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형제 신상우-신상훈 “돌풍은 이제 시작”

입력 2017-05-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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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자아이스하키는 최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에서 준우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 신상우(오른쪽)·신상훈 형제가 있었다. 이들이 가장 바라는 일은 아이스하키가 비인기종목의 설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때 아닌 아이스하키 열풍이다. 동계올림픽 대표금맥으로 통하는 같은 빙상종목인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유독 약체로 꼽혔던 한국아이스하키. 그러나 2017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남녀대표팀이 나란히 승전보를 전해오더니 최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막을 내린 2017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에서 남자대표팀이 준우승을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다. 바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당당한 위치까지 확보했기 때문이다.

열풍의 중심에는 ‘용감한 형제’ 신상우(30)~신상훈(24·이상 안양 한라)이 있다. 대표팀의 앞선을 이끄는 둘은 한국아이스하키가 자랑하는 대들보다. 형인 신상우는 뛰어난 몸싸움을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이 장점이고, 동생인 신상훈은 가공할 만한 스피드로 상대 수비진을 휘젓는 능력이 일품이다. 이들은 2016~2017 아시아리그 통합우승을 합작한데 이어 세계선수권의 분수령과도 같았던 헝가리와 3차전에서 나란히 역전골과 쐐기골을 터뜨려 한국에 3연승의 감격을 안기기도 했다. 대회 직후 금의환향했던 지난달 30일,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용감한 형제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났다. 다음날인 5월1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야하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인터뷰를 승낙한 신상훈의 배려와 동생을 설득한 신상우의 도움이 있었기에 인터뷰가 가능했다.

남자 아이스하키대표팀 백지선 감독.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국가대표 자부심 키워준 ‘감독 백지선’

-짜릿했던 세계선수권을 마쳤습니다. 역대 최고성적과 함께 1부리그 승격권을 얻은 덕분이지 선수단 모두의 얼굴에 피곤보단 기쁨이 묻어나 보이네요.


상우 : 당연합니다. 사실 우크라이나로 떠날 때만 해도 승격을 목표로 하진 않았어요. “꼴찌만 면해서 강등은 피해보자.” 다들 이 생각 하나로 비행기에 올랐죠. 그런데 1차전(폴란드)을 이기더니 승리가 하나둘씩 쌓이면서 목표가 조정됐죠. 대회 마지막 날 우크라이나를 꺾고 2위를 확정짓는 순간엔 빙판 위에 누워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상훈 : 사실 이번 대회는 한 시즌의 마지막 일정이었어요. 지난해 8월 아시아리그를 시작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세계선수권을 준비했죠.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피곤함이랄까. 사실 내일 입대도 실감은 안나요. 멍한 상태로 들어가려고요.(웃음)


-최근 인기와 관심을 대변하듯 입국장에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상우 : 이렇게 뜨거운 관심은 처음이에요. 정말 얼떨떨합니다. 국가대표로 뛰면서 외국에 많이 나갔다 들어와 봤지만, 이처럼 몰린 취재진과 환영인파는 생전 처음이에요.

상훈 : 우크라이나에서부터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이 커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러나 실감은 전혀 하지 못했죠. 선수들끼리도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공항에 와보니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승격으로 한국아이스하키가 북미 그리고 유럽 강호들과 맞붙는 위치까지 오르게 됐는데요.

상훈 :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우리가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랑 같은 조에서 세계선수권을 치른다? 20년 동안 아이스하키를 했지만, 이러한 일은 꿈도 꾸지 못했죠.

상우 : 사실 내년 올림픽을 한국에서 연다는 것도 실감나지 않아요. 내년은 돼야 느낄 수 있을 듯해요. 지금은 그저 무덤덤하게 준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도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합니다.


-최근 발전과 성장을 이야기할 때 백지선(50) 대표팀 감독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불과 3년 만에 대표팀을 확 바꿔놓고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상우 : 우선 대표팀 풍경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전까지는 뚜렷한 목표가 없으니 ‘할 만큼만 하자’는 주의가 강했죠. 그러나 지금은 달라요. 목표가 분명합니다. 올림픽 영향도 있지만 감독님께서 방향을 제대로 잡아주신 덕분이죠.

상훈 : 대표팀에 임하는 각오부터 달라졌어요. 전에는 국가대표 경기를 다소 특별한 이벤트 정도로만 여겼죠. 그러나 지금은 태극마크를 보며 자부심을 가지게 됐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안에서 보는 ‘백지선 매직’의 실체는 무엇인가요.

상우 : 감독님의 지도력은 일단 부지런함에서 나옵니다. 감독님은 선수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시고, 더 늦게 주무세요. 눈을 뜨고 계신 시간에는 상대팀 분석을 철저하게 마치십니다. 완벽할 정도예요. 그리고는 선수들에게 ‘답안지’를 주세요. 답안지 속에는 우리의 역할과 임무가 확실하게 나열돼있어요. 우리로선 감독님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죠.

상훈 : 감독님은 일단 선수들을 100% 믿어주세요. 그리고 우리 능력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세요. “너희가 한 만큼 성적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말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 달라”고 매번 이야기하시죠.

2017년 4월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이스하키 대표팀 신상훈(왼쪽), 신상우 형제 인터뷰. 인천국제공항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동생 치아 부러진 날, 오히려 축하해줬죠”

-형과 동생이 같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는 어떻게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게 됐나요.


상우 : 초등학교(광운초)에 다닐 때 롤러스케이트부로 활동했어요. 취미로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학교 아이스하키부 감독님이 이 운동을 권유하셨죠. 처음엔 아이스하키란 종목도 몰랐어요. 아버지께 아이스하키가 뭐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을 정도예요. 그렇게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스틱을 잡았습니다.

상훈 : 사실 아이스하키를 하게 된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부모님과 형의 이야기에 따르면 어렸을 때부터 형을 따라 아이스링크장에 다녔다고 해요. 매일 스틱을 갖고 놀면서 아이스하키에 관심을 가졌던 모양입니다. 그게 4살 때죠. 계산해보면 아이스하키만 20년을 한 셈이 되네요.(웃음)


-서로는 어떻게 도움을 주고받는지 궁금한데요.

상훈 : 사실 저희 형제는 나이차이가 조금 나는 편이에요. 2~3살도 아니고 6살 터울이니까요. 그래서 남들처럼 티격대격하기보단 제가 형을 바라만 보고 있는 관계죠. 어떻게 보면 아이스하키 대선배니까요. 제가 조언을 물으면 형이 대답해주는 경우가 보통이에요.


-아이스하키는 부상 위험이 높은 종목인데요. 형제가 함께 운동을 하니 가족들의 걱정이 많겠어요.

상우 : 뭐, 숙명이죠. 저희 세계에선 부상을 당하지 않는 선수가 없어요. 저도 어깨와 손목을 수술했죠. 만약 부상을 조심하면서 운동을 하게 되면 ‘넌 아이스하키선수도 아니다’라는 말이 바로 나옵니다. 뼈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견뎌내야 돼요.

상훈 :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형들이 너무 많이 다쳤어요. (박)우상이형, (김)원중이형 그리고 에릭 리건까지. 그래도 다들 통증주사 맞아가면서 노력할 수밖에 없었죠. 저도 최근에 퍽에 맞아 앞니가 부러지는 일이 있었는데….

상우 : 아 맞다. 동생이 치아가 부러진 날 제가 오히려 축하를 해줬죠. 너 드디어 진정한 아이스하키선수가 됐다고.(웃음) 여기선 앞니가 부러지는 부상이 훈장처럼 통하거든요.


-부상을 달고 살면서도 헤어 나올 수 없는 아이스하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상우 : 아이스하키는 야구와 럭비, 축구의 장점을 모두 합친 종목이에요. 야구처럼 공(퍽)을 때리고, 럭비처럼 몸싸움을 하고, 축구처럼 돌격하는 맛이 있죠. 무엇보다 남성성이 짙습니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죠.

상훈 : 형이 말한 대로 서로 부딪히는 바디 체크에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스피드를 빼놓을 수 없죠.

상우 : 네가 빨라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지?


-말이 나온 김에 둘은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궁금한데요.

상훈 : 형은 몸싸움이 최고 장점이죠. 유럽 선수들한테도 밀리지 않아요. 또 공격수이면서도 수비능력이 정말 뛰어나요. 물론 빠르기도 하죠.

상우 : 스피드는 저보다 동생이죠. 상훈이는 일단 순간적인 센스가 뛰어나요. 여기에 슈팅과 드리블 능력이 기가 막히죠. 공격수로 갖춰야할 장점은 모두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2017년 4월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이스하키 대표팀 신상훈(오른쪽), 신상우 형제 인터뷰. 인천국제공항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평창 승전보로 국내리그 활성화까지!”

-평창올림픽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가대표로서 기분이 남다를 듯한데요.


상우 : 마음 같아선 안방에서 많이 이기고 싶습니다. 물론 현실이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왠지 1승 혹은 2승은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들어요. 이번 세계선수권으로 자신감도 생겼고요.

상훈 : 아직 대표팀 자체적으로 뚜렷한 목표는 없어요. 일단은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가자는 계획이죠. 지금으로선 감독님 전술 따라가기도 벅차요.(웃음) 그래도 열심히 준비하다보면 평창에서 승전보를 울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국제무대에서 내세우는 한국아이스하키만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상우 : 조직력이죠. 스피드가 있는 조직력이 무기예요. 다른 팀들이 한 발, 두 발을 나갈 때 우리는 네다섯 발을 나가죠. 여기에 지구력과 체력 역시 서양선수들보다는 자신 있는 부분입니다.

상훈 : 우리는 3피리어드에 모든 걸 쏟아 붓습니다. 서양선수들이 보통 경기 막판 지친다는 점을 이용해 마지막 순간에 승부수를 걸죠. 쉽게 말해 유럽이 ‘도끼’라면 한국은 ‘망치’라고나 할까요. 도끼 한 방은 위력이 있지만, 계속된 망치질이 더 무서운 법이죠.


-이번 열풍은 한국아이스하키가 비인기 종목의 설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 듯 한데요.

상우 :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평창에서 성적도 중요하지만 국내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일 역시 시급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께서 아이스하키가 언제 어떻게 열리는지 모르실 거예요. 저희 팀(안양 한라)이 2016~2017시즌 아시아리그 우승한 사실도요. 이번 열풍을 계기로 비인기 종목의 설움에서 벗어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상훈 : 형 이야기에 100% 동감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대표팀이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선수들 역시 응원 열기를 느끼면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팬들께서 더욱 관심을 가져주시면 더욱 힘이 나겠죠?

상우 :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은 정말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입니다. 경기장에 한 번 놀러 오셔서 즐기시면 느낄 수 있을 듯해요. 특히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니 만큼 저희들도 완벽하게 준비하겠습니다. 돌풍은 이제 시작입니다.

1일 국군체육부대 입소를 위해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를 찾은 신상훈(왼쪽). 오른쪽은 국가대표 동료 안진휘. 사진제공|신상우



● 형 신상우


▲생년월일=1987년 12월 12일

▲신체조건=175㎝·80㎏

▲출신교=광운초~광운중~광성고~고려대

▲선수 경력=안양 한라(2009~2013년)~상무(2013~2015년)~안양 한라(2015년~)


● 동생 신상훈


▲생년월일=1993년 8월 1일

▲신체조건=171㎝·76㎏

▲출신교=광운초~광운중~중동고~연세대

▲선수 경력=안양 한라(2014년~2017년)~상무(2017년~)

▲수상 경력=2011년 고교아이스하키리그 MVP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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