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더 플랜’, 민주주의의 꽃 ‘국민투표’는 기획된 것이었나

입력 2017-04-10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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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표현되는 ‘국민 투표’는 ‘생화’(生花)가 아닌 ‘조화’(造花)였나. 2012년 18대 대선 투표수로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감독 최진성·제작 프로젝트 부)이 베일을 벗었다.

10일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영화 ‘더 플랜’언론시사회에서는 연출을 맡은 최진성 감독과 제작을 맡은 김어준 총수가 참석했다. ‘더 플랜’은 선거 과정과 결과에서 부정 개표 의혹이 있었던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이 남긴 ‘숫자’를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추적 다큐멘터리로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가 총 지휘를 맡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총 1만 6000명의 펀딩을 통해 20억을 모아 만든 3부작 중 하나다.

이날 참석한 김어준 총수는 “기자들 앞에서 서는 것은 검찰 출두할 때였는데 이렇게 영화를 만들고 언론시사회까지 하게 됐다. 비주얼적으로 큰 충격이 있는데, 내 얼굴이 지나치게 크게 나왔다는 것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더 플랜’의 제작비는 총 4억이며 앞서 말한 3부작 중 가장 늦게 제작됐지만 가장 빨리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김 총수는 “원래 12월 대선을 예상하고 지난해 12월에 제작을 시작했는데 최순실 씨의 큰 활약으로 대선이 앞당겨졌다. 그래서 미친 듯이 촬영을 했다. 최진성 감독이 아니었더라면 완성도 있는 영화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지난 5년간 18대 대선의 부정 개표 의혹을 수면 위로 꺼냈다. 하지만 단순한 음모론을 영화로 만들지 않았다. 18대 대선이 남긴 실제 개표 ‘숫자’와 ‘데이터’를 재미나게 파헤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시도했다. 우선 18대 대선 투표수인 약 3000만 투표수를 모두 꺼내 분석했다. 이 자료를 요청하고 받는데 약 2~3년이 걸렸고 이것을 분석하는데 또 다시 2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분석은 미국과 독일을 넘나들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자와 수학자, 통계학자들의 인터뷰와 증언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검증, 실제 전자 개표기를 가지고 국내 해커와 함께 진행한 모의 실험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전자 개표 시스템이 얼마나 허점투성이인지, 그 과정과 보안이 얼마나 취약한지 문제점을 꼬집는다.

최진성 감독은 “처음에 나도 ‘부정선거’가 실제로 일어나는지 미심쩍었고 음모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김 총수가 그간 ‘파파이스’에서 말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는 말과 함께 설명이 이어졌다. 이야기를 들으며 사건 정황 등 모든 것을 배제하고 수학과 과학으로만 증명하고 연출하겠다고만 했다”라고 작품 연출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김 총수와 최 감독이 만든 ‘더 플랜’은 통계학자들이 분석한 ‘1.5’라는 숫자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나라 선거 투표는 수를 셀 때 먼저 ‘투표지 분류 기계’에 들어간다. 이 기계는 스캐너 방식을 이용해 도장이 찍힌 후보 쪽으로 표를 분류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수상한 점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기계가 투표지를 분류를 하다 읽지 못한 표는 미분류도 들어가는데 18대 대선 경우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투표수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투표수보다 늘 1.5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전국 251개의 투표개표장에 말이다. 그렇다면 정상적으로 분류된 곳에는 그 만큼의 표가 모자라다는 것인데, 그 모자란 표를 다른 후보의 표가 들어가고 나머지 미분류된 투표수가 더해져 18대 대선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에서 통계학자들은 “보통 저런 경우에는 비율은 ‘1’이 나와야 맞다. 비율이 1.5가 나왔다면 그 기계에 굉장한 허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상적으로 분류된 표를 사람이 다시 체크를 하면 되지만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계로 분류된 투표 용지는 후에 사람이 다시 세지만 이것 마저도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기계가 있어 사람의 눈으로는 놓칠 수 있다는 것이 큰 단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건가. 가장 공정할 줄 알았던 기계가 부정을 저지르다니 말이다. 이것은 작은 용량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조작이 가능했다. 실제로 다큐멘터리에서는 해커가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투표 시스템에 넣어 개표를 시작해봤다. 10000표를 기준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4950표, 문재인 후보에게 4950표, 나머지는 무효표 등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미분류 투표수는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1.5배가 많았고 심지어 문재인 후보의 표가 박근혜 후보에게 가 있기도 했다. 또 모든 표가 문재인 후보에게 찍힌 것으로도 실험을 했는데 이것조차 박근혜 후보에게 가는 결과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보안 시스템이 철저해야만 하는 전자 개표 시스템이 해커가 만든 단순한 프로그램을 USB를 통해 심기만 하면 선거는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획된(Planned) 투표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김 총수는 “내가 이 영화를 제작한 것은 박근혜 전 정부를 어쩌겠다고 하는 게 아니다. 18대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바도 아니다. 앞으로 대선이 있고 수많은 선거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허점과 맹점이 가득한 기계를 이용해 선거를 치른다면 또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며 이것을 막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5월 대선은 너무 눈 앞이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꾸자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사람이 먼저 세고 기계가 세는 방법으로 순서를 바꾸는, 그러니까 테이블 순서만 바꿔도 이런 취약점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비용도 들지 않는데 누군가가 그 방법을 거부한다면 그 사람이 범인 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더 플랜’은 12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먼저 공개된다. 더 많은 이들이 빨리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자는 의미에서다. 영화관 개봉은 4월로 예정돼 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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