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울고 싶어라’

입력 2017-06-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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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의 작금 현실이 ‘설상가상’으로 대변되고 있다. 하도급업체 갑질 논란과 실적 부진 등 브랜드 이미지에 먹구름이 낀 가운데, 대한적십자사 총재직에서 사퇴하는 등 잇단 악재의 연속이다. 게다가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취임 시기와 맞물려 ‘적폐척결 기업’의 빌미를 제공한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동아일보DB

■ MCM 하도급 갑질 논란, 매출하락, 적십자사 총재직 사퇴…

하도급업체 4곳 “불공정행위로 도산”
공정위에 신고…‘적폐척결 기업’ 우려
실적부진 속에 “사실과 다르다” 주장

설상가상(雪上加霜).

‘눈 위에 또 서리가 내린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엎친 데 덮친 격일 때 쓰인다. MCM브랜드를 운영하는 성주그룹 김성주(60) 회장의 작금 현실이다.

최근 하도급업체 갑질 논란과 실적 부진 등 브랜드 이미지에 먹구름이 낀 가운데, 대한적십자사 총재직에서 사퇴하는 등 잇단 악재의 연속이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고강도 ‘재벌개혁’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위원장 취임 시기와 맞물려 ‘적폐척결 기업’의 빌미를 제공한 것에 대한 우려에 있다.


● ‘갑질 논란’ 속, 공은 ‘김상조호’ 공정위로

문제는 성주그룹 산하 성주디앤디가 하도급업체 4곳의 연쇄 도산으로 ‘불공정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것에서 비롯됐다. 신한인비테이션·에스제이와이코리아·맨콜렉션·원진콜렉션 등 하도급업체 4개사가 성주디앤디가 부당한 단가를 적용하고 비용을 하도급에 떠넘기는 부당반품을 하는 불공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해 연쇄부도를 맞았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것.

하도급업체들은 성주디앤디의 ‘정액제’를 문제 삼고 있다. 협력업체에게 대금을 지급할 때 원청업체가 공임·판매가격 변화와 관계없이 제품 유형과 등급별로 같은 금액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2009년 전체적으로 단가를 소폭 인상한 것 외에는 가격 조정이 없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즉 장기간 기술 인건비에 해당되는 공임 마진 인상없이 하도급업체에 부담을 전가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성주디앤디 측은 억울함을 표했다. 회사 측은 “100여개에 이르는 협력회사 중 일부(4개) 회사가 당사의 하도급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을 주장하며 공정위에 신고를 했고, 사실과 다르거나 상당히 과장된 내용을 제보하고 있다”며 “일방적 주장에 의해 성주그룹이 갑질을 일삼는 기업으로 오해와 오명을 쓰고 있다. 직원과 타 협력사들이 함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선처해 달라”고 했다.

공이 공정위로 넘어간 상황에서, 마침 김상조 신임 공정위원장 취임 시기와 맞물린 것도 악재다. 김 위원장이 기업집단의 불공정행위 처벌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어 더욱 그렇다. ‘기업집단국’ 신설을 통해 공정위의 조사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이 그 예. 성주그룹이 ‘적폐척결 기업’의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성주그룹 측은 “법 위반 행위를 통해 이익을 얻을 의사가 없으며, 잘못한 점이 확인될 경우 책임을 회피할 의사 또한 전혀 없다”며 “이미 공정위에 신고돼 있는 상황이고, 공정위의 조사 과정에 성실히 임함은 물론 공정위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한 조사와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 기업 이미지 하락도 문제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MCM 브랜드 자체의 몰락도 가시적이다. MCM은 성주그룹이 지난 2005년 인수한 독일 브랜드. 인수 당시 614억원이던 매출액이 2007년 1219억원, 2012년 3700억원, 2013년 4500억원, 2014년 589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시장경쟁력 약화와 해외사업 적자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이더니, 매출 하락세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액 5791억원에 그친 것이 단적인 예. 여기에 이번 ‘갑질 논란’까지 더해지며 기업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 김 회장은 최근 대한적십자사 총재직에서도 물러났다. 원래 임기는 10월7일까지이나, 3개월 여 남겨둔 6월30일 이임하기로 했다. 사임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불거진 MCM 갑질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눈 위에 또 서리가 내린다’는 설상가상의 뜻이 ‘갑질 논란 위에 김상조호’라고 패러디되는 가운데, 대한적십자사 총재직을 놓은 김 회장의 여름나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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