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4000득점, 나에겐 개근상 같은 의미”

입력 2017-02-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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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박철우는 18일 OK저축은행전에서 V리그 역대 최초의 4000득점 고지를 밟았다.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한 대기록의 주인공은 이를 개근상이라고 표현했다. 2005년 원년부터 쉼 없이 달린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이 한껏 묻어났다. 스포츠동아DB

삼성화재 박철우(32)가 V리그 최고의 선수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V리그에서 최고의 노력을 쌓아온 선수라는 데에는 이의를 달기 어려울 듯하다. 박철우는 18일 OK저축은행전에서 V리그 역대 최초로 4000득점을 돌파했다. 2005년 V리그 원년부터 쉼 없이 한길만 보고 달려온 끝에 얻은 성과다.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20일, 훈련 중 휴식시간에 인터뷰에 응한 박철우와 연락이 닿았다.


-4000득점이 V리그 1호 기록인데 생각보다 조용히 지나간 것 같다.(웃음)

“KOVO 기준기록이라는 것이 있는데 (4000점은 전례가 없어 거기 해당하지 않아) 그런 듯하다.”


-기록 달성 순간에 실감이 났나?

“전광판에 뜬 것을 보고 알았다. (경기 전 기사가 떠서) 4000점까지 몇 점 남았는지는 알고 들어갔다.”


-첫 득점 순간 기억나나?

“(한참 기억을 더듬더니) 대한항공전이었던 것 같다. 스파이크로 점수를 낸 것 같다. 실업(2004년 V투어)에서 첫해를 보내고 2년차부터 V리그가 시작돼 (기록이) 카운트됐다. 그 당시(현대캐피탈)에는 주전이 아니었고, 후인정 선배님(현 한국전력 코치)이 뛰셨다. 계속 교체선수로 뛰다가 제대로 주전 뛴 것은 2008~2009시즌부터였던 것 같다.”


-어느새 4000점까지 왔다.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기도 할 텐데.

“시간이 쌓이다보니까 점수도 쌓인 것 같다. 한편으로는 오래 프로에 있었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10년을 400득점씩 해야 나오는 기록이니까…. 군대에도 가 있었지만, 그래도 ‘개근상처럼 꾸준히 V리그를 뛰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삼성화재 박철우. 스포츠동아DB



-잘하는 것보다 오래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예전에 야구의 양준혁 선수가 ‘살아남으니까 강하다’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나 역시 나이가 들수록 ‘오래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실감이 난다. (연차가 될수록) 뭔가 (끝이 보일수록) 현역 시절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4000점까지 오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득점을 꼽는다면?

“(한참 생각하더니) 프로 처음에 와서 첫 히트의 순간, 첫 경기 상무전인데 교체로 들어가서 원 포인트 서브를 넣었던 순간이다. 그때 첫 서브의 느낌이 지금도 확실히 기억난다. 스트레이트로 강하게 넣었다. 2009~2010시즌 LIG전에서 50득점했을 때 마지막 50번째 득점도 떠오른다.”


-4000점을 혼자 낼 순 없었을 것이다. 고마운 사람들을 꼽아 달라.

“안 그래도 (기록 달성 당일) 경기 후 인터뷰를 했는데 그 생각을 말하지 못해서 집에 와서 후회했다.(웃음) 득점할 수 있도록 공 올려준 같이 뛴 세터들한테 항상 고마웠다. 잘 받아준 동료들도 고맙고…. 공격이 스파이크 득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서브와 블로킹도 있는데, 요즘에는 블로킹이 욕심난다.(웃음) (센터가 아닌) 사이드블로커로서 500블로킹도 의미가 있을 거 같다.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들하고 오래 하다보니까 득점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와이프(신혜인)도 ‘부상을 잘 이겨내 자랑스럽다’고 얘기 해주더라.”


-V리그 1호 5000득점도 욕심날 것 같다.

“예전엔 ‘득점해야지’ 이런 마음이 없었는데 막상 1호가 되니까 5000점, 6000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 1호라는 의미가 크니까. 무엇보다 안 아프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오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득점이 나올 수 있는 전제조건들을 내가 꾸준히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깔려야 원하는 기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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