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이대호 계약은 왜 파격인가?

입력 2017-01-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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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나이’ 이대호가 돌아왔다. 롯데는 24일 이대호와 4년간 15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에 FA 계약을 했다. 이대호는 “미국에서 꿈을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롯데로 돌아와 팀 동료들과 우승을 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며 KBO리그로 복귀한 이유를 밝혔다. 스포츠동아DB

대호(大虎)가 롯데의 품에 다시 안겼다. 4년 총액 150억원. 롯데 조원우 감독조차 “150억짜리 선수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라며 계약 사이즈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프리에이전트(FA) ‘끝판왕’ 이대호(35)가 KBO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계약을 체결하고 롯데로 복귀했다. 2011시즌 후 FA를 취득하고 일본프로야구 오릭스로 이적한 뒤, 소프트뱅크와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을 거쳐, 2017시즌 롯데야구의 중흥이라는 사명을 띠고 부산에 컴백한 것이다. 이대호 영입이 24일 발표되며 롯데는 절망적 상황을 일거에 반전시킬 동력을 얻었다. 개막전부터 사직구장이 텅텅 비는 악몽을 깨고, 팬들에게 가을야구 기대감이라는 것을 줄 수 있게 됐다. 이대호 협상을 물밑에서 지휘한 이윤원 단장의 증언을 통해 롯데의 150억원 베팅이라는 파격의 의도를 들어봤다.

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 롯데의 파격 1 : 2017년 1월23일 밤까지 기다리다

이 단장은 “솔직히 얼마를 제시해야 할지, 기준부터가 어려웠다. 이대호를 둘러싼 외부상황이 정리되는 시점, 그리고 롯데그룹의 재가를 얻는 일이 선행되어야 했다”고 말했다. 롯데가 이대호 접촉을 극비리에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다만 이대호가 1월4일 사이판에 개인훈련을 떠날 때, 이 단장은 팀장을 메신저로 보내 ‘조만간 안을 만들겠다’는 언질을 줬다. 그리고 그룹에서 ‘150억원을 쓰겠다’는 OK사인이 떨어지자 이 단장은 이대호 에이전트와 조율 이후, 18일 사이판으로 날아갔다. 성사든 결렬이든 답변을 받아야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들어갔다. “꼭 필요하다. 이번에 롯데에 안 오면 (현실적으로) 다음을 기약하기가 진짜 힘들다”고 설득했다. 이대호는 이 단장이 직접 찾아와 고마워했지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렇게 이틀이 흘렀다. 그러나 이대호는 ‘미국, 일본 쪽 일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니 다시 이틀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이 단장은 “이틀을 기다렸는데 나는 어떡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이대호는 짤막히 말했다. “제 마음 믿고 (한국) 가십시오.” 그리고 23일 이대호는 약속을 지켰다. 에이전트로부터 최종 수락 시그널이 왔다. 팩스로 계약서가 오갔다. 23일 밤 11시 무렵이었다.



● 롯데의 파격 2 : ‘4년 150억’은 보장조건이다

이대호 계약은 총액 외에 세부 내역은 발표하지 않는 형태로 합의가 됐다. KBO 가이드북에 공시가 될 것이기에 이대호의 연봉과 계약금은 공개될 것이다. 액수를 초월한 파격은 계약에 옵션이 없다는 점이다. 계약기간과 금액이 전부 보장이다. 롯데로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이대호의 철저한 몸 관리를 믿었다. 이승엽(41·삼성), 이호준(41·NC) 사례에 비춰볼 때, 이대호도 (4년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봤다”고 답했다. 이 단장은 “황재균(30)이 롯데에 남았더라도 (이대호 협상은) 똑같이 움직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액 기준, 종전 KBO 최대규모 계약은 KIA 최형우(34)의 100억원 계약이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억의 벽이 깨진 충격파가 채 가셔지기도 전에 150억 계약이 탄생했다. 롯데가 KBO 생태계를 흔들었다는 세간의 지적에 이 단장은 “한국 미국 일본 야구에서 검증된 이대호라면 최고대우는 당연했다”고 짧게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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