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이정후 맹타로 본 강력한 9번타자의 중요성

입력 2017-05-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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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역사상 첫 순수 고졸신인 3할 타율에 도전하고 있는 넥센 이정후는 상대 팀에는 ‘공포의 9번타자’다. 시즌 타율은 0.343이지만 9번으로 출전한 경기에선 타율 5할을 기록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강력한 9번타자. 요즘 KBO리그를 달구는 또 하나의 키워드다. 과거에는 9번타자를 ‘쉬어가는 타순’으로 인식하곤 했지만, 그 패러다임이 서서히 바뀌어가는 추세다. 특히 상위타순에 찬스를 연결해야한다는 점에서 강한 9번타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9번타순에서 성적이 좋은 타자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타율 0.500’ 이정후, 무적의 9번타자

넥센 신인 이정후(19)는 무적의 9번타자로 손꼽힌다. 이정후는 올 시즌 49경기에서 타율 0.343(172타수59안타), 2홈런, 19타점, 출루율 0.387로 신인답지 않은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특히 9번타순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0.500(44타수22안타), 8타점이다. 출루율은 0.577로 경이적이라 할 만하다. 특히 넥센이 26~27일 삼성전에서 2연승을 거둔 데도 9번타자 이정후가 출루하면 고종욱(1번타자)~서건창(2번타자)의 테이블세터가 불러들이는 패턴이 완벽했다. 이 기간에 이정후는 5득점(4타점)을 기록했고, 고종욱과 서건창이 9타점을 합작했다. 강한 9번타자의 효과를 극대화한 셈.

이에 넥센 장정석 감독도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정후는 당분간 9번타자로 내보낼 생각이다. 본인도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며 “처음에는 단순히 체력 안배 차원에서 9번에 배치했는데, 생각보다 더 잘한다. 8~9번타자가 자주 출루하면 상대가 이기기 어렵다. 정후가 연결고리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넥센 이정후. 스포츠동아DB



● 강한 9번타자가 강팀을 만든다

29일까지 9번타순에서 20안타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모두 6명. 이정후를 비롯해 두산 김재호(117타수38안타·타율 0.325)와 NC 김태군(111타수30안타·0.270), SK 박승욱(76타수28안타·0.277), LG 손주인(85타수26안타·0.306), KIA 김선빈(76타수28안타·0.368)이 그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6명의 소속팀이 나란히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선두 KIA는 김선빈이 9번타순에서만 18타점을 올리며 ‘공포의 9번타자’로 자리 잡은 덕분에 소위 쉬어갈 곳 없는 타선을 구축하게 됐다.

올 시즌 여러 타순을 오간 한화 하주석이 9번타자로 나선 28~29일 마산 NC와 2경기에서 6타수3안타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2연승을 이끈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강한 9번타자를 앞세워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하)주석이가 타격감이 좋지 않아 편안하게 치라고 9번에 배치했다”며 “강한 9번타자가 있으면 투수 입장에서도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특히 9번타자와 승부에 어려움을 겪으면 상위타순에 찬스가 이어지므로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SBS스포츠 이종열 해설위원은 “강한 9번타자를 강조하는 것은 외국인타자들이 중심타순에 배치되면서 잘 치는 국내타자들이 자연스럽게 하위타순에 배치되는 현상에 따른 것으로 본다”며 “최근 김재호와 김선빈 등 강한 9번타자들이 상위타순과 연결고리 역할을 잘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9번타자에게는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두산 김재호-NC 김태군-SK 박승욱-LG 손주인-KIA 김선빈-한화 하주석(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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