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닭에서 꿩 된 피어밴드&승자의 저주

입력 2017-04-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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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피어밴드. 스포츠동아DB

‘승자의 저주’,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치열한 경쟁 끝에 M&A에 승리한 기업이 과도하게 치솟은 인수대금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순간을 뜻한다. KBO리그의 외국인 스카우트에서도 종종 승자의 저주가 일어난다. 외국인 전력은 시즌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각 팀은 지난 겨울 정보, 인맥, 자금을 총동원해 소리 없는 전쟁인 스카우트 경쟁을 펼쳤다. 희비가 엇갈렸고, 환희와 탄식이 교차됐다. 그러나 스카우트의 승자가 곧 리그의 승자는 아니었다.


● 오리에서 백조가 된 피어밴드

kt는 2016시즌 종료 후 외국인 선수 영입에 구단의 사활을 걸었다. 국내 프리에이전트(FA)시장보다 외국인 선수 영입이 첫 번째였다. 지휘봉을 잡은 김진욱 감독 역시 “우승을 노리는 전력이 아니라면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FA 계약에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다”며 뜻을 함께 했다.

kt가 우완 투수 돈 로치를 85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발표한 직후 당시 구단 최고 경영자는 이례적으로 “뛰어난 투수지만 제2선발이다. 곧 영입할 투수는 리그 최정상급 투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t가 기대했던 ‘니퍼트 급’ 투수 계약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정상급 외국인 투수와 계약을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국 kt는 스프링캠프 출발 1주일을 앞둔 1월 말, 라이언 피어밴드(32)와 재계약을 발표했다. 곧장 구단에는 ‘꿩 대신 닭이냐?’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시즌 초반 피어밴드의 계약은 신의 한수가 되고 있다. 피어밴드는 25일까지 4경기에서 31이닝을 책임지며 3승1패 방어율 1.16, WHIP(이닝당 출루허용) 0.61이라는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올리고 있다. 피어밴드는 스트라이크존에 꽂히는 너클볼을 새롭게 장착하며 kt가 창단 때부터 그토록 소원했던 특급 선발투수로 진화하고 있다.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t 선발 피어밴드가 8회초를 마친 뒤 덕아웃으로 향하며 이해창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모넬 놓쳤지만 활짝 웃는 NC

그러나 kt는 외국인 타자 부분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마주하고 있다. NC는 에릭 테임즈가 밀워키와 계약하고 빅 리그에 도전하자 같은 좌타자이자 1루수인 조니 모넬(31)에게 접근했다.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어 테임즈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모넬은 kt가 제안한 90만 달러에 사인을 해버렸다. NC가 급히 또 다른 타자를 찾고 있을 때 생각지도 않았던 마이애미 출신 1루수 재비어 스크럭스(30)가 시장에 나왔다. NC는 스크럭스가 기존 구상과 달리 우타자지만 가능성 측면에서 오히려 모넬을 능가한다고 판단,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NC 스크럭스. 스포츠동아DB


모넬은 18경기에서 타율 0.182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다. 반면 스크럭스는 25일까지 21경기에서 타율 0.292, 6홈런, OPS(출루율+장타율) 1.043으로 빼어난 활약을 이어갔고, 26일 kt전에서 홈런 2방, 5타점을 추가하는 등 KBO리그에 완벽히 적응해 나가고 있다.

15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kt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kt 모넬이 1루수 정면 타구로 아웃 당하자 방망이를 땅에 내려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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