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달달한 배우’ 김래원이 꼴통 형사를 맡은 이유

입력 2017-03-21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해 SBS 드라마 ‘닥터스’로 인기를 회복한 배우 김래원이 영화 ‘프리즌’으로 관객을 찾는다. “감독에게 필요한 도구로 쓰이고 싶었다”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쇼박스

20대엔 로맨틱코미디…이젠 넓은 연기 욕심
‘프리즌’ 실력 증명할 기회, 흥행 절실해요
난, 소문난 낚시광…한달간 낚시만 하기도
한석규 선배도 낚시로 엮인 막역한 사이죠

한동안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다. 20대 때는 로맨틱 코미디를 섭렵하며 인기를 누렸지만, 30대에 접어들어서는 정체성이 다소 모호해졌다. 스크린에 주력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였지만 매번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도 못했다. 배우 김래원(36)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출연한 SBS 드라마 ‘닥터스’에서 인간미 짙은 의사를 소화해 인기를 회복하더니, 23일 개봉하는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제작 큐로홀딩스)을 통해서는 실력을 증명할 채비를 마쳤다. 김래원은 “20대엔 예쁘게 나오는 게 더 중요했다면 이젠 넓게 보려 한다”고 말했다.

‘프리즌’은 김래원과 한석규가 투톱으로 나선 범죄액션 영화다. 교도소에 갇힌 죄수들이 밤이 되면 세상으로 나와 완전범죄를 꾀한다는 이야기. 김래원은 말할 수 없는 사연을 갖고 감옥에 갇힌 형사 역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범죄에 깊이 관여한다.

처음 시나리오에선 ‘악질형사’로 묘사돼 있었다. 묵직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덜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에 김래원은 감독과 상의를 거듭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꼴통형사’로 역할의 이미지를 바꿨다.

“감독이 쓴 시나리오 안에서 내가 좋은 도구로 쓰일 수 있겠다고 여겼다. ‘프리즌’은 잘 돼야 한다. 그래야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더 할 수 있으니까. 박진표 감독 스타일의 일상적인 멜로나 ‘캐스트 어웨이’ 같은 작품을 원한다. 그래서 난 지금 흥행이 절실하다. 하하!”

‘프리즌’은 한석규의 악역 도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김래원의 활약도 지나치기 어렵다. 극중 두 사람 사이 팽팽한 긴장감은 영화를 떠나 실제로도 막역한 사이라서 가능했다. 8년 전부터 이들을 연결한 매개체는 낚시다.

“취미가 같은 건 알고 있었다. 어느 날 매니저를 통해 선배님이 연락을 해왔다. 같이 낚시를 가자고. 바로 짐 싸서 갔다. 3박4일 동안 물 위에 떠 있는 작은 공간에서 자고, 밥 먹고 낚시하고 지냈다. 몇 번 하다보니 이젠 동네 형과 동생쯤 된다. 일상적으로 가까운 관계다.”

몇날 며칠씩 같이 낚시를 하다보면 자연히 연기나 작품에 대한 대화도 나눈다. 언제쯤 같은 작품을 하게 될지 서로 궁금해 하기도 했다.

한참 한석규 이야기를 하던 김래원은 대뜸 “저, 조인성과도 친하다”며 “며칠 전 설렁탕집에서 소주를 마셨다”고 말했다. “너무 한석규 선배님 얘기만 한 것 같다”는 그는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며 웃었다.

배우 김래원. 사진제공|쇼박스


고등학생 때 데뷔한 김래원은 20년간 활동했는데도 연기 고민은 여전한 듯 보였다.

“20대 땐 말 그대로 청춘스타였다. 돈 많이 받고. 로맨틱 코미디 대본은 전부 나한테 왔으니까. 그러다가 다른 욕심이 생겼다. 영화다. 문제는 내게 그만한 자질이 있느냐였다. 여기저기 의견을 물었고, 자질이 없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오기로 ‘강남 1970’을 하게 됐다.”

‘프리즌’을 계기로 김래원은 스크린에서 속도를 낸다. 촬영을 마친 영화 ‘부활’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닥터스’로 회복한 인기 덕분에 드라마 출연 제안도 여러 편. 하지만 ‘다작’에 몰두하는 행보는 남의 일인 듯한 느긋함을 풍겼다.

사실 얼마 전 한 달간 전남 만재도를 비롯해 남해안 섬을 돌며 지냈다. 바다낚시를 위해 떠난 한 달의 여행이었다.

“누구와 갔느냐고? 매니저들이 돌아가면서 찾아왔다. 다들 좋아했다. 정말이다. 하하! 매일 바닷가 절벽에 붙어 낚시를 했는데 한 달쯤 지나 손을 보니 쩍쩍 갈라져 피까지 나고 있더라. 진정한 어부의 손이었다.”


● 김래원

▲1981년 3월19일생 ▲1997년 MBC 드라마 ‘나’로 데뷔 ▲1998년 영화 ‘남자의 향기’ ▲2000년 영화 ‘청춘’ 청룡영화상 신인상 ▲2003년 MBC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2004년 영화 ‘어린신부’ 대종상 신인상 ▲2006년 영화 ‘해바라기’ ▲2011년 SBS ‘천일의 약속’ ▲2016년 ‘닥터스’ SBS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