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W(더블유) “그냥 ‘내가(I Am)’ 좋아하는 앨범 만들려 했죠”

입력 2017-04-24 1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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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사진=골든에이트미디어

음악은 창작물이다. 이는 가사와 소리에 작자의 의도나 생각, 사상, 감정 등이 필연적으로 포함된다는 뜻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대중음악의 경우 3~5분의 짧은 시간 안에 전하고자하는 생각과 사상, 감정을 모두 담아야하기 때문에, 청자가 작자의 의중을 온전히 파악하기에는 너무 함축적이고 모호한 경우도 있다.

앨범 단위의 제작이 필요한 이유이다.

10~15개 내외의 곡이 수록되는 앨범단위의 제작방식은 아무래도 분량 면에서 보다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작자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앨범 단위로 제작된 창작물은 당연히 그 전체를 들어보아야 그 의도가 무엇인지 온전히 느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룹 W가 지난 달 31일 발매한 ‘I Am’(아이 엠) 역시 마찬가지다.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특성상 보컬이 없는 인터루드 트랙과 보컬 피처링이 참여한 노래 트랙이 혼재돼 있는 ‘I Am’(아이 엠)은 일견 복잡하고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찬찬히 트랙을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전달하려는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청자에 따라서 느끼는 감정은 제각각이고, 게다가 ‘I Am’(아이 엠)이라는 타이틀은 어딘가 철학적이고 고차원적인 이미지가 있어 이런저런 의미부여를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또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해서는 청자의 몫이지, 창작자가 어떤 것이 100% 옳다 틀리다라고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작가의 의도를 알면 해당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일단 W의 배영준이 밝힌 ‘I Am’(아이 엠)은 철학적이거나 현학적인 작품이 아니다. ‘I Am’(아이 엠)담긴 첫 번째 감정은 즐거움과 행복감이다. 이는 ‘I Am’(아이 엠)에 참여한 피처링진에서부터 의도됐다.

배영준은 “작년에 발매한 지난 앨범(Desire)부터 각 트랙마다 다른 보컬을 모셔서했다. 저 가수의 팬이라서, 인간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가수를 팬심으로 함께 작업했다. 정말 좋고 행복했다”라고 피처링을 섭외한 기준을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앨범과 이번 앨범도 그렇다. 예를 들어 이번에 어반자카파 현아는 인간적으로 막 친한 사이는 아니다. 자주 볼 기회가 없었는데 ‘저 사람의 멋진 목소리로 표현되면 얼마나 짜릿할까’라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다. 그리고 이 가수가 우리가 만든 음악을 듣고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앞의 한사람을 설득할 수 있으면 많은 사람을 설득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피처링 가수에게)감동을 줄 수 있으면 대중들도 감동을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W의 입장에서는 행복하게 만든 ‘I Am’(아이 엠)이지만, 너무 뻔하게 모든 걸 드러내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재미가 없는 법이다. ‘I Am’(아이 엠)에는 청자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들 장치가 걸려있다. 바로 각 트랙의 제목이다.

배영준은 “처음부터 한자어를 쓰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이전에는 우리 노래 제목이 좀 길었다. 그게 우리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에 너무 자세하게 제목으로 짚어주니까 궁금증이 덜해지는 것 같더라. 그래서 간단한 단어로 상상하면서 들으면 그것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노래를 부른 사람이 다 다르고, 스타일이 달라서 듣는 사람이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아 제목이라도 통일을 하자는 의도였다”라고 덧붙였다.

즉, 가창자와 스타일이 다르다고는 해도 ‘I Am’(아이 엠)의 각 트랙들은 앨범을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런 앨범의 주제를 가장 대표하는 트랙이 ‘선언’이다.

배영준은 “‘선언’은 제일 먼저 만든 곡이다. 자신이 있었다. 노래 정말 괜찮다. 그런 자신이 있는 곡이 있어야 다음 곡을 만들기 쉽다. 그런 버티는 곡이 있어야 스타일을 정하기 편하다.‘선언’이야말로 이 앨범이 있게 만든 곡이다”라고 말했다.

‘선언’이 ‘I Am’(아이 엠)을 대표하는 곡이라면, ‘세계’는 가장 애정을 담아 만든 트랙이다.

배영준은 “‘세계’라는 곡은 와이와 같이 한 곡인데, 와이는 지난 앨범에도 같이 했다. 다른 분은 팬의 마음으로 했다면 와이는 내 동생이라는 생각으로 했다. 언제나 와이를 위해 최고의 곡을 만들어주고 싶다. 이 친구랑은 오래오래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 그래서 특별히 ‘세계’에 공을 들였던 거 같다. 다른 피처링은 이미 다 스타고, 와이는 아직 아니라서 그런 사심이 있었다”라고 ‘세계’는 ‘I Am’(아이 엠)에서 가장 애정을 쏟은 트랙임을 알렸다.

‘I Am’(아이 엠)이 전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행복과 애정, 희망 등이라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앨범 타이틀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배영준은 “나는 피처링에 참여한 뮤지션들에게 참여해줘서 감사하다고 명품을 드린다거나 그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대신에 이 노래를 불러서 좋다는 느낌이 들게 해주고 싶었다. W의 멤버라고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게 피처링하는 보컬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블유가 바로 ‘I Am’(아이 엠)이다”라고 앨범 타이틀을 ‘나’로 정한 이유를 밝혔다.

W, 사진=골든에이트미디어


또 ‘나’는 현재 배영준이, W가, 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겪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배영준은 “자존감의 확립, 피해의식 없이 나는 멋있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건 자기 객관화에서 나온다. 그러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라며 “2016년도 말부터 지금까지 난세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런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어떻게 지켜야하나 하는 고민은 다 할 거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나는 어떤 사람이고 누구인지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타이틀을 ‘I Am’(아이 엠)으로 정한 이유를 밝혔다.

‘나’라는 건 쉽게 생각하면 간단하고, 어렵게 생각하면 복잡한 단어이다. 실제 ‘나는 누구인가’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을 깊은 사색과 고찰에 빠지게 만든 화두이다.

이 때문에 ‘I Am’(아이 엠)이 어렵고 철학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I Am’(아이 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혀 어렵거나 복잡한게 아니다.

배영준은 “화두를 던졌다기보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다. 되게 철없이 만든 앨범이다. ‘내가 좋아하니까 다른 사람도 좋아하겠지?’라는 마음가짐이다. 화두라는 단어도 되게 무거운 단어다.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걸 순진하고 용감하게 표현한 그런 앨범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내가 운전면허를 딴지 얼마 안됐다. 학원 시간이 아침이라서 아침에 전철을 타고 다녔다. 출근시간의 전철은 굉장히 피곤한 지금 이시대의 맨얼굴을 볼 수 있는 장소 같더라. 저마다 피곤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런 시대에 ‘지금 디트로이트식 테크노는 이런 거고 영국식 하우스는 이런 거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기분 좋게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가 제일 가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 부르기 쉬운 따라 부르고 싶은 그런 노래를 만들려고 애를 썼고, 어떻게 하면 더 세련된 비트를 들려줄 수 있을까는 그 다음이었던 거 같다”라고 ‘I Am’(아이 엠)의 제작 계기를 설명했다.

‘I Am’(아이 엠)에는 지금 ‘내’가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음악들에 더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 대한 메시지도 함께 담겨있다.

아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배영준은 만화광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W의 작품에는 만화에서 영감을 얻거나 따온 것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배영준은 “나는 무인도에서 천재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화책을 꾸준히 보게 된다. 책도 많이 보려고 애를 쓰고 영화도 많이 보려고 애를 쓴다. 그런 것들을 통해서 동시대적인 감각을 공감하고 그런 느낌들을 통해서 저절로 (영감이)얻어지는 거 같다. 또 내년이면 나이가 50인데, 어쩔 수 없이 꼰대같이 되어 가더라. 후배들보면 ‘음악은 말이야’ 그런 얘기하게 되고... 그래서 책상에 ‘반장병 조심하자’고 붙여 놨다. 애를 쓰게 된다. 그래도 젊은이들하고 공유하기 좋은 매너가 만화이지 않나 싶다”라고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밝혔다.

또 그는 “만화책을 사는 건 그런 것들을 위한, 자기를 위한 투자다. 그러기위한 수업료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을 주어 말하다가 “사실 핑계고 재밌어서 보는 거 같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에 ‘I Am’(아이 엠)도 만화에서 영감을 얻거나 따온 것이 아닌지 물어보자 “이번에는 딱히 만화에서 따온 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시국이)이런 적이 없었다. 2016년도 말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사건이 있었다. (‘I Am’에는)그런 시대들이 묻어있는 거 같다”라며 “예를 들어, 촛불집회를 갔는데 세월호 참사 10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생존학생들이 연단에 올라가 연설을 하더라. 1000일이라는 시간동안 살아남았다는 이유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하는 느낌에서 나온 게 ‘증명’이라는 노래다”라고 ‘I Am’(아이 엠)이 현재 한국을 살아가는 ‘나’를 담고 있음을 알렸다.

특히 그는 “이번에는 만화보다 훨씬 더 다이나믹하고 흥미진진한 시대적 분위기들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됐다”라고 말해 ‘I Am’(아이 엠)에 만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현시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문화인들의 사회참여적인 성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만하다. 하지만 배영준의 생각은 확고했다. (사족을 붙이자면 배영준은 문화예술계 역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뿐이지, 특정 정당이나 세력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상황을 살피고 또 반대의견도 수용할 수 있어야 올바른 민주주의 사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영준은 “아직은 정치 관련해서는 (의식이)좀 그런 거 같다. 한 예로 SNS에 정치관련 발언은 좋아요 수가 확 준다. (문화예술인의 정치참여는)아니라고 보는 시선이 있는 거다. 나는 세상을 바꾸는 건 정치라고 생각한다. 사실 음악하는 사람이기 전에 정치적인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하고, 그런 것을 표현할 수 없는데 어떻게 예술을 표현할 수 있나 그런 생각이다. ‘이렇게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게 예술인데, 자연인으로 가져야할 당연한 의견을 갖지 못하면 그것도 가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을 혐오할 수 있겠지만 정치를 혐오하면 미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배영준이 밝힌 ‘I Am’(아이 엠)은 여기까지이다. 여기까지의 말을 종합하면 참여한 ‘나’와 듣는 ‘나’가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앨범, 또 ‘내’가 살아가는 시대상이 반영된 앨범이 바로 ‘I Am’(아이 엠)이다.

그리고 ‘I Am’(아이 엠)에 담은 감정과 의도는 ‘I Am’(아이 엠)의 것이지만, 그 감각은 다음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배영준은 “이번 앨범도 EP고 지난 앨범도 EP인데, 1년이 걸렸다. 되게 게으르게 한 거 같다. 많은 음원들을 들려주고 싶고, 이 앨범을 통해 쌓인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빨리 좋은 곡을 만들어서 부지런히 들려주고 싶다. 이번 앨범 만들면서 그런 재미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는 “작업 방식은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코나도 다시 하고 싶다. 코나가 5월에는 싱글이 나올 거다. 코나 작업을 하고 있다. W & Whale 이전의 W의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 또 W & Jas에서 자스를 맡은 장은아 그 친구랑은 꾸준히 하고 싶다, 그 친구에게 정말 맞는 옷을 못 만들었다는 마음이 남아있어서 만회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와이는 꾸준히 같이 할 거다. 많은 것들을 쏟아내는 한해가 되고 싶다”라고 계획을 덧붙였다.

더불어 배영준은 “(세계적인)슈퍼스타가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하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고 재밌는 걸 하고 싶다. 무리해서 음악을 만든 경우도 있었다. ‘Hardboiled(하드보일드)’가 잘되니까 그다음에는 혈안이 돼 무리해서 작업을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좋은 게 나오지 않더라”라고 덧붙여 ‘나’부터 재미있는 창작물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을 알렸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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