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잇수다①] 김윤진 “미드? 세계가 내 무대…단 우쭐하지 않기”

입력 2017-04-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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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영화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이다. 그동안 미국 ABC 드라마 ‘미스트리스’ 주연을 맡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던 김윤진이 국내 관객과 만나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오디션 보는 월드스타 김 윤 진

고등학생 때 성룡이 자랑스러웠던 것처럼
나도 어느 동양인에게 꿈 주는 배우였으면
지금도 미국 오디션장서 자존심 걸고 최선

‘시간 위의 집’으로 3년만에 국내관객과 만나
韓 드라마도 격정 멜로영화도 하고 싶네요
마트 다녀도 저 못 알아봐요…인지도 걱정

요즘 갓 데뷔한 신인도 아무렇지 않게 쓰는 ‘배우’라는 타이틀은, 사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수식어가 아니다. 어렵게 그 명성을 얻은 뒤에도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성과와 더불어 대중의 지지와 신뢰를 얻어야 한다. 도전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 역시 필수 덕목. 그런 의미에서 김윤진(44)은 누구보다 ‘배우’라는 이름값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대중을 실망시킨 적 없는 김윤진이 5일 개봉한 ‘시간 위의 집’(감독 임대웅·제작 자이온엔터테인먼트)으로 돌아왔다. 영화를 알리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 김윤진을 ‘여기자들의 수다’(여수다)에 초대했다. 그와 마주 앉은 날은 마침 영화가 공개된 첫 날. 그는 “관객과 가까이 만날 생각을 하니 재미있으면서도 떨린다”고 했다.

1년에 절반은 미국에서 지내며 세계 200개 나라 시청자에게 선보이는 드라마의 주연인 김윤진은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 것 같지만 일상은 평범하다. “모자 안 쓰고 집 근처 마트도 잘 다닌다”며 웃을 땐 월드스타라는 사실이 잊힐 만큼 친근한 매력이 느껴졌다.


-미국드라마 첫 방송과 한국영화 개봉, 둘 중 어느 때가 더 떨리나.

“떨리긴 마찬가지다.(웃음) 미드는 시청률 파악 방식이 복잡하다. 전체 인구수의 시청률도 나오지만 18세부터 49세까지 시청률 집계를 따로 한다. 주요 소비층을 18세부터 49세로 보는 거다. 한국에서는 무대인사 하면서 관객과 아주 가깝게 만난다. 미국은 프리미어하고 끝나니까 관객과 만날 일이 없고. 방식이 전혀 달라 오히려 재미있다.”


-‘갓윤진’이라는 별칭을 들어봤나.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그런 표현이 있는지도 몰랐다. 하하! 인터넷 검색을 많이 하지 않으니까. 극장 무대인사 가면 같이 출연한 옥택연씨 덕을 많이 본다. 이전엔 들어보지 못한, 여성 관객의 엄청난 함성이 들린다.”


-아이돌만큼은 아니어도 김윤진을 지지하는 팬도 상당하다.

“내 팬은 조용하다.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영화 너무 좋아요’라고 속삭인다. 그런 얘기는 크게 말해줘도 되는데. 내가 출연한 영화는 꼭 챙겨본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큰 힘이 난다.”

김윤진은 ‘시간 위의 집’을 통해 관객이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세상을 내보인다. 흥행 여부를 떠나 한국영화에서 흔히 만나기 어려운 장르와 소재를 힘 있게 그려냈다. 3년 전 ‘국제시장’으로 1400만 관객의 선택을 받은 그는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시간 위의 집’은 김윤진이 새로운 이야기를 원하는 관객에게 주는 선물과 같은 작품이다.


-영화 속 후두암 설정은 본인의 아이디어라고.

“그렇다. 영화에 필요할 것 같은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다. 그런데 감독님이 내 얘기를 잘 안 들을 때도 있다. 하하! 감독님이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니까. 말로는 ‘오! 좋은 데요’라고 해놓고. 그럼 나는 그저 내 연기를 열심히 할 뿐이다. 하하!”

-김윤진의 ‘하드캐리’라는 평가도 있다.

“그런 말 들으면 택연씨에게 미안하지. 군대 다녀온 뒤 미국에서 활동해 보라고 권했다. 내가 JYP엔터테인먼트도 아닌데, 그런 조언을 했다.(웃음) 택연은 미국드라마나 영화에서 할 게 많아 보인다. 외모도, 이미지도. 물론 미국에서 활동하는 게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건 전 세계가 내 무대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드라마 출연을 위해 여전히 오디션에 도전하고 있다는데.

“한국에 있을 땐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기도 하는데, 나는 직접 만나서 하는 게 잘 맞다. 오디션에 가면 누구나 아는 배우들이 옆에 앉아 있을 때도 있다. 그들을 보면 김이 확 빠진다. 누가 봐도 그 사람이 될 것 같으니까.(웃음) 밤새워 외운 대사가 아깝기도 하고. 그래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다.”


-편한 길 두고 미국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배우라는 직업을 택했고, 미국에서 활동할 조건이 된다면, 이왕이면 한 나라보다 210개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를 하는 게 낫지 않나. 하다보니 점차 어떤 상징성이나 의미, 가치도 생긴다. 그건 ‘프랑스에서도 나를 알아본다’ 같은, 우쭐함이 아니다.”

그러면서 김윤진은 뉴욕에서 보낸 청소년 시절을 돌이켰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도 TV에 동양인 엑스트라가 나오는 게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청룽(성룡) 영화가 영화관에 걸렸다. 동양인 배우가 주연한 영화를 뉴욕 극장에서 보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 자체로 내 어깨가 쫙 펴지는 기분이었다. 아니, 어깨부터 척추까지 쫙∼ 펴지는 그런 기분? 자랑스러운 마음은 말로 다 못한다. 만약 내가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배우의 꿈을 꾸게 되는 동양인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활동의 가치는 충분하다.”


-미국 활동 탓에 오히려 국내 대중과 멀어지는 기분이 들진 않나.

“모자 안 쓰고 당당하게 마트 다녀도 못 알아본다.(웃음) 상품이 궁금해서 직원에게 물어보면 그제야 내 목소리 듣고 알아보는 정도다. 고민이 되긴 한다. 인지도를 올리되 배우로 갖는 희소성도 가져가야 할 텐데…. 뭐가 더 중요한지 모르겠다.”


-국내 드라마로 활동을 넓혀볼 생각은.

“솔직히 괜찮은 드라마 몇 편을 제안받긴 했다. 미국에 머물 때 들어와서 인연이 안 닿았다. 많은 건 아니다. 제작진이 먼저 ‘김윤진은 드라마 안 하겠지?’ 생각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연결이 되거나 친분 있는 쪽에서 제안을 주긴 하지만, 거의 없다. 정말 하고 싶은데.”

김윤진은 2004년 미국 지상파TV인 ABC의 드라마 ‘로스트’ 시즌1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글로벌 인기가 시작된 출발점이다. ‘로스트’는 세계적인 흥행 속에 2010년 6편까지 이어졌고 김윤진은 전 편에 출연했다. 2013년부터는 ABC 드라마 ‘미스트리스’ 주연을 맡아 지난해 시즌4까지 참여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집에서 드라마도 보나.

“‘굿 와이프’가 재미있었다. ‘도깨비’, ‘시그널’도 가끔 봤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촬영할 수 있다면 드라마는 환영이다. 잠깐 샤워만 하고 촬영장에 나가서 연기하고 싶진 않다. 우리 대한민국의 배우들, 너무 척척 잘 해낸다. 하하!”


-김윤진의 멜로를 원하는 팬도 있는데.

“좋지. 이젠 보통 멜로가 아니라 격정 멜로를 찍어야 되지 않을까.”


-격정 멜로영화? ‘밀애’가 있지 않나.

“또 하고 싶다. 하하! 그런데 많은 노출은 좀 어렵겠다. 아무리 다이어트하고 운동해도 이젠 안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만약 기회가 된다면 상대역은 어린 배우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40대 여성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잖아. 하하!”


-만약 한다면 누구와 연기하고 싶나.

“추천 좀 해줘라. 누가 좋을까.”


-어려운데…. 김우빈?

“하하하! 나는 좋지만 왠지 김우빈씨가 안 할 것 같다. 정말 멋있는, 개성이 확실한 배우 같이 보인다.”


-평범한 김윤진의 일상도 궁금하다.

“협찬 옷과 헤어, 메이크업을 싹 거두면, 그게 나다. 집에 있으면 하루가 정말 짧다. 보통 6시에 일어나 강아지와 산책하고, 남편 출근 준비를 돕는다. 오전 11시쯤부터 오로지 내 시간이다. 책 보다가 오후 되면 저녁은 또 뭘 먹나 고민하고. TV 좀 보다 또 잘 시간이다.”


-요리 실력이 좋을 것 같다.

“전혀! 남편이 ‘요리에 요령이 없다’고 하더라. 남편이 잘 한다. 누굴 집에 초대해 대접할 만한 실력은 아니다. 정석대로 한다.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 남편이 국물을 좋아해 국과 찌개는 잘 하는 편이다. 멸치볶음처럼 기본적인 음식은 한다. 집 살림을 둘이서 한다. 아직은 직접 하고 싶다.”

김윤진은 2010년 하와이에서 결혼했다. 남편은 그동안 자신의 일을 담당해준 매니지먼트사의 대표. 두 사람은 소리 소문 없이 사랑을 키웠고, 결혼식 당일에야 사실을 공개했다. 이제 결혼 8년째. ‘남편의 장점을 3가지 뽑아 달라’고 부탁하니, 고민 없이 답이 나왔다.

“모든 상황을 시트콤으로 만드는 장점이 있다. 정말 재미있고 은근히 섬세하기도 하다. 미국에 왔다 갔다 하느라 기념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때도, 가족까지 전부 챙겨준다. 현실감각도 있다. 현실을 아는 남편이랄까. 우리는 농담도 많이, 대화도 많이 한다.”


-남편과 함께 일하면 불편할 때도 있을 텐데.

“장단점이 있다. 요즘처럼 영화를 위해 하루 종일 인터뷰하고 녹초가 돼 집에 들어갔는데, 남편이 또 영화 이야기를 한다. 나는 쉬고 싶은데. 장점도 확실하다. 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준다.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어 좋다. 굳이 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고, 의지도 된다. 미국 스케줄 때문에 혼자 비행기에 오를 때, 마음이 찡할 때도 있다.”


-영화 일정이 마무리되면 다시 미국으로 가나.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케이블채널 드라마에 도전해보면 어떨까도 생각한다. 미국은 지상파에 비해 케이블채널 드라마의 수위가 너무 세다. 과감한 장르 드라마를 하고 싶으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기도 한다. 아직 배우의 자세가 안 된 건지.(웃음)”


-당신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나.

“30대 중반까지 연기를 즐기지 못했다. 그만두고 싶었다. 지금 돌아보니 연기에 싫증이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른 부분에서 지치고 상처를 받은 거다. 이젠 잘 넘기는 대처법을 안다. 일하면서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그럴 필요는 없다.”


-그게 정말 가능한지 모르겠다.

“10년 후에 내가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을까. 대부분 아닐걸. 지금 이 순간 화가 나서 연기가 안 된다면 결국 내 손해잖아. 연기를 잘 하기 위해 그간 마음을 다스렸던 것 같다. 진짜 스트레스가 심하면 그냥 잔다. 푹 자고 일어나면 상황이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감정조절! 절대 화내지 말고, 웃으면서 내 뜻을 말해야 한다. 그게 이기는 거다.”


● 김윤진

▲1973년 11월7일생 ▲1980년 가족과 미국 뉴욕으로 이민 ▲보스턴대 공연예술학 전공 ▲1996년 MBC 드라마 ‘화려한 휴가’ 데뷔 ▲1999년 영화 ‘쉬리’ 주연, 대종상 신인여우상 ▲2002년 영화 ‘밀애’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2004∼2010년 미국 드라마 ‘로스트’ 시즌1 주연 ▲2008년 영화 ‘세븐데이즈’로 대종상 여우주연상 ▲2013∼2015년 미국 드라마 ‘미스트리스’ 주연 ▲2014년 영화 ‘국제시장’ 1462만 관객 동원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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