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진짜 변수는 달라진 ML ‘S존’

입력 2017-02-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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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은 KBO리그와 다른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이크존과 마주한다. 단기전에서 새로운 스트라이크존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 오키나와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WBC 전경기 메이저리그 심판이 판정
KBO와는 다른 ML 스트라이크존
최희섭 위원 “최근 ML S존 몸쪽 판정 달라져”


스트라이크존은 아주 작은 차이만으로도 경기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를 앞둔 한국야구대표팀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메이저리그의 변화된 스트라이크존을 만나야 한다. WBC 전 경기는 메이저리그 심판들이 맡는다. 존에 대한 판정 차이는 같은 리그라고 해도 심판 개인별로 미묘한 차이가 있다. WBC의 진정한 숨은 변수다.

1999년 봄, ‘박찬호 스트라이크존 비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국내 신문에 소개됐다. 당시 화끈한 득점경쟁과 홈런으로 리그 인기를 끌어올리고자 했던 버드 셀릭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스트라이크존을 5.8cm 위로 끌어 올려 삼진을 줄이고 홈런을 늘리고자 했다.

당장 투수들의 고전이 시작됐다. 투수들은 꽤 오랜 시간 적응 과정이 필요했다. “야구에 대한 내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긴 300승 투수 톰 글래빈은 강속구 없이 스트라이크존 가장 낮은 꼭지점을 향해 던지는 정교한 투구로 스테로이드 시대에 시즌 20승을 거둔 대투수다. 그러나 글래빈도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98시즌 20승6패 방어율 2.47을 기록했던 글래빈은 이듬해 14승11패에 방어율은 4.12로 치솟았다. 박찬호 역시 1998년 방어율이 3.71에서 1999년 5.23으로 올랐다. 빅 리그 투수들은 대부분 1999시즌을 통해 새로운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했다. 그러나 WBC같은 단기전은 다르다.

2006 WBC 당시 최희섭.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특히 최근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존은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만 통산 4시즌 363경기에 출장한 최희섭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2006 WBC 대표팀 출신이다. 2016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연수를 했고, 전담으로 경기를 중계한 최 위원은 “2006년 대회 때 많은 국내 타자들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높은 코스 적응에 노력을 기울였다. 오랜 시간 몸으로 기억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단기간 적응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메이저리그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판정은 몸쪽은 좁고 바깥쪽은 후했다. 그러나 최근 성향은 몸쪽에 대한 스트라이크 판정이 굉장히 많아졌고, 그 인정 폭도 넓어졌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과거에 빅 리그 투수들은 몸쪽은 카운트를 잡기보다 위협구를 던지는 코스였다. 심판들도 부상 위험 때문에 몸쪽 공을 잘 잡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트렌드는 심판들이 몸쪽을 잘 잡아주면서 적극적으로 안쪽 코스를 활용하는 투수들이 늘고 있다. 대표팀 타자와 투수들이 모두 잘 대처하리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과거 메이저리그 심판들은 공6개 정도인 스트라이크존 폭을 실제로는 7~8개 정도로 여유 있게 판정했다. 몸쪽이 공 반개라면 바깥쪽은 1.5개 정도로 넓었다. 그러나 최근 성향은 몸쪽과 바깥쪽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대표팀 야수진 중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타자는 이대호(롯데) 단 한명뿐이며, 투수는 오승환(세인트루이스)과 임창용(KIA)이 있다. 반면 같은 A조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은 대부분 미국프로야구 출신들이다.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빠른 적응이 중요한 이유다.

대표팀은 고척 스카이돔에서 25~26일 쿠바, 28일 호주, 3월 2일 상무, 4일 경찰과 평가전을 치른다. 그러나 심판은 모두 KBO심판위원회 소속 심판들이 맡는다. WBC경기를 진행하는 메이저리그 심판들과 첫 만남은 1라운드 공식 첫 경기 6일 이스라엘전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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