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스토리 불어넣는 강릉 고교 라이벌전 함성

입력 2017-06-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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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단오제 때 중앙고-제일고 정기전

매년 9월, 서울 한복판에선 뜨거운 축제가 ‘연고전(고연전)’이 열린다. 오랜 기간 쌓여온 상대방에 대한 라이벌 의식과 경기의 추억은 두 학교를 넘어 한국 스포츠 역사가 되었다.

연고전 못지않게 뜨거운 경쟁을 자랑하는 정기전이 강원도에도 있다. 매년 강릉 단오제를 맞아 열리는 강릉 제일고등학교와 중앙고등학교의 축구 더비다. 강릉 시민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있는 강릉 단오제는 이제 강릉시를 넘어 강원도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강릉정기전의 역사는 70년이 넘는다. 1935년 강릉농업고(현재 강릉 중앙고)가 축구부를 만든 지 6년 후인 1941년 강릉상업고(현재 강릉 제일고)가 축구부를 창설하면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친선 교류전의 성격이 짙었던 두 학교의 경기는 1961년 노암 공설 운동장 건설로 강릉에 축구 붐이 일면서 라이벌전 양상으로 변해갔다.

두 학교의 라이벌 의식은 상당했다. 특히 경기가 끝난 뒤 각 학교의 재학생들과 동문들이 빈번히 투석전을 펼치며 경기장 밖에서도 서로에 대한 경쟁심을 표출했다. 팬들의 이런 의식 때문에 강릉 정기전에 대한 강릉 시민들의 관심은 점점 커졌다. 그러자 강릉시 축구 협회는 “경기를 정기적으로 펼치자”라며 제안했고 두 학교는 흔쾌히 승낙하여 1976년 강릉 단오제부터 정기전이 시작됐다.

그러나 매해 강릉 정기전이 꾸준히 개최되어 온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강원 FC의 지원금이 강원 FC 유소년 클럽인 제일고에만 지원되자 이에 중앙고가 반발하면서 처음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2015년 양교의 합의로 정기전 재개가 추진되었으나 전국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강릉단오제 행사 자체가 취소되면서 2년 동안 열리지 못했다.

최근 열린 2017 강원정기전은 명성만큼이나 ‘대박’이었다. 사전 행사를 시작으로 진행된 정기전은 5000여 관중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양 팀 응원단들은 멋진 응원으로 경기장 내 분위기를 띄웠다.

뜨거운 응원전만큼이나 경기장에서도 팽팽한 승부가 펼쳐졌다. 더운 날씨였지만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몸을 던지며 명승부를 펼쳐졌다. 양 팀이 2골씩 주고받으며 무승부가 예상되던 후반 추가시간, 제일고등학교 김병철이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며 2017 강릉 정기전의 승자는 제일고가 되었다.

한국 K리그가 인기가 없는 원인 중의 하나로 스토리의 부재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강릉정기전은 스토리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내년 강원 정기전에서 한국 축구의 스토리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김동현 스포츠동아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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