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젓해진 김진규 “자유 지키되, 품위 잃지 말자”

입력 2017-01-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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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티즌 김진규. 통영|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연습경기 패배에도 포용의 리더십

자유분방한 선수의 전형이었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했다. 그라운드에서도 그랬다. 상대 공격수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자연스레 파울도 많았고, 경고·퇴장도 심심치 않게 경험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이미지를 잊어도 될 듯하다. 대전 시티즌에 입단하며 K리그로 복귀한 김진규(32)는 “세월이 흐르니 내 자신도 변했다”며 웃었다. 대전 선수단의 1차 동계전지훈련지인 경남 통영에서 실제로 한층 ‘의젓해진’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벌써 대전에는 ‘김진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장으로 임명된 16일, 몸도 마음도 한층 묵직해진 김진규가 가장 먼저 후배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이랬다.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자유를 지키되, 품위를 잃지 말자. 우리는 프로다!”

외부인으로서, 또 내부자로서 짧은 시간 지켜본 결과, 젊은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전에 일종의 규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주 작은 것부터 바꾸자고 했다. 먼저 옷차림이다. 훈련에 지치고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며 단정치 않은 머리와 옷매무새로 숙소 식당에 등장하는 후배들에게 프로의 ‘품위’와 ‘명예’를 지키자고 강조했다. 물론 질책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승리의 기억보다 아픔이 많았던 대전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채찍이 아니라 ‘격려’와 ‘갈채’다. 17일 실업축구 경주한수원과의 연습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그는 다시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김진규는 따뜻한 격려를 건넸다.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자! 기죽고 주눅들 필요가 없다. 어디까지나 지금 우리는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다시 일어서자. 오늘은 아팠어도 내일 웃으면 된다.”

통영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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