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W] 이종범 해설위원 “아들 아닌 선수 이정후는…”

입력 2017-03-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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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아들’ 이종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오른쪽)의 아들인 넥센 이정후(왼쪽)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신인 타자 중 한 명이다. 이 위원은 아들에 대해 날카로운 평가를 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2017년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가장 ‘핫(Hot)’한 타자로 넥센 이정후(19)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17년 신인지명회의에서 1차 지명된 신인임에도 23일까지 9경기에 출장해 타율 0.462(26타수 12안타) 4타점 6득점 4도루라는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

물론 지금은 어디까지나 시범경기다. 정규시즌은 또 다른 세계다. 그러나 이정후가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이유는 단순히 보이는 숫자 때문이 아니다.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예가 1군에서 주눅 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모습은 ‘테스트’라고 생각했던 넥센 장정석 감독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놨다.

장 감독만큼 이정후의 활약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이가 이종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다.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 위원은 “가뜩이나 요즘 집중 조명을 받아서 부담스러울 텐데 내가 (이)정후에 대해 얘기하면 더 힘들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러워했지만, 아들이 아닌 선수 이정후에 대해 말해 달라는 부탁에는 본업인 해설위원으로 돌아가 날카로운 평가를 쏟아냈다.

넥센 이정후.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콘택트 위주의 정교한 타격…적응력도 합격

이 위원은 이정후의 장점으로 대처능력을 뽑았다. 신인이 1군에 올라오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게 아마추어 때와는 다른 공 무브먼트와 스피드다. 이 위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프로에 갓 입단한 선수가 (1군 투수들의) 빠른 볼에 저만큼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은 칭찬할 만하다”며 “무엇보다 자기 스윙을 한다. 장타를 노리기보다 장점을 살려서 콘택트 위주로 정교한 타격을 하려는 모습이 좋다. 앞쪽 어깨가 빨리 벌어지지 않으니까 좋은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이정후의 빠른 적응력에도 높은 점수를 매겼다. 그는 “타석에서 공도 많이 보려고 하는 것 같다”며 “프로에 와서 가장 큰 걱정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였는데 기우였다. 훈련도 열심히 한 것 같고, 코칭스태프에서 기회를 줬을 때 보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한데 게임을 계속 뛸 수 있도록 스스로 능력을 증명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넥센 이정후. 스포츠동아DB



● 이제 첫 술…야구선수로서 인성만 강조

물론 부족한 부분도 많다. 이 위원은 “이제 첫 술을 떴는데 솔직히 공·수·주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앞으로 변화구 대처능력, 경기를 읽는 능력 등을 더 키워야한다”며 선을 긋고는 “지금보다 이정후에 대한 기대치를 확 낮춰야한다. 정규시즌 때 주전으로 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리고 시즌에 돌입하면 반드시 시련이 찾아온다. (신인이기 때문에) 금세 힘들어질 텐데 주위도, 스스로도 너무 큰 기대를 안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이 이정후를 대하는 자세도 확실하다. “감독이 있고 코치가 있다. 프로에 입단하면 선배들이 있다. 내가 굳이 야구에 대해 할 말이 뭐가 있는가”라는 게 이 위원의 지론이었다. 선수 이정후가 아닌 아들 이정후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한 가지밖에 없다. 그는 “인성이 중요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만 자주 얘기한다. 야구를 조금 할 줄 안다고 우쭐대지 말고, 예의를 갖추고, 팀 내에서 행동을 조심하라고 말했다”며 “스타플레이어의 2세는 잘 하면 본전, 못 하면 욕먹게 돼있다. 이것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축구나 골프 등 다른 운동을 하길 바랐지만 스스로 야구를 선택한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안주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노력해서 성장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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