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그것이 알고싶다’, 태극기집회↔가짜뉴스 수상한 연결고리 (종합)

입력 2017-04-02 0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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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태극기집회↔가짜뉴스 수상한 연결고리

태극기 집회와 가짜 뉴스의 연결고리기 수상하다.

1일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1070회 ‘두 개의 광장, 하나의 진실-무엇이 태극기를 움직이나’ 편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구속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태극기를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그들을 믿게 하는 수상한 뉴스(가짜 뉴스)의 진실에 대해 다뤄졌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22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치열했던 92일간의 탄핵정국이 막을 내린 것.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 그리고 ‘8대0’ 만장일치로 결정이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최종선고에서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전원 ‘파면’ 쪽에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새벽 3시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다.

하지만 여전히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이 결정됐음에도 여전히 태극기를 들고 거리에 나오는 이들이 많다. 집회 참가자들은 “억지 탄핵을 시키고 대통령 아니니까 검찰 수사 오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를 막아야 한다며 차량을 막거나 도로 위에 드러눕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찰이 이들을 저지하지만,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무고한 대통령을 모함한다”고 대성통곡하거나 거친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한 참가자는 “김정은 만세 부르는 박지원을 죽어야 한다. 문재인, 박원순 다 죽어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겼다. 대국민 사과는 없고, 탄핵반대 집회자들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그리고 탄핵반대 집회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화답하듯 집회 현장에서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자리를 지켜 달라”고 했다. 태극기 집회 참석 인원이 회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한때 태극기 집회가 돈에 매수된 이들에 의한 관제데모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은 보수단체의 집회가 있었던 것도 일부 드러났다.

그러나 태극기 집회를 취재한 기자들은 모두가 돈에 매수된 사람들로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필사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키려는 그들의 모습은 돈 외에 무언가 있어 보였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당한 대통령을 향한 그들의 집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87년 직선제 개헌 후 50% 이상의 과반 득표를 끌어낸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대를 이어 국가 원수에 오른 최초의 부녀 대통령이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그녀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대업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취임 이후부터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지만, 국정 수행 지지도는 50%를 웃돌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48%를 유지했던 지지도다. 박근혜 정권의 지지도 추락은 단 한 순간이었다.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아스팔트 친박조차 등을 돌렸고 지지율은 급속도로 붕괴했다. 수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자진 퇴진을 요구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고 탄핵절차가 시작됐다.

태극기 집회 측은 태극기 바람으로 촛불을 끄겠다며 탄핵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커지던 태극기 집회 규모는 빠른 속도로 커졌다. 이상한 점이 있다. 탄핵 찬반 여론조사에서 탄핵 반대 응답률은 15%로 큰 변화가 없었는데 태극기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상한 현상을 보인 것.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되자 진심으로 절망하고 슬퍼하는듯 보였다. 태극기를 광장에 모이게 한 힘은 무엇일까.

북한과 손을 잡은 정치인이 대통령 탄핵을 기획하고 국정농단 사태를 조작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언론은 이 기획 탄핵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태블릿 PC를 최초 보도한 JTBC 방송 차량이 등장하자 몸을 던져 차량을 막았다. “태블릿 PC가 최순실의 것이 맞다”는 검찰의 발표를 믿는 사람은 없었다. 수많은 증거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다. 변희재의 말을 근거로 태블릿 PC가 조작됐다고 믿었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기존 언론 대신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었다. 인터넷 매체 대표들이 집회에 나와 기존 언론들에 대해 비난을 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기존 언론을 차단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정보를 얻고 있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헌법 재판관들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뿌린 200억 원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신문에서 봤다고 했다. 탄핵 정국 무렵에 창간한 이 신문들은 매주 집회 때마다 수만 부씩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그렇다면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대부분 사람은 검찰의 발표보다 인터넷 매체가 제기한 증거조작 의혹을 더 믿는 것일까. 이들은 기존 언론이 사실을 왜곡보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체 누가 무슨 의도로 이런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는 신문사를 찾았지만 기자도 대표도 만날 수 없었다. 이 신문사 대표는 세월호 대리기사 폭행사건 당시 대리기사 변론을 맡은 한 변호사였다. 한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또다른 신문사를 찾았지만 여러 사무실이 함께 쓰는 사무실이라 문을 열어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해당 신문을 제작하는 대표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우리 신문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소설을 쓰지 마라. 노동자 세상 만들어서 공산주의 하느냐. 거기는 북한 지령 받고 움직이냐. 이미 결론 내놓고 그쪽으로 취재하는데 응할 생각이 없다”며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어서 노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만들었다. 우습게 생각하고 마음대로 하지 마라”고 일갈했다.

신문사 사무실에서 나온 한 남성은 “내가 뭐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필요가 없다”며 “요즘 가짜 뉴스라고 하는데 왜 언론사들이 재단해 ‘이건 가짜뉴스다’고 하냐. 근거도 없이 무조건 가짜 뉴스냐. 언론이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이야기한 건 없다. 태극기 집회도 내가 한번씩 나간다. 신문을 봤는데 근거가 다 있더라”고 말했다.

사실 지하 1층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먼저 취재한 기자는 영화 전문잡지 기자였다. 한 영화지 A 기자는 “충무로에서 이상한 소문들이 돌았다. 가령 누구는 정권이 불편해 할 영화를 만들어서 다음 영화 투자를 못 받고 있다. 투자 기준이 정권이 불편해 할 만한 게 기준이라면 당연히 밝혀져야 한다”며 이를 쫓다 해당 건물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보수성향의 영화 한편이 모태펀드로 제작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 그 영화의 제작사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취재 중인 신문사와 같은 건물을 나눠 쓰고 있었다. 이에 대해 A 기자는 “주소를 치면 우익단체들이 같이 뜬다”고 했다. 그 중에는 올해 1월 출범한 보수 시민단체 연합체도 있었다. 가짜 뉴스라 불리는 신문이나 인터넷 방송은 대부분 보수단체 대표, 태극기 집회 주요 연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태블릿 PC가 가짜라는 것, 고영태 문제 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거리에 만난 집회 노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우리나라가 공산화 되고 있다고 믿었다. 태극기 집회에서는 ‘종북’은 곧 전쟁을 떠올리는 단어다. 탄핵은 북한의 소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가짜뉴스가 있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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