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인터뷰] 前 ‘그알’ PD “‘이태원 살인사건’ 판결, 어머니의 의지가 진실 밝혀”

입력 2017-01-25 16:5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前 ‘그알’ PD 김지은 “‘이태원 살인사건’ 판결, 어머니의 의지가 진실 밝혀”

‘이태원 살인사건’이 20년 만에 ‘진범’을 가리게 된 가운데 사건 해결에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 역할을 했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감회는 남다르다. 수차례 방송을 통해 사건을 환기시켰고, 2009년 12월 방송에서는 ‘진범’ 아서 존 패터슨의 행방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피해자 부모의 재수사 요구에도 법무부와 외교부 등 관계기관은 “못 찾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지지부진하던 상황에서 패터슨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그를 국내 법정에 세울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당시 프로그램을 맡았던 김지은 PD는 동아닷컴에 “솔직히 너무 오래 걸린 것 같다. 마지막에 뒤집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도 했다. 최근 시국이 불안하지 않는가. 이 틈을 노려 판결이 뒤집히면 어쩌나 걱정했다. 다행히 원심이 확정돼 이제야 긴장한 마음이 풀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패터슨과의 만남과 송환까지의 절차에 대해서는 “그해 영화도 개봉된 터라 많은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검찰에 확인해 보니 패터슨이 미국에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 현지에서 사립 탐정을 고용해 패터슨을 찾아달라고 하니 열흘 정도 걸린 것 같다. 우리도 찾는데 왜 다들 못 찾는다고 할까 의문이 들더라”며 “패터슨이 국내에서 찾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는 모자이크 처리만 해주면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그의 신상 정보가 피해자 부모에게 제공된거다. 우리가 한 것은 그뿐이다. 그럼에도 너무 오래 걸려 죄송하다”고 미안함을 드러냈다.

김지은 PD는 “안도감과 미안함이 몰려온다. 자식 잃은 슬픔을 어디에 비유하겠는가.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조 씨 어머님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번 판결은 어머님의 강한 재수사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모든 사건에는 피해자 가족들이 포기하지 않기에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관심과 응원을 보낸다면 사건이 해결이 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취재 현장을 떠난 김지은 PD다. 그럼에도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을 응원하고 있다. 그는 “많은 PD들이 사건을 일회성으로 다루지 않는다. 방송 이후에도 사건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또 한 명의 시청자로서 응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5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패터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사래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 징역 20년형이 무겁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패터슨은 1997년 4월3일 밤 9시 50분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故(고) 조중필 씨(당시 22세)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2011년 12월 기소됐다. 애초 검찰은 패터슨과 현장에 함께 있었던 친구 에드워드 리만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갖고 있다가 버린 증거인멸 혐의 등만 기소했다.

에드워드 리는 1·2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았으나, 상고심인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에드워드 리의 무죄가 확정되자, 조 씨의 부모는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수사에 나섰으나, 1999년 8월24일 이 사건을 맡던 김경태 검사가 실수로 출국정지 연장 기한을 놓친 틈을 타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했다.

이후 검찰은 재수사에 나서 패터슨을 2011년 12월 기소했다. 법무부는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한 지 16년 만인 2015년 9월 국내로 송환됐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대법원 역시 원심을 확정했다. 징역 20년형은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패터슨에게 내릴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