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Law Story] 프로농구 ‘더블 파울“, 과실상계 되지 않는다

입력 2017-05-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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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L

남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2차전(4월 23일)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공격팀이 사이드라인에서 패스를 통해 경기를 재개하려고 했다. 수비팀은 대인방어를 통해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던 중 공격팀 선수 한 명이 갑자기 수비팀 선수를 손으로 세게 밀어 넘어뜨렸다. 심판은 휘슬을 불었다. 그와 동시에 넘어진 수비팀 선수가 벌떡 일어나 공격팀 선수를 강하게 밀쳤다. 심판은 비디오판독 끝에 더블 파울(Double Foul)을 선언했다.

이처럼 몸싸움이 심한 스포츠에선 양 팀 선수가 동시에 또는 차례로 파울을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양쪽 선수가 자리다툼을 위해 허용되지 않을 정도의 몸싸움을 하거나, 상대방의 반칙에 대해 보복적 행동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때는 통상적으로 두 선수 모두에게 파울이 선언된다. 어느 한 쪽이 더하고 덜하고를 따지지 않는다. 다만 그 정도에 따라 덜한 선수에게는 조금 약한 파울이, 더한 선수에게는 강한 파울이 선언된다. 또 사후 징계의 정도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두 선수 모두에게 파울이 선언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처럼 더블 파울이 선언된 경우 선수들은 억울하다는 몸짓을 자주 보인다. ‘내 잘못은 상대방만큼은 아닌데, 왜 나한테도 파울을 부느냐? 상대방의 잘못이 더 크니 상대방에게만 파울을 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과연 그럴까?


● 상대방에 맞서 싸우면 내 죄는 덜어질까?

국가의 질서유지를 위해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A는 밤늦게 술을 마시다가 옆 테이블에 있던 B와 시비가 붙었다. B와 그 일행이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 좀 조용히 해달라고 한 것이 발단이었다. A는 나름 정중하게 요청했지만, 술에 취한 B가 자꾸 시비를 걸어왔다. A가 응대하지 않자 화가 난 B가 주먹으로 A를 때리기 시작했다. A는 처음에는 방어만 했다. 그러나 B의 폭행이 계속되자 주먹으로 B를 몇 대 쥐어박았다. 이 경우 A의 행위는 정당할까?

판례는 ‘A의 행위가 B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하게 된 것이다. 싸움의 경우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싸움에서 누가 더 많이 때리고 누가 더 조금 때렸는지는 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처벌 수위를 정하는 데 참고가 될 뿐이다. 이처럼 스포츠에서의 경기장질서유지를 위한 징계나, 국가에서의 사회질서유지를 위한 형벌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잘못과 나의 잘못이 상쇄되지 않는다.


● 손해배상은 어떨까?

상대방의 잘못이 내 잘못을 정하는 데 참작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민법상 ‘과실상계(過失相計)’라고 한다. 상대방의 행위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손해를 입은 사람의 과실도 있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그 과실의 정도를 고려해 배상액을 정한다.

교통사고를 예로 들어보자. B의 과실로 A가 1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그런데 B도 A의 과실로 2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이 경우 절차를 따지자면 A가 20만원을 준비하고, B가 100만원을 준비해 동시에 서로에게 주어야 한다. 그런데 A가 주어야 할 20만원을 B의 배상금에서 깎아주면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이처럼 과실상계는 절차의 편의를 위해 실제로 주어야 할 돈만 계산해 건네도록 한 것일 뿐이다. 질서유지의 관점이 아닌 개인간의 손해를 돈으로 계산해 보전해주는 경우에 가능한 것이다.


● 파울 콜(Call)은 상계의 대상이 아니다!

국가의 형벌권 행사인 형사책임의 영역에선 이런 상계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징계는 단순히 돈으로 손해를 배상해주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형사책임이나 징계책임의 영역에선 손해배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국가를 국가답게, 스포츠를 스포츠답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형벌권, 징계권의 영역이다. 내 허물이 남의 허물로 덮어지지 않는 것이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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