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LO시대①]류준열·박수홍·도끼 “눈치 보지 말고 날 위해!”

입력 2017-03-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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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욜로’ 박수홍-‘슈퍼카 욜로’ 도끼-‘도라에몽 욜로’심형(맨위부터 아래로). 사진제공|SBS·도끼인스타그램·Mnet

■ You Only Live Once!
2017년 트렌드 ‘욜로라이프’ 대해부

‘You Only Live Once!’ 한 번 뿐인 인생, 시시하게 흘려보낼 것인가. ‘욜로(YOLO)’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내일’보다 ‘오늘’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지향이자, “재밌게, 즐기며 살자”는 선언이다. 2008년 창간해 9주년을 맞는 스포츠동아가 2017년 대중을 사로잡는 트렌트로 ‘욜로’를 꼽았다. 적극적으로 욜로 라이프를 실천하는 개그우먼 박나래는 인터뷰를 통해 “카르페 디엠”을 강조한다. 개성과 취향에 따라 여행하고 소비하는 방식 역시 욜로 라이프. 배우 류준열과 개그맨 박수홍, 래퍼 도끼까지 욜로 스타의 삶의 방식을 살폈다. 혹시 나도 욜로일까? 궁금하다면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활용해보자.


남 눈치보지 않고 나를 위해 사는 인생
장기불황 속 작년 해외여행 7.4% 늘어
박수홍·심형탁 등 욜로 스타들 탄생도
“저성장 불안한 미래가 낳은 필연적 결과”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 남 눈치 보지 않고, 내 인생을 개척하는 삶. 그것이 ‘욜로(YOLO) 라이프’다.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 ‘욜로족’으로 불린다. 극한의 경쟁 속 아등바등 일에만 매달리는 일상은 욜로 라이프에선 있을 수 없다. 때문에 여행은 욜로 라이프의 핵심으로 통한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대중문화에서도 욜로는 대세 콘텐츠가 됐다. 방송가에서는 이를 표방한 프로그램이 늘고, 몸소 실천하는 스타도 여럿이다. 남의 눈엔 ‘과소비’로 보여도 개성대로, 취향대로 지갑을 여는 방식 역시 욜로의 실천이다.


● “떠나고 싶을 땐 언제든 떠난다”

배우 류준열은 욜로의 대중화(?)에 기여한 결정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2월 tvN ‘꽃보다 청춘’에서 아프리카로 떠나 현지에서 캠핑카로 여행 중인 금발의 여성을 만났다. 그는 류준열의 휴대전화에 ‘You Only Live Once’라고 적은 뒤 “욜로!”라고 외쳤다.

이 모습이 화제를 모으면서 본격 소개된 욜로 라이프는 여행이 대표적이다.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 경쟁사회에서 벗어나 비교적 손쉽게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2월 문화관광부와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일반 해외여행 지출액은 지난해보다 7.4% 늘어난 231억2000만 달러(26조76억원). 불황이 지속되지만 여행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분위기를 먼저 받아들인 건 유행에 민감한 TV 예능프로그램. tvN은 김용만 등 연예인이 자연으로 떠나 욜로 라이프를 찾아가는 내용의 ‘주말엔 숲으로’를 4월5일부터 방송한다. 걸그룹 다이아는 4월9일부터 온스타일이 방송하는 ‘욜로트립’ 촬영에 한창이다.

욜로 라이프의 확산은 ‘혼족’의 증가와 무관치 않다. 인터파크투어가 2016년 항공 예약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 여행자의 31.6%가 혼자 여행을 떠난 ‘혼족’으로 나타났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2일 “가족해체와 청년층 중심의 1인 가족 증가는 욜로 라이프의 배경이 되고 있다”며 “20∼30대는 일찍부터 경쟁을 시작해 자기중심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를 지배해온 공동체주의와 집단주의에 묶이지 않고 개인의 행복과 인격을 중요시하는 욜로가 만든 혼여행, 혼밥 등 문화는 개인의 권리의식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남의 눈치 안보고, 내 방식대로 산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노래 제목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후회 없이 즐기자’는 욜로 코드가 사회 전반에 불어 닥치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연예계 스타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

방송인 박수홍(47)은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집중하자’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대표 주자. 얼마 전까지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았던 그는 이제 중요한 건 ‘나 자신’ 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밤이 되면 클럽에 나가 심장과 귀를 때리는 음악에 몸을 맡긴다.

실제 그의 일상이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남의 눈치 보고 의식하며 사는 게 부질없다는 걸 깨달았다. 순간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25년간 억눌렀던 욕망을 마음껏 표출하며 사니 인기는 자동으로 따라왔다. “내 인생에도 이렇게 볕들 날이 있나” 싶단다. 자신의 행복을 뒤늦게 찾은 그는 “전세계 페스티벌을 섭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머지않아 훌훌 떠날 계획이다.

연기자 심형탁(40)은 도라에몽 ‘덕후’(오타쿠)로 유명하다. 수년간 모은 도라에몽 피겨, 로봇, 시계, 심지어 침구까지 도라에몽으로 가득 채웠다. 이는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공개했고, 대중은 “신세계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자신만의 취미와 놀이를 넘어 애장품으로 집안 곳곳을 꾸미며 행복을 즐긴다.


● “행복을 위해 가치 있게 소비한다”

래퍼 도끼(이준경·27)는 서울 여의도 69평 고급 아파트에 5만원권 돈다발과 금시계를 진열해 두고 산다. 보유한 외제차만 7대다. 어릴 적 컨테이너에서 힘겹게 살았던 도끼는 돈을 벌어야겠다고 다짐했고, 10년간 340여곡을 작업했다. 노래로, 행사로 돈을 모았다. 값비싼 재물을 통해 자존감을 느낀다. 함부로 돈을 쓰지 않지만, 한 번 쓰면 ‘뭉치’로 쓴다. 가치 있는 것에는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다.

불황이 길어지고 한 번뿐인 인생의 소중함에 눈을 뜨게 되면서 사람들은 자기주도적인 소비를 하게 된다. 노후를 걱정하면서도 명절이나 연휴 때면 해외여행을 떠나고, ‘변하지 않는 건 월급’이라 투정하면서도 비싼 커피를 마시고 가끔 호텔 뷔페를 즐긴다. 언뜻 보면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지만, 욜로족은 돈을 쓸 곳과 안 쓸 곳을 철저히 구분한다.

중견기업 전문경영인 정상욱(46·가명)씨는 최근 125만원짜리 봄 신상 재킷을 샀다.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평소 패션에 관심 없는 그가 처음 ‘지른’ 고가 명품이다. 그는 “비싸다는 생각은 했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했다.

욜로의 핵심은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며 소비하는 태도다. 내 생활에 기쁨을 주는 소비, 남들은 이해 못하더라도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소비다.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지금의 행복을 희생하기보다는 후회 없이 즐기고, 사랑하고, 배우기 위한 소비다. 단순히 소유욕을 채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충동구매와 구별된다.

‘욜로’를 2017년 트렌드로 꼽은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에서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에 불안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 현재에 집중하게 되는 건 필연적인 결과”라면서 “욜로족은 현재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모하더라도 도전하고 실천하는 이들”이라고 정의했다.


■ Tip 욜로란?


욜로(YOLO)는 캐나다 출신 래퍼 드레이크의 2011 년 2집 ‘테이크 케어’ 수록곡 ‘모토’(The Motto)가 빌보드 싱글차트 14위에 오르면서 주목받았다. ‘You only live once: that‘s the motto nigga, YOLO’(한번 뿐인 인생, 그게 인생의 진리)란 가사로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 ‘욜로’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힙합그룹 매드타운이 2014년 ‘YOLO’란 노래로 데뷔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안 ‘오바마 케어’의 가입을 독려하는 동영상에서 “한 번뿐인 당신 인생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Yolo Man’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YOLO’는 옥스퍼드 사전에 정식 등재됐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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