로에 갓 입단했을 때 35세까지 뛰자는 생각이었다. 은퇴시기를 명확히 정할 순 없어도, 그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은 분명하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소통도 많이 하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마음을 닫고 생활할 때가 많았다. 팬들과도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느끼고, 나누고 싶다.”

통영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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